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수들 속에서 한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 (좋은 외국인 선수들) 발자취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올 시즌 NC 다이노스의 탈삼진 기록을 연달아 새로 쓰고 있는 라일리 톰슨이 앞으로의 활약을 약속했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홍원기 감독의 키움을 7-1로 제압했다. 이로써 이번 주 첫 승을 따낸 이들은 27승 4무 31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라일리의 호투가 눈부신 경기였다. 시종일관 위력적인 공들을 뿌리며 키움 타선을 봉쇄했다.
5회까지는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을 정도로 큰 위기도 없었다. 최종 성적은 7이닝 2피안타 1사사구 15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104구였으며, 패스트볼(44구)과 더불어 커브(27구), 슬라이더(19구), 포크(14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5km까지 측정됐다. 팀이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공을 전사민에게 넘긴 라일리는 이후 NC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시즌 8승(4패)을 수확하는 기쁨도 누렸다.
아울러 라일리는 이날 NC 소속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 4월 10일 수원 KT위즈전에서 본인이 올린 14탈삼진이었다.
경기 후 이호준 감독은 “라일리가 경기 초반부터 안정적인 피칭으로 흐름을 주도한 것이 오늘 승리의 기반이 됐다”며 “오늘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길 기대한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라일리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7회 투구를 다 마치고 나서야 기록 깬 것을 알았다. 그 전에는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노히트도) 아예 몰랐다”며 “오늘 경기에 워낙 집중을 많이 했다. 투구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니 좋은 경기가 나온 것 같다. 기록은 아예 인지하지 못했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이어 15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적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고등학교 때 있었을 지 모르겠지만, 프로에서는 없었다”며 “NC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 좋은 역사를 가진 팀이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 속에서 한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개인 2연패를 끊어냈기에 더 값진 결과물이었다. 라일리는 5월 30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6이닝 7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6실점 5자책점)과 5일 창원 LG 트윈스전(5.2이닝 7피안타 1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3실점)에서 모두 패전을 떠안은 바 있다. 5일 경기에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오류로 경기가 지연되는 불운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일리는 “(5일 경기에서) 1회 웜업을 2~3번 했던 것,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한다”며 “특별한 동기부여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 한다. (패한) 두 경기도 원하는 대로 안 이뤄졌을 뿐이다. 내 투구에 대해서는 만족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어느덧 다승 2위, 탈삼진 3위를 마크하고 있는 라일리다.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이상 한화), 드류 앤더슨(SSG랜더스) 등 정상급 외국인 투수들과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수도 있을 터.
이에 대해 그는 “경쟁이나 이런 것을 생각하기 보다 내가 조절할 수 있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매 경기 집중할 것”이라며 “(내 퍼포먼스에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내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와 손을 잡은 라일리는 어느덧 공룡군단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초반에는 다소 주춤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당당한 1선발로 NC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이용훈 투수 코치가 큰 도움을 준 덕분이었다.
여기에 팀 분위기 및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려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다. 라일리는 지난 달 30일 한화전 강판될 당시 1군 데뷔전을 치르고 있던 포수 김정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했다. 등판 전에는 심판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한국식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중 라일리는 심판들에게 인사하는 이유에 대해 “언제 시작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매 경기 인사하려 한다. 눈이 마주치면 존중의 의미로 인사한다. 문화적으로 존중을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라며 “미국에서도 인사하거나 안부를 묻는 문화가 있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관찰했고, 한국식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는 외국인 명가로 불린다.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 불리우는 에릭 테임즈를 비롯해 에릭 해커, 드류 루친스키, 에릭 페디, 카일 하트 등 수 많은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한 바 있다. 라일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투·타에서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던 것으로 안다. 그 발자취를 이어가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