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팥빙수와 수박 그리고 냉면의 계절, 여름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은 지난해만큼이나 덥고 강수량은 더욱 줄어든다. 6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으며 7,8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는 게 올 여름 기상 전망이다.
6월부터 KBO리그는 주말 오후 2시 경기가 폐지되고 토,일요일 경기 모두 오후 5시에 열리고 있다. 기온이 더욱 상승하는 7,8월에는 주말 경기도 오후 6시로 밀린다. 낮 경기가 사라지면서 ‘여름야구’도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날씨 변수는 매년 KBO리그를 관통하고 있다. 특히 여름 무더위는 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올해 역시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름야구와 관련된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전통의 여름 강자 ‘여름성’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던 2011~15시즌 ‘왕조’ 삼성의 분수령은 대개 여름이었다. 거의 매 시즌 패턴은 비슷했다. 시즌 개막 이후부터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였던 건 아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팀 순위도 상승했다. 여름을 잘 난 덕분에 삼성은 ‘가을’에 먼저 안착할 수 있었다.
6~8월 성적 기준으로 2011시즌 1위, 2012시즌 1위, 2013시즌 3위, 2014시즌 2위, 2015시즌 1위였다. 여름 성적은 최종 1위 등극에 큰 영향을 줬다. 팀이 초반에 여러 악재 속에서 고전할 때도 ‘여름이면 올라간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2011시즌 5월을 마쳤을 때 25승 2무 20패 승률 0.556으로 1위 SK에 3.5경기 뒤져있었다. 그러나 6월 15승 7패 승률 0.682를 거두면서 SK를 2위로 밀어내고 승차 1경기 앞선 1위로 등극했다. 2012시즌에도 5월까지 43경기 21승 1무 21패 승률 0.500으로 8개 구단 중 6위. 5할 승률은 맞췄지만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6월 15승 1무 9패 승률 0.625로 월간 1위를 차지했다. 6월말에는 36승 2무 30패 승률 0.545로 1위 롯데에 0.5경기 차 뒤진 2위. 7월에는 14승 3패로 월간 승률이 무려 8할대(0.824)까지 치솟았다.
2014시즌도 5월 승률 0.826(1위)의 기세가 6월(0.667, 2위)-7월(0.650, 2위)까지 이어졌다. 2015시즌에는 6월 승률 0.524(5위)로 약간 주춤하는 듯하더니 7월(0.667, 1위)-8월(0.625, 2위)에도 치고 나갔다.
지난해부터 성적은 곤두박질쳤지만 ‘여름성’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삼성은 올 시즌 6월 10경기서 6승 4패 승률 0.600을 거둬 두산과 함께 월간 승률 2위를 달리고 있다. 6월 전까지 5.5경기였던 9위 kt와의 승차도 2경기까지 좁혀졌다.
NC 박석민은 여름에 불을 뿜는 대표적인 타자다. 사진=MK스포츠 DB
◆박석민·김태균·유희관…여름이 기대되는 선수들
NC 다이노스 중심타자 박석민은 6월로 넘어오면서 시즌 큰 전환점을 맞았다. 4,5월 타격 순위 상단에서는 박석민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4월 타율 0.204, 5월 타율 0.184로 5월까지 시즌 전체 타율이 0.188. 2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6월은 다르다. 9경기 타율 0.345 3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72로 부쩍 상승했다.
박석민은 6월이 시작되자 “이제 6월이니 잘 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잘한다고 말하고 다녀야 정말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노리기도 했지만, 가슴 한편에는 6월 그리고 여름 성적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최근 5시즌 6~8월 성적을 보면 2014시즌을 제외하고는 매번 상위권에 있었다.
2012시즌 63경기 타율 0.338(2위) 15홈런(1위) OPS 1.060(1위), 2013시즌 59경기 타율 0.360(3위) 9홈런(공동 10위) OPS 1.036(2위), 2015시즌 57경기 타율 0.362(6위) 13홈런 OPS 1.107(5위), 2016시즌 64경기 타율 0.350(3위) 21홈런(2위) OPS 1.090(3위).
