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여기 한 타자가 있다. 그의 타율은 0.340. 최근 10경기로 축소해서 보면 타율은 0.526까지 올라간다. 라이벌전 경기에서는 한 경기 4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투수리드의 마술사’ ‘투수들의 아바타’ 등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투수리드로 극찬을 받으며 동시에 얻어낸 성과. 이는 LG 트윈스 베테랑 포수 정상호(36)가 선보이는 반전의 이야기다.
정상호의 올 시즌 활약이 심상치 않다. 주특기인 투수리드와 도루저지는 기본이고 약점이었던 타격에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당장 근래 경기만 살펴봤을 때 그 폭은 더욱 놀랍다.
다시 강조하는 정상호의 현재 타율은 0.340이다. 아직 53타석에 불과하지만 그의 포지션과 그로인한 출전횟수를 생각한다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최근 10경기로 줄여본다면 0.526까지 뛰어오른다. 불규칙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매 경기 높은 안타 확률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몰아치기도 자주 나온다. 일주일 사이 두 번이나 멀티히트를 터뜨렸고 심지어 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4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정상호가 3안타 이상을 기록한 것은 데뷔 이래 전날 경기 전까지 총 15번. 2011년 6차례 기록하며 가장 많았고 LG 이적 후인 지난해는 1번 기록했다. 4안타 경기는 데뷔 두 번째다. 첫 번째 4안타 경기는 SK 시절인 2011년 7월26일 사직 롯데전이었다.
일시적인 상황일지도 모르나 분명한 것은 정상호의 현재 타격감이 뜨겁다는 점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정상호는 2016시즌 당시 4월과 5월 내내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LG에서 그다지 좋은 첫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잔부상과 타격부진이 겹쳤고 침체기가 길어지자 장점이던 수비력과 투수리드까지 묻히기 일쑤였다.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서 크게 만회했지만 매해 후반에만 잘하는 선수가 될 수는 없었을 터.
정상호(사진)의 본업은 투수리드. 그의 안정적 리드 속 LG 마운드는 8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무엇이 그의 타격감을 이렇게 바꿔놨을까. 정상호는 6년 만에 4안타를 때린 소감을 묻자 “아 그래요?”라고 살짝 놀라워했다. 그러더니 “수비 쪽을 집중하다보니 공격도 잘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심리적인 부분을 꼽았다. 정상호는 “편해진 것 같다. 지난해는 (이적 후) 첫 해이니 심리적으로 다소 그랬지만 올해는 많이 편해졌다”고 변화의 주된 부분을 설명했다. 정상호는 “조금이나마 팀 공격에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게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다”고 거듭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아는 것처럼 정상호의 장기는 투수리드에 있다. 유일한 2점대로(2.78) 리그 단연 팀 평균자책점 1위인 LG 마운드에서 정상호의 역할은 대단하다. 정상호와 호흡을 맞추는 류제국, 임찬규 등 LG 투수진은 매 경기 그의 투수리드를 극찬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런 정상호가 타격까지 살아나며 LG 하위타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 마운드가 쉽게 승부하지 못할 정도의 역할을 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상호 효과인지 LG는 최근 5연승, 8일 현재 리그 3위를 달리며 초반 확실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미래 포수기대주 자원이 즐비한 LG 입장에서 베테랑 정상호의 타격에서 활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다지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