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기까지 정말 오래 걸렸네요.”
청주 KB스타즈는 22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BNK 금융 2025-2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69-56으로 승리했다.
‘MVP’ 박지수의 발목 부상이라는 악재, 그러나 KB스타즈는 멋진 공수 밸런스를 자랑했고 그렇게 귀중한 첫 승을 신고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허치치’ 허예은(18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이 있었다. 그는 신들린 킬 패스는 물론 환상적인 아이솔레이션, 그리고 딥스리 등 대단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KB스타즈의 승리를 이끌었다.
허예은은 승리 후 “이런 큰 경기, 1차전에 대한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승리라는 목표를 이뤘고 모두가 잘해서 승리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박)지수 언니가 다쳤을 때 솔직히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때 (강)이슬 언니가 모든 선수를 모아서 좋은 이야기를 해줬고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잘 잡아준 것 같다”며 “지수 언니가 없어서 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뛰었다”고 덧붙였다.
강이슬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던 KB스타즈 선수들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했다. 허예은은 “이슬 언니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모두에게 전달됐다. 사실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그냥 간절한 마음도 컸다. 제발 이겼으면 좋겠고 운도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으로 뛰었고 승리했다”고 말했다.
사실 KB스타즈는 박지수 공백을 이미 경험한 만큼 적응도 빨랐다. 허예은은 “우리는 지수 언니 없이 준비한 기간이 있었기에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또 이슬 언니와 (송)윤하 등 팀에서 가장 큰 두 선수가 헌신해줬기에 더 편하게 슈팅할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해줬다”고 전했다.
허예은은 삼성생명의 수비 허점을 철저히 노렸고 과감한 미스 매치 공략을 통해 많은 득점을 해냈다. 특히 배혜윤을 상대로 수차례 득점, 멋진 모습을 보였다.
허예은은 “이 상황을 잘 공략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와 이슬 언니가 해결하지 못하면 큰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몇 번의 실패로 가라앉을 시간이 없었다. 계속 림을 봐야 했고 동료들을 봐야 했다. 그들이 나를 믿어줬기에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2쿼터 딥스리는 사실 (김완수)감독님이 계속 시도하라고 했던 부분이다. 나는 미스 매치 상황에서도 킥아웃이나 돌파를 하고 싶었는데 체력적으로 보면 슈팅이 힘을 덜 쓰게 될 거라고 했다. 사실 (스테판)커리 영상도 봤다(웃음). 너무 간절했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들어갈 것 같았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고 더했다.
김완수 감독은 허예은에게 그린 라이트, 즉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라는 믿음을 줬다. 그만큼 부담도 될 수 있는 주문. 허예은은 “감독님이 내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고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게 싫었다. 지금은 그 말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큰 책임감이 있다. 그리고 승리하라는 뜻도 있다고 본다. 감독님이 그렇기 이야기해줘서 감사하고 또 고맙다”고 언급했다.
허예은에게 있어 이번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승리는 분명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자신의 첫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생명을 만났고 2승 3패, 업셋을 허용하며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그때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맞이한 이번 챔피언결정전. 허예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승리의 중심에 섰다.
허예은은 “그때는 너무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눈물만 흘린 것 같다. 지금은 5살을 더 먹었다(웃음). 그리고 중참의 위치에 올랐다. 예전에는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자리가 그저 가고 싶은 곳이었고 이제는 오게 됐다”고 바라봤다.
KB스타즈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삼성생명은 쉽게 물러설 팀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패배 후 3연승을 거두며 업셋에 성공했다. 과거 KB스타즈에 업셋,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낸 기억도 있다. 그렇기에 방심할 수 없다.
허예은은 “이제는 20점차 리드도 가비지 게임이 아니다. 1차전에서 크게 앞섰지만 금방 따라오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지금보다 더 준비해서 올 것이다. 우리는 힘을 모아서 정신을 더 집중,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2차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주=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