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우완 션 젤리(28)는 여느 때처럼 클럽하우스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필드에는 팀 동료 카일 해리슨이 선발 등판을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한 3시 30분? 40분 정도 됐을 거다. 갑자기 나한테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84경기를 등판한 그는 이날 이렇게 처음으로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전날 스펜서 비벤스, 트리스탄 벡 등 롱 릴리버들이 공을 던지면서 그에게 차례가 돌아온 것.
처음에는 이유를 모르고 준비해야했지만, 10분 만에 그 이유를 알게됐다. “해리슨이 클럽하우스로 돌아왔고 조던 힉스가 감독실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동료에게 작별인사를 하더라.”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보스턴 레드삭스 좌타자 라파엘 데버스를 영입하는 대가로 해리슨과 힉스, 그리고 두 명의 마이너리그를 내주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경기 시작 직전 급하게 합의가 이뤄지면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
“첫 선발 기회를 이렇게 잡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말을 이은 젤리는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내가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초대형 트레이드를 경험한 것은 처음”이라며 정신없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그는 이날 3 2/3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왔다.
밥 멜빈 감독이 기대했던 3이닝을 넘어선 그는 “불펜에 있을 때 내 이름이 불리면 언제든 나가서 던져야 한다. 오늘은 그런 일이 조금 다르게 일어났을 뿐”이라며 언제든 이름이 불리면 나가서 던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를 묻자 “탱크를 다 비우고 내려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JP(J.P. 마르티네스 투수코치)와 밥(밥 멜빈 감독)에게 경기 시작전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짜내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내일 휴식일이 있고 재충전 기회가 있기에 가능한 최대한 많이 써달라고 말했다”며 말을 이었다.
이날 그의 표정에서는 ‘모든 것을 다 짜냈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정든 동료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아쉬움도 묻어났다.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밥 멜빈 감독은 “선수들 모두 감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며 갑작스런 트레이드 소식에 선수들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고 전했다.
젤리는 “두 선수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 따로 연락할 것이다. 다음주에 보스턴이 원정을 오니 그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