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37) 제주 SK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가 지난해 8월 제주 U-18(18세 이하) 코치로 등록한 뒤 실질적인 지도 활동은 해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 높은 단계의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있어 필수 요건인 ‘지도 경력’을 채우기 위한 꼼수다.
‘MK스포츠’가 대한축구협회(KFA)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자철은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구자철이 제주 U-18 코치로 등록한 건 지난해인 2025년 8월이다. ‘MK스포츠’ 취재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구자철의 업무는 일반적인 유소년 코치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MK스포츠’는 제주 구단을 통해 구자철의 견해를 듣고자 유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자철은 구단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제주 관계자는 “구자철은 현재 구단뿐 아니라 제주도 유소년 축구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다”며 “U-18 팀과는 2주에 한 번 정도 미팅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확인 및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U-18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물음엔 “실전 지도엔 나서고 있진 않지만 구단의 유소년 개혁과 발전을 위해 상당히 힘쓰고 있다”고 했다.
# 명확하게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는 구자철
구자철은 현재 축구 행정가다.
구자철은 2025년 1월 선수 은퇴 후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단의 유소년 시스템 및 훈련 프로그램 연구, 유소년 선수 교육 및 육성 프로그램 관련 소통, 유소년 해외 연수 가교 구실, 제주 외국인 선수 영입 스카우트 등 다양한 업무가 구자철에게 주어졌다.
구자철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턴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올라섰다.
제주 관계자는 “구자철이 맡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는 선수단 운영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단장, 감독 등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바꿀 것이 있으면 바꾸기도 하는 역할”이라며 “구자철은 유소년 쪽에도 계속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소년 선수 계약도 구자철이 중심에 서서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구자철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자철은 지난해 9월부터 FC 바이에른 뮌헨과 로스앤젤레스 FC(LAFC)가 합작한 조인트 벤처 R&G(레드 앤 골드 풋볼)의 아시아 총괄을 담당 중이다. 구자철은 제주가 뮌헨, LAFC와 협업 관계를 맺는데 가교역할을 해낸 것으로 알려진다.
구자철은 8월 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제주와 뮌헨의 친선경기를 성사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구자철은 제주 U-18 코치로 등록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방송에도 활발히 출연했다. 한 종편 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축구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고, 지상파 축구 특집 방송과 지역 방송, 유튜브 등에도 적극 나섰다.
# 제주 U-18 코치 등록은 A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것인가
구자철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해 VfL 볼프스부르크, FC 아우크스부르크, FSV 마인츠 05(이상 독일), 알 가라파 SC, 알 코르 SC(이상 카타르)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구자철은 2022년 3월 친정 제주로 돌아와 2024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구자철은 연령별 대표(U-20~23)로 U-20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을 경험했다. 성인 대표팀에선 두 차례 월드컵과 세 차례 아시안컵에 나섰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엔 대한민국 최연소 주장으로 출전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대한민국 남자 축구 최초 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구자철은 A매치 76경기에서 19골을 기록했다.
구자철이 선수 은퇴 후 축구계에서 무슨 일을 하든 개인의 자유다. 어떤 직책을 맡고, 어떤 방송에 출연하든 문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코치 등록을 해놓고 정상적인 코칭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한국 축구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인 ‘공정성’이 결여된 행위로 볼 수 있다.
특히나 구자철은 보통의 축구인이 아니다.
구자철은 국민의 큰 사랑과 신뢰를 받는 축구인으로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야 할 재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KFA 지도자 교육 규정 제10조(AFC A급 지도자 교육 및 자격 부여)에 따르면 구자철은 [우대 차수]를 적용받는다. 구자철이 A급 자격증을 따려면 B급 지도자 자격 취득일로부터 만 1년 이상이 경과하고, B급 지도자 자격 취득 이후 ‘1년 이상의 지도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
‘자격 취득 이후 1년 이상의 지도 경력’이 핵심이다.
‘MK스포츠’는 지난 1년 동안 제주 U-18 팀의 경기 일정을 확인한 뒤 제주 U-18 팀과 맞붙었던 복수의 팀에 공통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U-18 경기에서 ‘제주 U-18 코치 구자철을 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복수 구단 관계자의 답이 같았다.
