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관학교’ 키움히어로즈가 또 다른 임관생을 배출할 수 있을까? ‘선배 임관생’ 이정후(26)는 옛 동료 송성문(29)의 도전을 응원했다.
이정후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MK스포츠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최고의 선수”라며 키움 시절 동료를 높이 평가했다.
키움 내야수 송성문은 최근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이번 시즌 이후 7시즌의 서비스 타임을 채우면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그는 그 권리를 실행하겠다고 한 것. 키움과 6년 120억 원의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해외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정후는 “한국에 있을 때 (송)성문이 형한테 항상 장난삼아 ‘호세 라미레즈(클리블랜드 가디언즈 주전 3루수)같은 선수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2년을 보면 그는 한국의 호세 라미레즈”라며 옛 동료를 높이 평가했다.
송성문은 최근 2년간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줄곧 3할대 장타율에 머물렀지만, 2년 연속 5할대 장타율을 기록했다. 2025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21개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했다. 116경기에서 타율 0.305 출루율 0.383 장타율 0.514 기록중이다.
송성문 자신은 “나이도 있고 가족도 있고, 미국에서 좋은 계약 조건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도전해보겠다는 마인드”라며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렸지만, 이정후의 생각은 달랐다.
“도전은 항상 멋있는 것”이라며 말을 이은 이정후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병호 선배님도 그 나이에 도전하셨다. 군대 문제도 해결했으니 문제 될 것도 없을 것”이라며 나이는 문제 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지난 주말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3연전 때 김하성을 만나 KBO리그 영상들을 함께 봤다고 밝힌 그는 “(김)하성이 형과도 영상을 보면서 했던 얘기가 ‘성문이 형은 정말 잘한다. 와서 잘할 거 같다’ 이런 얘기를 했다”며 재차 옛 동료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어 “사람마다 전성기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성문이 형에게는 지금이 최전성기인 거 같다. 어렸을 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 이후 모습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형의 도전을 응원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남은 시즌 다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KBO리그 선수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7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워야 하고, 이 자격을 얻었을 때 전성기도 함께 찾아와야 좋은 대접을 받으며 진출할 수 있다. 서비스 타임 계산 방식도 미국이나 일본과는 매우 다르다. 선수에게 불리하다.
한마디로 운이 따라야 한다.
이정후는 “나나 하성이 형, 혜성이, 류현진 선배님의 경우 군대 문제도 혜택을 받아서 해결했고, 어린 나이에 주전으로 뛰며 서비스 타임도 빨리 해결할 수 있었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의 서비스타임 기준은 미국하고도 아주 다르다. 미국은 합산이 가능한데 한국은 두 시즌만 합칠 수 있고 남은 일수는 추가로 더할 수도 없다. 한국의 현행 제도상 최전성기에 빠른 나이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미국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형은 잘 된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에 동의했다.
히어로즈는 빅리거들을 배출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강정호부터 시작해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까지 많은 빅리거를 배출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정후는 “구단에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도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는 (빅리그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며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성이 형이 나갔을 때도 나한테 그 꿈이 생기지는 않았다. 올림픽을 갔다 오고 나서 조금씩 (빅리그에 대한 꿈이) 생겼다”며 자신의 경우를 설명한 그는 “팀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줘서 2년간 채워야 하는 서비스 타임을 1년에 채우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전성기가 왔을 때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이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는 거 같다”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하성이 형을 보러 오면서 나를 봤고, 나를 보러 오면서 다른 선수를 봤던 것처럼 작년에 혜성이를 보러 온 구단 관계자들이 성문이 형을 봤는데 그러면 눈에 띄어서 보고서가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성문이 형이 의지가 생기고 그러면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며 일종의 ‘순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