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3일 강원도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강원 FC의 맞대결이었다. 2025시즌 두 번째 경기였다. 완델손(36·포항)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그라운드를 밟아 경기 종료까지 뛰었다.
이 경기가 완델손의 2025시즌 마지막 공식전으로 남았다. 완델손은 왼쪽 아킬레스건 파열이란 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갑작스러운 부상은 아니었다. 완델손은 2024시즌부터 통증을 참고 뛰어왔다. 완델손의 뒤꿈치에 뼈가 자라면서 아킬레스건을 계속 자극했던 상황이었던 것. 완델손은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완델손은 포항에서 큰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완델손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실함을 잃지 않고, 빼어난 기량에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다. 완델손이 한국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에서 최초 외국인 주장을 역임했던 이유다.
완델손이 힘겹고 외로웠던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MK스포츠’가 포항의 전지훈련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출국을 앞두고 있던 완델손과 나눈 이야기다.
Q.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뒤꿈치 부상으로 오랜 기간 쉴 수밖에 없었다. 재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이 과정을 잘 거쳐서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새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 재활 기간 큰 힘이 되어준 가족,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마지막 공식전이 지난해 2월 23일 강원전이었다. 한 해를 너무 일찍 마무리했다. 심리적으로도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2024시즌은 내게 특별했다. 한국에서 뛴 많은 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2024년엔 코리아컵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정말 특별했다. 그런 한 해를 보낸 까닭에 큰 기대를 품고 2025시즌에 돌입했다. 그런데 리그 개막 2경기 만에 크게 다쳤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박태하 감독님을 시작으로 코치진, 동료들, 프런트 모두가 나의 회복을 도왔다. 그들은 내게 용기와 신뢰도 끊임없이 보내줬다.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정말 감사하다.
Q. 절친한 사이인 오베르단이 팀을 떠났다.
3년이란 시간을 함께했다. 오베르단과의 작별이 쉽진 않았다. 진짜 보내기 싫더라(웃음). 아쉽고 슬프지만, 어쩌겠나. 프로의 세계에선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편으로 만나면 좀 어색할 것 같다. 오베르단이 좋은 대우를 받고 전북 현대로 갔으니 응원하겠다. 오베르단은 K리그1 최고의 미드필더다. 포항에서 증명했다. 우린 오베르단이 포항 유니폼을 입고 보여줬던 것들을 절대 잊지 않을 거다. 오베르단에게 ‘그동안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지난해 포항의 큰 이슈 중 하나가 기성용의 합류였다. 완델손은 부상으로 아직 기성용과 호흡을 맞춰보진 못했다.
기성용과 항상 상대편으로 마주했었다. 기성용이 포항에 합류하고 첫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기성용이 웃으면서 “왔는데 같이 못 뛰네. 빨리 복귀하라”고 했다. 기성용이 나를 볼 때마다 “언제 오냐. 빨리 너랑 뛰고 싶다. 빨리 복귀하라”고 했다.
Q. 기성용이 2025시즌을 마치고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다. 포항 팬들은 기성용이 은퇴를 선택하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내가 기성용에게 ‘재계약하라’고 했다(웃음). 시즌 말미가 되면서 내가 기성용을 볼 때마다 그랬다. 기성용에게 “(기)성용아, 너 나랑 뛰고 싶다고 했잖아. 우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투(ACL2) 도전도 이어가야 하고, 리그에서도 같이 손발 맞춰보고 싶다. 재계약하라”고 했다. 기성용이 내 말을 잘 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기성용과 같이 뛸 기회가 생겨서 아주 기쁘다.
Q. 어떤 선수든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특히나 완델손은 지난해 2월 이후 공식전에 나선 적이 없다. ‘완델손이 예전 같은 기량을 보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의 시선이 따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 있나.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떤 선수든 나이를 무시하고 축구할 순 없다. 2024시즌부터 부상 없이 나아갔다면, 계속해서 좋은 몸 상태와 경기력을 이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좀 아쉽다. 어쩌겠나. 부상도 축구의 일부분이다. 축구는 도전이기도 하다. 나는 30대가 된 뒤로 늘 그래왔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동계 훈련에서부터 100%를 쏟아낼 거다. 박태하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믿고 땀 흘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믿는다.
Q. 포항에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다. 돌아온 ‘포항의 상징’으로서 ‘포항은 이런 팀이다’라고 얘기해줄 수 있을까.
다들 포항이 어떤 역사를 가진 팀인지 잘 알 거다. 경험해 보면, 포항이 한국 최고의 역사를 가진 클럽인 이유를 느낄 거다. 새로운 선수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훈련장에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많은 기회를 잡길 바란다. 포항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가족 같은 분위기다. 포항에선 나이가 많은 선수라고 해서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길 바란다. 나도 먼저 다가가겠다.
[인천공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