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다. 팬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보답하고 싶었다.”
NC 다이노스의 3연패 탈출을 이끈 김휘집이 소감을 전했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염경엽 감독의 LG 트윈스를 6-5로 눌렀다.
6번타자 겸 3루수로 나선 김휘집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그는 결승타를 치며 NC 승리에 앞장섰다.
초반부터 김휘집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NC가 0-2로 뒤지던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우완 임찬규의 8구 110km 커브를 공략해 깔끔한 좌전 안타를 생산했다. 이어 서호철이 비거리 115m의 좌월 2점 아치를 그리며 득점까지 올릴 수 있었다.
4회초 희생 번트, 5회초 유격수 땅볼, 8회초 삼진으로 돌아선 김휘집은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초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권희동의 좌전 2루타로 연결된 1사 2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 투수 장현식의 3구 132km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나온 순간이었다. 그렇게 김휘집의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남게됐다.
경기 후 김휘집은 “요새 LG가 너무 좋다. 좋은 선배님들도 많이 계신데, 좋은 팀 상대로 연패를 끊어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 팬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보답하고 싶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앞 타석에 너무 오버 스윙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했다. 이러면 안 된다 싶었다. 힘을 최대한 빼고 중심에 맞추려 했다. 큰 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결승타를 친 순간을 돌아봤다.
특히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활약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김휘집은 18~2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3연전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도합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웃을 수 없었다. NC 역시 3연전을 모두 내주며 3연패에 빠졌다.
김휘집은 “한화 3연전 때 너무 경기력이 안 좋았는데, 제가 그 안 좋은 시작을 했다 생각한다. 잠실에서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만회하려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내로서 에너지 넘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3연전 동안 야구를 못하는데, 막내인데도 에너지도 불어넣지 못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아 모두에게 죄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4월에 제가 최악의 시리즈를 치르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오늘 사우나에서 만났을 때 많은 말씀을 하시지는 않으셨다. ‘공 어떻게 칠 거냐’ 그런 이야기만 해주셨다. ‘힘내라’ 하셨는데, 너무 죄송했다. ‘감독님 힘 낼 수 있게 잘하겠습니다’ 하고 싶었는데, 그 자리에서는 말 못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승리로 3연패를 끊어낸 NC는 8승 12패를 기록,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휘집은 “전반적으로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9회 (실점 위기를) 막았을 때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마지막에 숟가락을 들어 먹은 것 뿐이다. (선발투수) (신)민혁이 형이 잘 던지셨다. (권)희동 선배님도 앞에서 잘 출루해주셨다. 앞에서 다 모든 경기를 해주셨다”며 “8회말 (4-3에서 4-4 스코어를 만든) 김현수 선배 타구를 잡을 수 있다 느꼈기 때문에 그게 좀 아쉬웠다. 너무 미안했다. 좌타자 타구는 좀 말려 들어온다. 처음 맞았을 때 다른 쪽이었는데, 말려 들어 왔다. 3루수가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까다롭다. 올해는 달라진 게 스스로 벽을 깨려 한다. 두드리다 보면 수비도 더 좋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더 두드리려 한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이번 승리가) 팀에게 정말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타격도 타격인데 요소요소에서 세밀한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그런 부분을 먼저 신경써야 한다. 타율이 좋지 않아도 찬스 때 몰입해서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좋지 않다. 수비는 세밀한 부분이 아쉽다. 그런 부분들을 저 스스로 상기시키고 챙기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NC는 많은 부상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건우(햄스트링), 맷 데이비슨(담 증세)이 모두 전열에서 이탈했다. 분명 큰 악재이지만, 김휘집 같은 젊은 피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
김휘집은 “에너지 넘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파이팅 있게 에너지를 끌어올려 하고 싶은데, 야구를 너무 못하니 잘 안 되더라. 스스로 너무 침체돼 있었다”며 “저도 마냥 어린 선수가 아니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데, 매년 4월 힘든 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았다. 잘 이겨내 보려 한다. 꾸준한 게 중요하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여파로 최근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NC다.
김휘집은 “잘 해결이 돼 순리대로 창원에 잘 돌아가고 싶다. 당연히 우리 홈 팬들이 많이 보고 싶다”며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원정경기에도 (팬 분들이) 많이 와 주신다. 감독님, 코치님, 프런트 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신다. 모두가 고생하시는 만큼 저를 비롯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다짐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