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청용(볼튼), 그러나 지금까진 전혀 이청용답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에선 골도 곧잘 터뜨리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으나, A대표팀에선 신통치 않았다.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는데, ‘푸른 잠용’이 승천할 지는 크로아티아전의 최대 관전포인트이기도 하다.
2011년 여름 큰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 치료를 받았던 이청용은 지난해 늦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실크로드 원정에 나서는 최강희호의 부름을 받았다.
예의 화려한 날갯짓을 기대했지만 이청용은 침묵했다. 15개월 만의 A매치 복귀전이었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선발 출전해 55분을 뛰었다. 일찌감치 오른쪽 날개로 낙점됐으나 가진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활기찬 몸놀림이나 시원스런 돌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상 없이 복귀전을 마친 이청용은 “많이 힘들었으나 그래도 나름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그를 짓눌렀던 부담감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1달 후 이란 테헤란에서 한 번 더 기회가 찾아왔다. 최강희 감독은 공개적으로 기대감을 표명했으나,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이청용은 선발이 아닌 교체로 뛰었다. 그마저도 21분을 뛴 게 고작이었고, 승부의 추가 기울어져 그가 이렇다 할 보여준 것도 없었다. ‘숨바꼭질’을 한 듯, 그라운드 위의 이청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 2경기였다. 출전시간은 합쳐 76분이었다. 풀타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물론, 이걸로 돌아온 ’국대’ 이청용의 모든 걸 평하기 어렵다. 더욱이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의 최대 승부처였다. 이청용은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자신도 잘 해야 하지만, A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 및 책임감이 컸다. 그렇지만 개인 플레이도 아쉬웠고, 팀도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청용에게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만큼은 다르다. 우선 이청용의 몸 상태는 많이 올라왔다. 앞선 두 번의 소집 때는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출장 기회가 적었다. 몸 상태나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청용은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챔피언십 무대에서 골을 펑펑 터뜨렸고, 볼튼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예의 모습을 점점 되찾아갔다. 그를 괴롭혔던 부상 통증도 이젠 싹 사라졌다.
오는 6일 런던의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은 이청용에게 명예회복의 장이다. 무대도 안성맞춤이다. 지난 두 번의 경기는 환경적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청용이 오랫동안 지낸, 익숙한 안방에서 뛴다.
A대표팀 입지도 다지면서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도 보답해야 한다. 이근호(상주 상무)는 군사훈련 때문에 제외됐고, 경쟁자인 손흥민(함부르크)은 최전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최강희 감독은 유럽파 중심으로 경기를 치르겠다면서 이청용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청용으로선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예년처럼 제대로 뛰어놀아야 한다. 이청용의 부활은 앞으로 험난한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 과정을 소화해야 하는 최강희호가 가장 희망하는 바일지 모른다. 지지부진했던 ‘국대’ 이청용은 ‘볼튼’ 이청용처럼 영국땅에서 마침내 하늘 높이 날아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