‘캡틴’ 손흥민(33)이 빅찬스미스를 범한 토트넘이 또 하나의 대회서 탈락하며 올 시즌 무관이 유력해졌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10일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2024-25시즌 FA컵 4라운드(32강) 맞대결에서 1-2로 패배하면서 대회서 탈락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손흥민도 토트넘의 희망을 붙들지 못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서 빅찬스미스를 범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직전 경기였던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리버풀에 패하면서 준결승에서 탈락한데 이어 FA컵마저 탈락하면서 순식간에 두 대회에서 광탈하는 굴욕을 겪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4위에 처져 있는 토트넘의 입장에서 우승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 리그 상위권에 속해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요원한 일이다. 이제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 희망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밖에 남지 않게 됐다.
하지만 유로파리그는 유럽 축구 클럽 상위권 팀들이 겨루는 대회란 점에서 우승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이 올 시즌에도 역시 지긋지긋한 무관을 이어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문을 지켰고, 제드 스펜스-아치 그레이-케빈 단소-페드로 포로의 수비진 포백 라인을 꺼내들었다. 중원에선 루카스 베리발-로드리고 벤탄쿠르-데얀 쿨루셉스키가 포진했으며 전방 스리톱에는 마이키 무어-손흥민-마티스 텔이 나섰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입장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전형을 택한 토트넘이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지휘하는 빌라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백4 라인은 뤼카 디뉴-부바카르 카마라-에즈리 콘사-안드레아스 가르시아가 구축했다. 그리고 그 앞을 3선에서 유리 틸레만스와 존 맥긴이 받치고 2선 공격진으로 제이콥 램지-모건 로저스-레온 베일리가 토트넘 골문을 노렸고, 최전방 원톱에 도니얼 말런이 출격했다. 상대적으로 중앙의 숫자가 부족해질 수 있는 포진이지만 공수에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하면서 순간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빌라의 스타일을 반영한 결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킥오프 2분만에 토트넘의 입장에서 허무하게도 첫 실점이 나왔다. 경기 시작 1분만에 빌라의 공격수 로저스가 중원에서 토트넘 선수들의 압박을 벗겨내고 드리블로 돌파한 이후 램지에게 연결했다. 램지는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슈팅 방향이 킨스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제대로 공을 잡아내지 못했고 볼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홈에서 선제골로 단숨에 분위기를 잡은 빌라는 이후 전반 13분 세트피스 상황과 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도 위협적인 공격을 연이어 시도하면서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말런과 베일리 등을 비롯한 빌라 공격진은 적극적으로 토트넘 선수들을 압박하면서 여러 차례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반면 토트넘은 전반 24분 잡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것이 캡틴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온 장면이라 더욱 아쉬웠다. 전반 23분 무어가 오른쪽 방면 빌라의 수비진 뒷공간을 돌파하면서 라인을 깼고 가운데로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후 골키퍼와 일대일 결정적인 상황 공을 잡은 손흥민이 낮은 코스로 슈팅을 연결했지만 다소 밋밋하게 힘없게 임팩트가 되면서 마르티네스 골키퍼에게 막혔다. 결국 이 장면은 빅찬스미스로 기록됐다.
오히려 빌라가 전반 29분 역습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베일리가 중앙에서부터 드리블을 치고 전진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다. 킨스키가 이를 선방했고, 이후 세컨볼을 램지가 다시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이후 양팀 모두 득점 장면을 만들지 못하면서 전반전은 그대로 빌라의 1-0 리드로 끝났다.
후반들어서도 토트넘의 침묵이 이어졌다. 후반 4분 손흥민이 클루셉스키의 뒷공간을 노린 패스를 받아 슈팅을 때렸지만, 이번엔 빌라 수비수 콘사에게 막혔다.
교체로 들어온 이브 비수마가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토트넘의 후반 초반 우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협적인 역습이 유효했던 건 이번에도 빌라였다.
빌라는 후반 12분 역습에서 맥긴의 패스를 받은 램지가 킨스키와 일대일 찬스서 슈팅을 때렸다. 다행히 킨스키가 이번에도 선방을 펼치면서 또 한 번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결국 빌라가 후반 20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빌라의 최전방 공격수 말런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패스를 연결했고 토트넘 수비진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흘러나온 볼을 로저스가 밀어넣으면서 2-0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토트넘은 후반 32분 페드로 포로의 크로스 이후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단소의 슈팅이 또 한 번 빗나가면서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마지막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드디어 득점이 터졌다. 클루셉스키의 크로스를 텔이 발만 갖다대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겨울 이적 시장 임대 이적으로 영입된 텔의 토트넘 데뷔골.
토트넘은 남은 추가시간 거세게 반격했지만 결국 빌라 골망을 더 흔들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1-2 패배로 끝났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도 영국 언론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손흥민은 올 시즌 공식전 33경기서 10골 8도움(PL 6골 7도움-FA컵 1도움-카라바오컵 1골-유로파리그 3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FA컵에서는 득점을 올리지 못한채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토트넘의 중요한 순간에 주장의 품격이 필요했지만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손흥민에게 토트넘에서 가장 낮은 평점 4점을 매기며 혹평했다. 다른 언론 이브닝 스탠더드도 손흥민에게 최하점 수준인 평점 5점을 매겼다. 축구 통계사이트인 풋몹도 손흥민에게 토트넘에서 두 번째로 낮은 평점 5.9점을 매기며 활약을 저조하게 평가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