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승을 목표로 함께 노력하자. 무조건 많이 이기는 야구, 재밌는 야구를 하겠다.”
김원형 두산 베어스 감독(53)이 취임 일성으로 ‘이기는 야구, 재밌는 야구’를 목표로 내걸었다. 최근 성적 부진에 빠진 두산을 과거 야구 명가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김원형 두산 신임 감독의 취임식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은 앞서 지난 20일 제12대 감독으로 김원형 야구 국가대표팀 투수 코치를 선임했다. 계약 규모는 2+1년 최대 20억 원(계약금 5억, 연봉 각 5억 원)이다.
김원형 감독은 현역 21시즌 통산 545경기에서 134승144패26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한 레전드 투수 출신의 지도자다. 많은 팀의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는 2021년부터 SSG 랜더스의 지휘봉을 잡아 재임 기간 3년 간 230승 21무 181패, 승률 0.560의 성적을 올렸고, 2022년 사상 초유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두산은 21세기에 최초로 초보 감독이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경력의 김원형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다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 베어스는 “김원형 감독은 KBO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경력을 갖췄다. 투수 육성과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우승 도전 전력을 구축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도 김원형 감독은 신중함 속에 두산의 명가 재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김원형 감독의 취임식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두산의 제12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소감과 각오는?
두산 베어스 감독을 맡게 된 김원형입니다. 팀을 맡게 해준 박정원 두산 베어스 구단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 두산 베어스의 고영섭 사장님, 김태룡 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 구단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직을 맡게 돼서 영광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보겠다. 내가 생각하는 두산 베어스는 야구 잘하고 강하고, 많은 것을 이뤄낸 팀이라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 특유의 끈끈한 야구, 경기 끝날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했기 때문에 ‘미라클 두산’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것 같다. 선수들과 다시 한 번 호흡해서 우승을 목표로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
내년 빈틈을 메워야 할 포지션은 어디일까
올해 국가대표 코치 역할을 하면서 야구장을 두루 다녔지만, 두산의 경기들만 면밀히 본 것은 아니다. 올 시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조금 더 봐야 하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있다. 일단 투-타가 보여준 수치는 중위권, 혹은 5위에서 약간 아래 정도였다. 팀 타율이나 팀 방어율은 6위 정도를 했더라. 그런데 수비적인 부분들에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다보니 순위들이 밑에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홍원기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수석코치 부임설도 나왔는데, 현재 코칭스태프 선임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1군 코칭스태프는 70% 정도 됐다. 오늘 취임식이지만 불과 이틀전에 나 또한 감독으로 선임이 된 것을 알았다. 구단과 프런트와 상의해서 외부에서 더 코칭스태프를 영입할 지 혹은 내부적으로 더 함께 해야 할 분들이 있을지는 결정하겠다.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의 내 역할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능력 있는 코치분을 모셔와야 할 것 같다.
2년 간 감독 공백 기간 본 요즘 야구의 트렌드는 어땠고 무엇을 가장 크게 느꼈나
지난해 소프트뱅크에서 코치 연수 생활을 했다. 감독 3년을 하면서 잘 한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었다. 사실 지난해 초에는 화도 많이 났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스스로 자아성찰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이 느꼈다.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를 변화시킨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을 생각이다. 또 요즘 야구도 바뀌고 선수들도 우리 시대 때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그것들도 더 발맞춰야 한다고 느낀다.
감독 면접에서 어떤 점 어필했고, 그것들을 구단에서 앞으로 어떻게 적용해 갈 것인가
면접 당시 타격, 주루에 대해서 구단에서 질문도 많이 하셨다. 그런 점에서 소신 있게 답변했던 것 같다. 야구는 변수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선수들과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요즘에는 자율을 강조하면서 운동을 한다. 그런데 선수들도 조금은 다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강압적이 아니어도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적어도 그 ‘선’은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스스로 하는 것이 있지만 코칭스태프가 끌고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그런 생각이 지금은 강하다.
