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시카고) 김재호 특파원] 23일(한국시간)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격돌하는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두 팀은 모두 가장 마지막에 치렀던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승 2패에서 6차전을 맞이한 것은 지난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상대로였다.
지금처럼 그때도 6차전은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열렸다. 컵스는 선발 마크 프라이어의 호투를 앞세워 7회까지 3-0으로 이기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8회초에만 8점을 허용하며 거짓말같은 역전패를 허용했고, 결국 7차전까지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8회초 1아웃 2루에서 나온 한 장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루이스 카스티요의 파울 타구가 구장 좌측 담장 근처로 날아갔고, 컵스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가 글러브를 뻗었지만 스티브 바트맨이라는 이름의 팬이 이를 낚아챘다. 알루는 격분했고, 아웃 기회를 놓친 컵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스티요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후 안타와 실책이 이어지면서 프라이어가 강판됐다. 카일 판스워스가 구원 등판했지만, 불붙은 플로리다 타선을 막을 수 없었다.
월드시리즈까지 가는 아웃 5개를 남기고 무너진 이 경기는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세간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타구를 낚아채 원흉이 된 바트맨은 이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해야했다.
다저스는 지난 2013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승 3패로 몰린 가운데 6차전을 맞이했다.
지금처럼 그때도 6차전은 원정, 선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였다. 이날 커쇼는 4이닝 10피안타 2볼넷 5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3회 맷 카펜터를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타를 허용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3회 카펜터의 2루타를 시작으로 5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4실점한 커쇼는 5회 야디에르 몰리나, 데이빗 프리즈, 맷 아담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이후 강판됐다. 커쇼가 무너진 다저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로널드 벨리사리오, J.P. 하웰 등 불펜 투수들이 올라왔지만, 불을 끄기에는 불길이 너무 셌다.
결국 0-9로 패하며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바라만 봐야했다. 당시 다저스 감독이었던 돈 매팅리는 그해 12월 윈터미팅에 참석한 자리에서 "상대의 1, 3루코치를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다"며 시리즈 당시 세인트루이스 코치들이 사인을 훔치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호세 오퀜도 3루코치에 대해서는 "내가 사인을 낼 때 항상 나를 쳐다봤다"고 주장했다.
다저스는 지난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로 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커쇼는 다음 해 같은 팀을 상대로 등판한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도 7회 무더기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세인트루이스가 사인을 훔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었다.
유리한 쪽은 컵스다. 4, 5차전을 연달아 승리하며 분위기를 탔다. 1승만 더하면 시리즈가 끝난다. 2003년같은 '대형사고'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절대 유리하다.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월드시리즈 진출은 시즌 내내 우리의 목표였다. 이제 아주 가까워졌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5차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평소 시즌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커쇼만 믿고 6차전에 나서는 다저스는 지난 2013년같은 악몽이 커쇼에게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리가 한 경기 뒤져 있지만, 우리는 (이번 시리즈) 원정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앞선 시리즈에서도 원정에서 두 경기를 이겼다. 6차전은 이전과 별개로 한 경기로서 집중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쉰 커쇼가 있기에 느낌이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 팀은 지난 2차전과 동일한 선발 투수다. 다저스는 커쇼가 나오고, 컵스는 커쇼가 '이 시대의 그렉 매덕스'라 극찬한 카일 헨드릭스가 나온다. 이날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9시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