해당 관계자들은 “구자철이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냐”며 되물은 뒤 “구자철이 유소년 코치로 등록되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과 제주 U-18 팀과의 경기에서는 물론이고 대회장에서도 구자철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K리그 A 구단 관계자는 “사람들이 유소년 지도자를 굉장히 쉬운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유소년 지도자의 삶을 제대로 알면 절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부터 가르쳐야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성인인 프로 선수를 가르치는 것보다 힘들면 힘들지 절대 쉽지 않다. 정상적으로 U-18 코치 생활을 한다면,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는 물론이고 방송 활동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해당 관계자는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앞의 관계자는 겸업으로 유소년 지도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유소년 지도자라고 해서 단순하게 축구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프로처럼 일주일 단위로 경기 분석, 회복 및 훈련 프로그램, 다음 경기 계획 등을 짜야 한다. 월별, 분기별 계획도 필요하다. 학생선수는 물론이고 학부모 상담도 해야 한다. 보통 골키퍼 코치는 1~3학년 골키퍼들의 면담을 맡고, 막내 코치는 1학년, 중간 코치가 2학년, 수석코치가 3학년을 상담해서 면담서를 작성한다.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서 만들어야 할 서류도 여러 개다. 훈련 일지, 개별 상담 일지 등을 작성해서 유소년 팀과 연계된 학교, 교육청 등에 제출해야 한다. 구단에도 이를 낸다. 학생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진로다. 유소년 지도자들은 학생선수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밤낮없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팀 합숙이 있을 땐 당직도 선다.”
# “기사가 나가면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다.”
해당 취재를 진행하면서 몇몇 구단 관계자로부터 우려의 메시지인지 경고의 메시지인지 다소 헷갈리는 얘기를 들었다.
B 구단 관계자는 “이걸 꼭 취재해서 기사로 써야겠느냐”면서 “기사가 나가게 되면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하게 말하면 구자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걸 문제 삼으면 K리그 모든 구단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구자철은 축구계 선배들이 해온 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축구의 뿌리 깊은 관행이다. 구자철보다 선배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꽤 많은 스타가 은퇴 후 유소년 코치 등록만 해놓고 제대로 된 코칭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P급까지 땄다. 어디 그 사람들뿐이겠나. 코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꼼꼼하게 따지면 P급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 상당수가 위험할 수 있다. KFA에서 이를 징계한다고 하면, P급 지도자 상당수가 날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MK스포츠’는 몇몇 구단 산하 유소년 지도자에게도 연락을 취해 익명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단을 통해서도 유소년 지도자들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익명 인터뷰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축구계에 계속해서 몸담아야 하는 만큼 혹여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MK스포츠’는 방향을 바꿔 유소년 지도 경험이 있는 지도자 C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C 씨는 “편하게 얘기하겠다”면서 “문제로 삼으면 문제인 것이고, 문제 삼지 않으면 관행이란 이름으로 계속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C 씨는 스타 출신들이 지도자 단계를 성실하게 거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간단하다. 유소년 지도자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스타 출신이 느끼기에 유소년 지도자의 월급은 황당한 수준일 거다. 그들이 선수 시절 받던 금액과 비교가 안 된다. 너무 적을 거다. 프로 산하 지도자를 할 바엔 자기 이름을 내걸고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게 수익 면에서 훨씬 낫다.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게 되면 배우고 인내해야 할 것도 많다. 특히 학생선수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도 어렵지만, 학부모를 대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뉴스나 신문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고충을 보지 않나. 교사들 못지않은 고충에 시달리는 곳이 유소년 축구계다. ‘우리 아이가 왜 후보로 밀린 거냐’, ‘우리 아이가 왜 이 포지션에서 뛰는 거냐’는 등의 질문은 물론이고 자기 뜻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겁박하는 일이 꽤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스타 출신이 이런 걸 참으면서 단계를 거치겠나. 유소년 단계에서 피땀 흘리는 지도자들은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거나 선수로 성공하지 못해 지도자로라도 성공하길 바라는 간절한 이가 대다수다. 그런 이들은 자그마한 실수 하나로 일자리를 잃어버린다. 그러니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일부 스타 출신은 코치 등록만 해놓고 시간만 보내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적당히 시간을 채우고 P급을 따면 프로구단 감독 제안까지 받는다. 누구나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좋은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K리그 D 구단 관계자는 ‘MK스포츠’의 취재 과정에서 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D 구단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경기인 출신들이 자신의 이름을 유소년 코치로 등록한 사례가 꽤 있다”면서 “지금은 사무국 직원으로 일하지만 추후 지도자 활동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하고 프로축구단 사무국에 들어와서 코치 등록만 해놓고 A급까지 따는 걸 직접 봤다. AFC가 공인하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데 지도 경력이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던 거다. 스타 출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계의 뿌리 깊은 심각한 사안이다. 여러 축구인이 ‘한국엔 좋은 지도자가 없다. 선수 시절 경험에 의존해서만 가르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들 역시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빠른 길로만 가려고 한다. 이 판에선 정직하게 단계를 밟으며 노력하는 지도자가 바보”라고 꼬집었다.