FA 영입을 포함해서 구단에 요청하고 싶은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면
(두산은 올 겨울 핵심 투수인 이영하, 최원준, 홍건희를 포함해 중심타자인 김재환, 주전 외야수 조수행까지 모두 FA 자격을 얻는다.)
아무래도 팀에 와보니 내부 FA를 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사장님, 단장님과 대화하면서 캠프 준비, 코칭스태프 이야기도 진행 중인데 FA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 하지 않았다. 내 욕심이라면 기본적으로 내부 FA 선수는 다 계약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가장 우선인 것 같다. 구단에서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
두산의 끈끈한 문화에 대해서 기억하는 것이 있을까
2019~2020년 코치 생활을 하기 전에는 지역이 서울이다보니 두산에 대해 ‘자유롭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코치 생활을 해보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위계질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훈련도 열심히 하더라. 지금 내가 기자회견이라서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항상 경기 끝나고도 누가 시켜서가 따로 배팅 훈련도 하더라.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도 이어진다. 또 항상 예의 있게 그라운드에서도 자신감 있게 자기 야구를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새로운 젊은 선수 발굴, 향후 주전 경쟁에 대한 메시지를 선수단에 준다면
올해 두산이 시즌 중반부터 젊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면서 ‘가능성이 많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구나’를 느꼈다. 특히 내야 쪽에. 이 자리에서 조성환 감독대행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좋은 선수를 많이 기용해주셔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것을 밑거름 삼아 캠프 때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수 생활 때부터 그래서 그런지 ‘어떤 특정 선수를 무조건 주전으로 키워야 겠다’는 그런 생각보단 공정성을 갖고 계속해서 경쟁하는 걸 생각한다. 선수들이 팀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이다. 지금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가 있는 선수들 역시 말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내년 시범경기까지 가장 좋은 선수가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갈 것이다.
내년 시즌 주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선수가 있나
두산은 선수단 내에서 주장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계자 확인 후 ‘감독마다 달랐다’는 설명을 듣고선 ) 선수쪽에서 주장이란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상의를 해보겠다. 내가 알기로는 선수들 사이에서 투표를 한 것으로 아는데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웃음).
내년 시즌 목표와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거창하게 예를 들어서 ‘내년에 무조건 우승을 하겠다’는 (그런) 마음에는 사실 그게 있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하고 싶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고 생각한다. 모든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첫 번째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신 그게 얼마나 합리적이고 정정당당하게 승리하는지도 중요하다. 일단 많이 이기고 승리해야 한다. 요즘 집에서 한국야구도 메이저리그도 많이 본다. 보통 야구를 집에서 보면 재미가 없는데 가을야구 자체로 1회부터 9회까지 다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도 내년에는 ‘저기에 가서 있어야 되지 않나,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드려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펼치고 싶은 ‘김원형 야구’의 키워드가 있을까
팬들이 들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투수력, 수비, 그리고 그 다음에 타격. 어쨌든 야구라는 스포츠는 확률 게임이다. 지금 가을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이 굉장히 강한 공격력으로 지금 계속 좋은 승리를 거두고 있는데 그것도 맞다. 그런데 정규시즌 144경기란 숫자는 투수력이나 수비력이 견고하고 탄탄해야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또 공격에서 어떤 작전을 많이 내는 ‘스몰 야구’라기 보단 더 선수들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야구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인 것 같다. 그게 명확하게 어떤 기준으로 ‘김원형의 야구는 무슨 야구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답을 찾고 있다.
과거 두산 재직 시기나 밖에서 지켜보면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였나
야수쪽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투수도 2019~2020년 있었을 때 있었던 선수들을 현재 꼽아봤는데 지금 1군 엔트리에 많지 않더라. 한 6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더라. 곽빈 선수 역시 내가 있을 때는 부상 때문에 1군에는 거의 없었다. 앞으로 국내 선발진에선 곽빈 선수가 중심을 잡아야 하고 김택연 선수 역시 마무리로 잘하고 있고, 더 성장해야 할 선수다. 주장 양의지는 감독하면서 가장 껄끄러운 타자다였. 그런 껄끄러운 타자와 함께 한다는 것이 관심이 가고 가장 좋은 부분이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