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높은 기준치? 기성용다운 한마디 “나는 그래야 하는 선수”···은퇴 고민했던 KI의 고백 “부담 컸었다” [MK인터뷰]

기성용(37·포항 스틸러스)의 말엔 그간 느껴왔던 큰 부담이 묻어있었다. 기성용에게 세월이 흘렀음에도 ‘스스로 너무 높은 기준치를 잡은 것 아니’냔 질문을 던졌다.

기성용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걸어온 길, 지금껏 해온 경험들이 있다. 팬들이 내게 다른 선수보다 큰 기대를 품는 이유다. 나도 내 축구 인생, 지금껏 해온 플레이를 돌아보면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더 부담이 됐다.”

포항 스틸러스 기성용.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기성용. 사진=이근승 기자

기성용은 애초 지난 시즌 시작 전 은퇴를 계획했었다. 지도자 자격증 취득부터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기성용은 “사람 일이란 게 생각이나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고 웃어 보였다.

기성용은 2월 1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투(ACL2) 16강 1차전 감바 오사카(일본)전에서 맹활약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왕성한 활동량과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도 보여줬다.

포항은 이날 감바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포항의 2026년 첫 공식전이었다.

기성용이 감바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2026년 첫 경기를 치렀다.

누구든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우리나 상대나 아쉽지 않을까 싶다. 동계 훈련이 길진 않았다. 예전 같으면 2차 동계 훈련을 진행 중일 시기다. 팀, 개인 모두 100%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감바 원정이 남았다. 잘 준비해서 모든 걸 쏟아내겠다.

Q. 기성용이 올해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에 기뻐하는 팬이 많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여러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포항에 와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예전엔 부담이 컸다. 기량은 나이를 먹으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거다.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머릿속이 조금 정리된 것 같다. 지금은 ‘나이를 먹으면 기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량이 떨어지면 은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재계약은 박태하 감독께서 내게 “1년 더 하자”고 제안해 주셨다. 나도 ‘1년 정도는 더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을 최대한 심플하게 하고 재계약을 결정지은 것 같다. 나는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내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깊은 고민 끝 재계약을 맺고 동계 훈련에 임했다. 어떤 감정이었나.

앞서서도 말했지만, 포항에 와서 상당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한) 동계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과 즐겁게 운동했다.

Q. 새해 첫판부터 선발로 나서 팀 중심을 잡았다.

내 나이대는 1년이 크게 느껴진다. 1살 더 먹으면, 준비해야 할 게 배로 늘어난다. 지난 시즌 전 은퇴 후 계획을 세웠었다. 지도자 자격증 취득부터 은퇴 후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은퇴하면 ‘무얼 하면서 쉴까’도 생각했다. 구상을 해놨었는데 계속 선수로 뛰고 있다. 사람 일이란 게 생각이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걸 또 느낀다. 20대 선수들과의 경쟁은 나에게 큰 동기부여다. 체력은 20대 선수에게 밀릴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의 속도나 경험 등에선 앞설 수 있다.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서 계속 경쟁한다는 게 큰 도전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Q. 전성기 시절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뛸 때를 연상시키던데. 새해 첫 경기였는데 경기력이 상당히 좋았다. 특히, 엄청나게 많이 뛰지 않았나.

예전엔 그 부분에 관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냉정하게 과거와 비교하면 내려온 게 사실이다. 체력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내려왔다. 당연한 거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보다 내려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나이를 먹으면 내려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변에서 ‘그만할 때 됐다’고 하면 그만하면 된다. 생각을 단순하게 해야 했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 부담도 컸던 것 같다. 나를 향한 기대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은 그런 부담을 많이 내려놨다. 물론, 변함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거다. 후회 없는 시즌을 치르고 싶다. 그 과정에서 ‘그만할 때 됐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포항 스틸러스 팬들은 올해도 기성용과 함께하길 간절히 바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 팬들은 올해도 기성용과 함께하길 간절히 바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지난해 여름 포항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포항 모든 구성원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기성용과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본인에 대한 기준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

