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매 경기 60분 동안 수십 골이 폭발하는 핸드볼 코트에서는 매 순간 위대한 기록들이 쌓이고 새롭게 쓰인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는 남녀부 총 159경기(남자부 75경기, 여자부 84경기)의 대장정을 치르며 대한민국 핸드볼 역사상 가장 화려한 ‘기록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를 깼고, 리그의 역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 중심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광속구’의 주인공, 서울시청의 우빛나가 있었다.
이번 시즌 H리그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지난 3월 19일 인천광역시청전에서 작렬한 우빛나의 미사일 슛일 것이다. 우빛나의 손 끝을 떠난 공은 무려 시속 99.16km의 속도로 상대 골망을 찢었다.
이는 2023-2024 시즌 이연경(삼척시청)이 세운 여자부 최고 기록(96.3km/h)을 가볍게 뛰어넘은 신기록이자, 본인의 기존 개인 최고 기록(96.16km/h)을 3km/h 이상 경신한 수치다. 시속 100km라는 마의 장벽에 단 0.84km/h만을 남겨둔 이 ‘캐논 슛’은 핸드볼 팬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며 우빛나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캐논 슈터임을 공인하는 지표가 됐다.
■ 무패 신화와 통산 1,500호 골… 공격진이 쓴 불멸의 대기록
우빛나의 강속구가 코트를 가르는 동안, 팀 기록과 개인 누적 기록에서도 전설적인 이정표들이 잇따라 세워졌다.
팀 부문에서는 SK슈가글라이더즈가 핸드볼 역사에 남을 대서사를 완성했다. SK슈가글라이더즈는 한 번도 패하지 않는 ‘21전 전승 우승’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이는 과거 2018-2019 시즌 남자부 두산이 세운 20전 전승 기록을 넘어선 남녀 통합 한 시즌 최다 연승 신기록이다.
개인 공격 지표 역시 눈부셨다. 베테랑 권한나(부산시설공단)는 4월 4일 삼척시청전에서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초로 통산 1,500골(현재 1,516골)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2012년부터 무려 14시즌 동안 코트 위에서 흘린 땀방울이 만들어낸 값진 훈장이다. 그 뒤를 이어 이효진(광주도시공사)과 강경민(SK슈가글라이더즈)이 나란히 통산 1,200골 고지를 밟으며 권한나가 이끄는 전설의 길을 뒤따랐다.
■ ‘코트의 지휘자’들이 보여준 특급 도우미 매치
화려한 득점 뒤에는 동료의 골을 완벽하게 배달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이효진은 4월 12일 부산시설공단전에서 여자부 최초로 통산 800어시스트(현재 806개)를 돌파하며 골과 도움을 모두 지배하는 특급 올라운더의 위용을 과시했다.
새로운 ‘도움 강자’로 떠오른 김아영(경남개발공사)은 이번 시즌에만 무려 137개의 도움을 올리며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강경민, 김아영, 서아영(경남개발공사), 조수연(서울시청)은 단 한 경기에서 9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는 정교한 패스 워크로 ‘한 경기 공동 최다 어시스트’이라는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 온몸을 던져 골문을 사수한 ‘통곡의 벽’들
골키퍼들의 선방 쇼 역시 매 경기 관중석의 데시벨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남자부에서는 인천도시공사의 든든한 맏형 이창우 골키퍼가 2월 5일 상무 피닉스전에서 남자부 최초 통산 2,000세이브(현재 2,094개)를 달성했다. 전·후반 골키퍼를 철저히 분담해 운영하는 팀 시스템 속에서, 제한된 출전 시간을 쪼개어 달성한 기록이기에 그의 베테랑다운 끈기와 꾸준함이 더욱 빛을 발했다. SK호크스의 지형진 골키퍼 역시 4월 11일 두산전에서 한 경기 7m 드로우 5개 방어라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여자부에서는 ‘역대 최다 세이브’ 타이틀을 향한 수문장들의 장외 전쟁이 뜨거웠다. 박새영(삼척시청 3월 21일)과 오사라(경남개발공사 3월 22일)는 단 하루 차이로 각각 역대 2호, 3호 통산 2,200세이브를 돌파했다. 현재 박새영(2,282세이브)과 오사라(2,261세이브)는 은퇴한 레전드 박미라의 역대 최다 기록인 2,613세이브를 정조준하며 다음 시즌 더 치열해질 수문장 대결을 예고했다.
한국핸드볼연맹 관계자는 “핸드볼 특유의 빠른 공수 전환과 화끈한 득점 장면에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더해지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극대화됐다”며 “우빛나 선수의 구속 신기록을 비롯해 이번 시즌 쏟아진 수많은 대기록은 한국 핸드볼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