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장 편했다.”

전희철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일 원주 DB 프로미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7 FIBA 카타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홈 2차전에서 90-76으로 완승했다.

대한민국은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달리며 카타르 농구월드컵 본선에 가까이 다가섰다. B조 최강을 평가받은 팀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니 2라운드는 물론 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중국전 2연승은 예상하기 힘든 결과였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안준호 감독의 계약 기간 만료 후 새로운 사령탑을 찾지 못했고 결국 KBL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전희철 감독과 조상현 코치에게 구원의 손길을 바랐다. 그렇게 시작된 전희철-조상현 임시 체제는 기대 이상의 성적과 함께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전희철 감독은 “1차전에는 3쿼터까지 공수 모든 면에서 잘하다가 4쿼터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2차전도 프레스가 나왔는데 유연하게 잘 대처했다. 그래서 큰 위기 없이 끝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차전 역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중국의 압박과 노골적인 골밑 공략에 추격을 허용한 건 사실. 물론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전희철 감독은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 압박 수비에 대처할 정도로 훈련할 여유는 없었다. 어제 비디오 미팅을 통해 압박 수비를 깨는 훈련을 했다”며 “이미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전술적으로 딜레이 시킨 것도 있다. 공격을 아꼈다. 그래서 우리가 못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시간을 보내는 작전을 했을 뿐이다. 크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 우리는 잘 풀어나갔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중국을 상대로 높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리바운드 경쟁에서 26-39, 13개차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체감상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인 박스 아웃을 통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고 이는 경기 내내 이어진 큰 점수차로 결과를 냈다.

전희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가진 역량을 잘 뽑아내는 게 중요했다. 중국을 70점대 중반으로 묶었고 느슨한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60점대도 가능했다. 수비 방향성을 주문한 게 있었는데 정확히 인지했다. 워낙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라서 좋았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수비가 잘 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강팀이다. 그들의 컨디션이 100%라면 우리가 질 가능성이 크다. 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수비가 필요했고 조상현 코치와 많이 연구했다. 능력 좋은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최대한 뽑아냈다”고 더했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 시절, 중국을 상대로 굵직한 승리를 거둔 주인공이다.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 큰 승리가 있었을까. 대한민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려 32점차까지 앞섰고 1쿼터 초반, 단 21초의 리드만 허용했다. 이날 승리는 그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전희철 감독은 “오늘이 가장 편했다. 1997년에 조금 이기긴 했지만”이라며 기뻐했다.

[원주=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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