김태균(한화)의 여름도 뜨겁다. 물론 김태균은 봄에도, 가을에도 잘 치지만 여름의 폭발력도 만만치 않다. 최근 5년 기준, 여름 타격 순위에서는 그의 이름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6~8월 성적 기준, 2013시즌 타율이 0.302로 많이 침체(?)됐을 뿐.
2012시즌 57경기 타율 0.362(1위) 10홈런(공동 7위) OPS 1.041(2위), 2014시즌 51경기 0.384(3위) 10홈런 OPS 1.107(3위), 2015시즌 67경기 타율 0.339(7위) 14홈런 OPS 1.063(7위), 2016시즌 69경기 타율 0.393(1위) 12홈런 OPS 1.113(2위)으로 매 시즌 ‘김여름’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름값에서는 다른 많은 스타들에게 밀릴지 모르지만 고종욱(넥센)도 지난 2년간 새로운 여름 강자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고종욱은 주전으로 도약한 2015시즌부터 쟁쟁한 타자들을 제치고 여름 타율이 2015시즌 0.341(12위), 2016시즌 0.355(6위) 등 새로운 여름 강자로 도약했다.
두산 유희관은 여름 성적에도 매 시즌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 시즌 두산 ‘판타스틱4’의 위용은 여름마저 꾸준했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 6월부터 8월까지 더스틴 니퍼트가 12경기 9승 1패 평균자책점 2.86으로 리그 전체 투수 중 한여름 상대팀 타자들을 가장 서늘하게 만들었다. 니퍼트 바로 뒤는 장원준이 이었다. 장원준은 13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유희관은 15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4.14(7위), 마이클 보우덴은 14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4.98(12위)을 얻었다.
이 중 유희관은 매년 여름 기복 없이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2016시즌은 2013시즌부터 이어온 성적의 연장선이었다. 2013시즌 13경기(12선발) 5승3패 평균자책점 3.46(7위), 2014시즌 15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4.74(12위), 2015시즌 14경기 10승2패 평균자책점 2.88 등 순위표 윗부분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다.
◆한여름 성적 향상은 고척돔에서
2016시즌 큰 변화 중 하나는 돔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공사 때부터 많은 문제를 지적받았고 개막 이후에도 그라운드 안에 있는 선수, 코칭스태프나 그라운드 밖의 관중에게나 여러모로 불편을 야기했다.
이러한 불만보다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건 기온이 상승하면서다. 고척돔은 빵빵한 냉방을 자랑했다. 경기 시작 약 3시간 30분 전부터 냉방 시설을 예열했고, 2시간 30분 전부터는 가동을 시작했다. 바깥 기온이 내려가기 전까지 에어컨을 가동해 평균 25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난여름 고척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올해는 과연 어떨까? 사진=MK스포츠 DB
돔의 더위 차단 기능은 가장 많은 경기가 배정돼 있는 홈팀 넥센이 가장 톡톡히 누렸다. 넥센은 2016시즌 6~8월 69경기 41승 28패 승률 0.594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승률 0.615를 기록한 NC였다.
그러나 NC의 승수가 6월 연승 동안 쏠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 내내 가장 꾸준한 성적을 올린 팀은 넥센이었다. 넥센은 달마다 편차가 적었다. 6월 14승 11패 승률 0.560(3위), 7월 14승 7패 승률 0.667(1위), 8월 13승 10패 승률 0.565(3위)로 세 달 동안 유일하게 매번 3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전체 69경기 중 원정 30경기서 16승 14패 승률 0.533(6위)를 기록한 반면, 홈 39경기서는 25승 14패 승률 0.641(1위)로 홈 성적이 두드러지게 좋았다. 전문가들은 홈에서 체력을 비축해 원정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파생 효과도 있다고 바라봤다.
원정팀들의 지친 몸도 시원하게 달래줬다. 고척돔을 찾은 원정팀들은 하나같이 “이 날씨에 시원한 곳에서 야구를 하니 정말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지붕 덮인 하늘 아래서 펼쳐지는 야구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