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상철 기자] 서로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모로코와 이란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B조에는 두 강적이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두 팀의 만남은 단두대 매치였다.
모로코와 이란에게 2018 러시아월드컵은 다섯 번째 도전이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은 손에 꼽힌다. 이란은 한 번도 없었으며, 모로코도 1986 멕시코월드컵(16강 탈락)이 유일했다. 승리의 환희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1998 프랑스월드컵(모로코 3-0 스코틀랜드·이란 2-1 미국)에서 마지막 승리를 기록했다. 20년 전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에서 ‘이변’을 꿈꾸려면, 누구를 잡아야 하는 지가 명확했다. 무승부는 의미가 약했다. 모로코와 이란은 승점 3이 필요했다.
모로코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 사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옥영화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은 이란이 37위로 모로코(41위)보다 네 계단이 높다. 그렇지만 러시아(70위)와 사우디아라비아(67위)의 개막전 결과가 말해주듯, 세계랭킹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두 팀만의 겨루기다.
눈치 싸움은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은 초반부터 뜨겁게 불타올랐다. 먼저 두들긴 쪽은 모로코였다.
전반 2분 하릿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다. 전반 3분에는 이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피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지만 지예흐의 노마크 슈팅은 빗맞았다.
모로코는 이란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암라바트는 오른쪽 측면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전반 19분에는 아즈문의 클리어 미스를 틈 타 잇달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육탄방어를 뚫지 못했다.
전반 볼 점유율 63%(모로코)-37%(이란)였다. 이란의 전반 패스 성공률은 55%에 그쳤다. 그렇다고 원사이드는 아니었다. 이란은 맷집이 강했다. 모로코가 두들길수록 단단해졌다. 전반 중반 이후에는 빠른 역습으로 모로코의 허점을 노렸다. 전반 43분 아즈문은 골키퍼와 1대1로 마주했지만 그의 슈팅은 골네트를 흔들지 못했다.
전반에 너무 힘을 쏟은 탓일까. 후반 들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란은 수비를 견고히 했으며 모로코는 이를 뚫어내지 못했다. 간간이 이란의 역습이 펼쳐지기도 했으나 아즈문의 결정적인 찬스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지 못했다.
모로코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1차전. 사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옥영화 기자
기회를 엿보던 모로코는 한 방을 노렸다. 그리고 틈이 보이자 지예흐가 후반 35분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골키퍼 베이란반드의 반사 신경이 빨랐다. 이란은 고비를 넘겼다.
0-0으로 끝날 것 같던 승부는 막판 희비가 엇갈렸다. 이란은 후반 50분 고도스가 얻은 프리킥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부하두즈가 자책골을 기록했다. 한 팀 밖에 웃을 수 없었다. 두 팀의 숙명이었다. 그리고 득점마저 너무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