해당 관계자는 덧붙여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행위가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를 문제 삼으면 ‘다들 그렇게 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너만 조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이다. 설령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코치 등록을 취소하면 그만이다. 심지어 다른 선수 출신에게 ‘너도 이름 올려라. 안 걸린다’고 얘기하는 것까지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사무국에서 자기 일을 똑바로 하겠나. 일수 채워서 자격증을 따면 지도자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곳곳에 문제가 너무나 많다.”
# 지도자 육성 과정에서의 관리 감독, 어려운 것인가 방관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 자격증은 총 5단계로 나뉜다. KFA D급(KFA 4급)→AFC C급(KFA 3급)→AFC B급(KFA 2급)→AFC A급(KFA 1급)→AFC P급(KFA P급)이다.
현재 KFA 지도 규정에 따르면, 일반인은 D급부터 차례를 거쳐야 하지만 국내·외 프로 무대에서 5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 출신은 B급까진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프로 무대에서 5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 출신에게 지도 경력이 요구되는 단계는 A급 획득 과정부터다. 구자철이 밟고 있는 단계다.
‘지도 경력’ 확인 방식의 구체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유소년 축구계엔 파트타임 형식으로 팀과 계약을 맺어 활동하는 지도자도 상당수다. 일정 기간이나 대회 때만 코칭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1년 동안 코치로 지도 경험을 쌓든 1년 내내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을 하든 현 제도에선 똑같은 ‘지도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지도 경력을 일일이 확인하고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KFA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맞다”면서 “구자철이 가지고 있는 B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자만 3천 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지도자 자격증 취득 인원은 2~3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코칭을 일일이 감시하거나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KFA 상위 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에도 허위 등록의 감시, 검증 방식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다”고 했다.
다만 ‘지도 경력’을 문제 삼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KFA 관계자는 “이런 식의 등록에 관해서 신고가 들어온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KFA가 공식적으로 지도자 활동 증빙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고가 들어온다고 해서 100% 허위 등록인 건 아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증빙을 요구하니 몇 달 치 훈련 기록과 영상을 제출해서 지도 경력을 인정해 준 사례가 있다”고 했다.
KFA 관계자는 덧붙여 “아마추어 팀들의 경우 예산 등의 문제로 파트타임 형식의 코치를 쓸 때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와서 지도한다던가 대회 때만 와서 지도하는 형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허위 등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증빙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음 지도자 차수 교육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지금까지의 등록 이력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했다.
철저한 관리 감독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면, ‘강력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축구계는 인력 구조상 KFA에서 모든 지도자를 관리 감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한다. 지도자 수는 물론이고 유소년 클럽 수가 너무 많아졌다.
K리그 E 구단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이름만 올려놓고 시간만 채우는 유소년 지도자 적발 시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적발 시 5년 이상 축구계 취업을 금지한다’는 처벌 규정이 있으면 지금처럼 ‘이름만 올려놓는 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할 거다. 최소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성실하게 땀 흘리는 이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되지 않나. 축구인들이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해 온 걸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좋은 지도자가 나온다”고 제언했다.
KFA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장 명확하게 답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여러 요소를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고 답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