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의 경기 후 클럽하우스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원하는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 한 시즌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까지.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 4차전이 끝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클럽하우스도 그랬다. 월드시리즈 2연패 팀 LA다저스 상대로 잘 싸웠지만, 이날 4차전에서 1-4로 지면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작별을 앞둔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던 김하성은 “항상 시즌에는 끝이 있는 법”이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4차전을 벤치에서 지켜봐야했던 그는 “나에게도 엄청 아쉬운 것이 많은 한 해였다. 많이 힘들었던 거 같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며 지난 한 시즌을 돌아봤다.
어떤 것을 배웠는지를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야구뿐만이 아니라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인내하는 것도 배우고, 혼자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그랬다”고 답했다.
2026년은 김하성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시작부터 꼬였다. 1월 오프시즌 기간 도중 한국에 머물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재활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정상적인 캠프도 소화하지 못했는데 재활경기 2주 만에 빅리그에 복귀했다. 순위 경쟁이 급했던 구단은 복귀한 그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12경기 47타석 만에 그를 주전에서 제외했다.
이후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 백업 유격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7월 한 달은 온전히 재활 경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8월말 다저스와 홈경기에서 나온 대타 끝내기 안타는 그나마 최악의 결말을 피하게 해줬다. 9월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을 되찾았고,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온전한 신뢰를 얻지는 못했다. 포스트시즌 그의 역할은 딱 좌완을 상대하는 것까지였다.
“(시즌이) 최악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은 그는 “이런 힘든 시기가 있기에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더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더 크게 보면 결국 지난 2024년 9월 심해진 어깨 부상이 시작이었다. 이후 김하성은 어깨 관절와순 파열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았고, 2025시즌은 그 부상의 여파에 시달렸다. 이번 시즌도 손가락 부상의 여파가 있었다.
그는 “어쨌든 큰 수술을 두 번 했고, 몸의 밸런스나 이런 것이 무너진 거 같다. 이번 오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갈릴 거 같다. 이번 오프시즌 계획을 잘 짜야할 거 같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애틀란타와 1년 2000만 달러 계약이 끝난 김하성은 이제 FA가 됐다. 상황은 좋지않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시장에 나온 것도 모자라 ‘직장폐쇄’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그에게는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즌이 끝난 그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여러 가지 열린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말을 이은 김하성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가봐야 알 거 같다. 오프시즌 기간 에이전트와도 상의하고, 가족과도 상의해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그래야 향후 거취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최우선 과제는 여기(미국)에 남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대화를 해봐야 할 거 같다. 딱히 정해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이 적었던 것과 관련, 부족한 시간을 윈터리그에서 채울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그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도 관계를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실망스러웠던 시즌, 누구보다 괴로웠을 이는 선수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 본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올해 내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아 실망하신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이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 질책과 힘든 일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거라 생각한다. 내년에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해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애틀란타(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