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불똥…손흥민의 마지막 아시안컵은 중국에서 [이상철의 오디세이]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한축구협회(KFA)의 국제대회 유치 계획에 2023 여자월드컵은 없었다. 2019 여자월드컵 유치에 나섰으나 프랑스와 경쟁에서 밀렸다. ‘재수’를 택하지 않았다. KFA는 2023 아시안컵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201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2023 아시안컵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1년 뒤에는 공식적으로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태국, 인도네시아의 포기로 경쟁률은 한국과 중국의 ‘2대1’이었다.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유치 희망 도시를 접수해 수원, 고양, 화성, 천안, 전주, 광주 부산, 제주 등 8개 도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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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KFA 회장은 중국과 경쟁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인터뷰에서 국제 정세가 바뀌었다며 “1년 전만 해도 50%였다면 지금은 6,70%로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밝혔다.

AFC는 2023 아시안컵 개최국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애초 2017년 11월이었으나 연기를 거듭하더니 내달 4일 발표한다. AFC가 예정대로 진행했다면 어떻게 결말을 지었을까.

그 사이 국제 정서는 또 바뀌었다. 아시아축구에서 중국의 힘은 커졌다.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의원 및 AFC 부회장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달라진 판세를 느꼈을 터다.

KFA는 15일 2023 아시안컵 유치를 철회했다. 개최시기가 겹치는 2023 여자월드컵 유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현실적으로 여자월드컵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여자월드컵은 여자축구의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다만 남자축구에 비해 ‘마이너’하다. 규모, 인기 모두 차이가 크다. 여론도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축구인의 염원은 사상 첫 여자월드컵 유치보다 63년 만에 아시안컵 유치에 가까웠다.

노선도 너무 급작스럽게 바꾼 면도 있다. KFA는 여자월드컵 유치 계획이 없었다. 정 회장이 2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제의를 받은 게 발단이었다. ‘남북 공동 개최’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남북이 주요 국제대회를 공동 개최한 적이 없다. 서울-평양의 2032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를 추진 중이다. 만약 2023 여자월드컵 유치 성공 시 남북 분단 후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KFA는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단독 개최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마감 시한 내 공식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간이 촉박해 조선민주주의공화국축구협회(PRKFA)와 협의하지 못해 단독 개최 형태지만 공동 유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FIFA는 남북 공동 유치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지원을 해줄 지는 의문이다. 2023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유치는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FIFA의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KFA에게는 돌발 상황이었다. 2019 여자월드컵 유치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으나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급조하며 준비한 모양새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다. 2023 여자월드컵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일본, 호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의 FIFA 평의회의원 및 AFC 부회장 낙선에는 축구 외교의 뒷걸음도 컸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큰손이 아니다. AFC 주관 주요 국제대회 유치에 발을 빼고 공식 스폰서에도 한국 기업은 없다. 곱게 보일 리 없다.

2023 아시안컵 유치 경쟁은 그 점에서 꽤 의미가 컸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KFA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선입견을 없앨 수도 있다. 하지만 완주하지 않았다. 2023 아시안컵 유치 철회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략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이더라도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 아시안컵도 큰 대회다. 아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동안 아시안컵은 남의 잔치였다. 원정의 불리함까지 안으면서 태극전사는 반세기 넘도록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통산 두 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은 1960년 대회다. 한국에서 열렸던 대회다.

2023 아시안컵은 축구팬에게도 기대가 큰 대회다. ‘슈퍼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지성,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의 국가대표 은퇴 시기도 빨라지는 추세다. 2027 아시안컵이 열릴 때 손흥민은 35세다.

손흥민이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해 우승 경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유럽파는 빠지고 있으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당시 소속팀 레버쿠젠이 차출을 거부했다.

처음일 수 있었다. 2023 아시안컵 유치에 성공했다면, 손흥민이 63년 만의 우승을 도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치 철회로 그 도전은 ‘중국’에서 하게 됐다.

2023 아시안컵 유치를 낙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해보기도 전에 백기를 든 그림이 됐다. 2023 아시안컵 유치 선정 연기에 2023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유치라는 돌발 변수가 결국 큰 ‘불똥’을 튀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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