나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걸어온 길, 지금껏 해온 경험들이 있다. 팬들이 내게 다른 선수보다 큰 기대를 품는 이유다. 나도 내 축구 인생, 지금껏 해온 플레이를 돌아보면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더 부담이 됐다. 베테랑이다 보니 팀이 부진할 땐 화살이 가장 먼저 날아오기도 한다. 화살이 가장 아프게 꽂히는 건 베테랑 중에서도 이름값 있는 선수다. 그런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곰곰이 생각했다. K리그1에서 내 나이대 미드필더가 있나. 거의 없다. 그게 내겐 큰 위로이자 힘이다. 해서 안 되면 그만하면 된다. 단순한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Q. 포항은 한국 최고의 육성 시스템을 갖춘 팀이다. 그러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가 많다.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이 처음 왔을 때부터 “어린 선수들은 기성용을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동계 훈련 중 후배들에게 제일 많이 조언했던 건 무엇인가.

(황)서웅이와 (이)창우는 물론이고, AFC U-23 아시안컵에 다녀온 (김)동진이도 가진 게 많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친구들이다. 특히, 서웅이는 오늘 경기에 선발로 나와서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서웅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엔 기회를 받지 못해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올해 첫 경기에선 기회를 잡았다. 서웅이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를 증명하더라. 내가 다 뿌듯했다.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황서웅. 사진=이근승 기자
포항 스틸러스 미드필더 황서웅. 사진=이근승 기자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황서웅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경기 전 황서웅에게 해준 이야기도 있었나.

J1리그 팀들의 스타일, 일본 선수들의 특징 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서웅이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이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주고 싶다. 계속 노력 중이다. 어린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있다.

Q. 감바만 넘으면, ACL2 준결승전까진 대진운이 좋다. 감바를 넘으면, 우승을 목표로 잡아도 되는 것 아닌가.

감바를 넘어야 한다. 원정에서 ACL2 16강 2차전을 치른다. J1리그 팀들은 단단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우수하다. 특히, 기본기나 포지셔닝이 좋다. 이는 ACLE이나 ACL2에서 증명된다. 하지만, 감바가 못 넘을 산은 아니다. 우리가 못 이길 팀이 아니란 거다.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다. 우리 하기 나름이다. 이 고비를 넘어야 우승에 도전할 힘을 얻는다. 잘 준비하겠다.

이청용은 2026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뛴다. 사진=이근승 기자
이청용은 2026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뛴다. 사진=이근승 기자

Q. 절친한 사이인 이청용이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잘 마무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굳이 무언가를 얘기하지 않아도 본인이 모든 상황을 인지할 것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다. 행동에 대해선 내가 특별히 할 얘긴 없다. 친구로선 올 시즌에도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나는 그라운드에서 (이)청용이를 만나면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구)자철이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서로 더 자주 웃으면서 올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옌스 비싱 감바 오사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옌스 비싱 감바 오사카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감바 옌스 비싱 감독이 1988년생이다. 38살이다. 유럽에선 30대 감독이 흔하다. 현재 독일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율리안 나겔스만은 28살이던 2016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지휘봉을 잡고 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을 이끄는 파비안 휘르첼러 감독은 1993년생으로 32살이다. 손흥민보다 어리다. 일본은 선진 무대를 경험한 외국인 감독, 올 시즌을 앞두고선 아주 젊은 외국인 감독까지 데리고 온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독일 출신 38살 바르토슈 가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나.

요즘엔 젊은 감독이 많더라. 젊은 감독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좀 다르지 않을까. 한국에서 젊은 감독을 쓰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솔직히 비싱 감독이 어떤 커리어를 가졌는지는 모른다. 선수 은퇴를 일찍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도자 교육 등을 일찍 받다 보니 이런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유럽은 선수 커리어를 보기보단 지도자의 순수 능력을 보려고 한다. 한국은 아직도 이름값, 그 사람의 선수 커리어를 많이 본다. 그런 문화적 차이가 있다. 그런데 비싱 감독이 나나 (신)광훈이 형을 보면, ‘쟤네는 아직도 뛰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감독은 나이가 많든 적든 증명해야 살아남는다. 증명하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란 소릴 듣는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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