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8강 진출했지만…‘도쿄의 기적→마이애미 참패’ 세계의 높은 벽 실감한 한국 야구 [WBC 결산]

류지현호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이 마무리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8강전에서 앨버트 푸홀스 감독의 도미니카 공화국에 0-10 7회 콜드패를 당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아쉽게 여기에서 대회를 마치게 됐다.

비록 ‘우승 후보’ 도미니카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분명 수확은 있었다. 세대교체의 성과를 확인했으며, 요 근래 계속됐던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에 앞서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에 앞서 한국 선수들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야구 대표팀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한국 야구 대표팀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대 WBC였던 2006년 대회 4강 진출, 2009년 대회 준우승 등 WBC에서 선전을 펼치며 야구 인기에 불을 지핀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3년 WBC, 2017년 WBC에서 연달아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며,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도 노메달(4위)의 수모를 겪었다.

시련은 계속됐다. 2023년 WBC에서 부활을 꿈꿨으나,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는 등 고전 끝에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한국은 세대교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되찾고자 했다. 2023년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는 각각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며 소기의 성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또 다시 세계와의 격차를 확인해야 했다. 목표로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내걸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등이 절실했던 한국 야구는 지난해 1월 류지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일찌감치 이번 WBC를 준비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를 통해 체코, 일본과 각각 두 번씩 맞붙기도 했다.

이후 대표팀은 1월 사이판 캠프, 2차 오키나와 캠프를 통해 몸 상태 및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최종 엔트리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있는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등 한국계 빅리거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으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고우석(디트로이트) 등 해외파 선수들도 모두 합류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게 출격한 WBC 1라운드(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 체코를 11-4로 대파한 한국은 일본, 대만에 연달아 6-8, 4-5로 무릎을 꿇었지만, 호주를 7-2로 제압했다. ‘5점 차 이상, 2실점 이하 승전보’라는 경우의 수 요건을 모두 충족했고, 결국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며 2라운드(토너먼트)행 티켓을 거머쥐는 ‘도쿄의 기적’을 연출했다.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라 더 값진 성과였다.

이후 전세기를 타고 8강전이 펼쳐지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 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한 도미니카를 상대로 국제 경쟁력을 확인하려는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결국 7회 0-10 콜드패를 당하며 대회를 마치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4회말 류지현 한국 감독(오른쪽 두번째)과 류현진 등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4회말 류지현 한국 감독(오른쪽 두번째)과 류현진 등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8회말 2사 1루 한국 김도영이 동점을 만드는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8회말 2사 1루 한국 김도영이 동점을 만드는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1, 3루 한국 안현민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볼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1, 3루 한국 안현민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볼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만루 문보경이 만루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만루 문보경이 만루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도영(KIA 타이거즈), 안현민(KT위즈) 등 2003년생 타자들의 성장을 확인했다는 점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다. 국제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여기에 ‘문보물’ 문보경(LG 트윈스)은 1라운드 4경기에서 타율 0.538(13타수 7안타) 2홈런 11타점을 올리며 대표팀 중심 타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투수진의 보강은 분명한 숙제로 남았다. 1라운드에서 무려 9홈런 19점을 내줬다. 세계 최고 타자들이 포진한 도미니카에게는 9안타 1홈런 10점을 헌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1라운드에서 한국 투수들의 패스트볼 계열 평균 구속은 144.9km로 20개 팀 중 18위로 하위권이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기에 차세대 에이스 발굴 또한 꼭 풀어야 할 과제다.

류현진은 도미니카전이 끝난 뒤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큰 무대를 뛴 것은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많은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 경기를 시발점이라 생각하고 잘해줬으면 한다”며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 큰 공부가 될 것이다. 한국 야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후배 투수들을 격려했다.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 6이닝과 7회말 연속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류현진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 6이닝과 7회말 연속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류현진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준준결승전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준준결승전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지현 감독은 “KBO리그에서 선발투수가 각 팀에 3~4명씩 활동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제 대회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고 역할을 가져야 한다 생각한다. 확실히 국제 대회 나왔을 때 대한민국 투수들이 구속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 야구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서 경쟁력 있는 대표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당장 올해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펼쳐진다. 한국은 2010 광저우 대회부터 2022 항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으나, 이번 대회 우승은 장담하기 어렵다. 대만이 ‘아시아 2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7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2승 5패에 그치고 있다.

2028 LA 올림픽도 2년 앞으로 다가왔다. 해당 대회 올림픽 본선에는 단 6개국만 나설 수 있다. 본선 출전 자체가 성과로 여겨질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정적으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27년 펼쳐지는 WBSC 프리미어12에서 일본, 대만을 제쳐야 한다. 아시아대륙 상위 1개 나라와 유럽 또는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 상위 1개 나라 등 2장의 출전권이 걸려 있는 까닭이다. 만약 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8년 3월로 예상되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한다. 과연 이번 WBC를 통해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냈지만, 많은 과제도 확인한 한국 야구가 세계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7회말 2사 1, 3루 도미니카 웰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콜드게임 패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준준결승전 경기. 7회말 2사 1, 3루 도미니카 웰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콜드게임 패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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