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8월의 마지막 주말에 이영하와 함덕주의 보직을 바꿨다. 이영하가 뒷문으로, 함덕주가 앞문으로 이동했다.
선발 19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하던 이영하가 면담을 요청해 마무리투수를 자원했다. 이후 이영하는 두 차례 구원 등판해 1이닝씩을 깔끔하게 막았다. 그의 공은 힘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숨 고르기로 간주했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단계다. 그러면서 “이영하만한 선발투수가 어디 있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선발진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두산의 사정이다. 라울 알칸타라와 유희관만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이용찬과 크리스 플렉센은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승률 1위’ 8승 투수 최원준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예년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복 있는 이승진과 선발투수로 다시 준비하는 함덕주도 아직은 의문부호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선발진에 다시 합류하기를 바라고 있다. 마무리투수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그는 “지금은 심적으로 편하겠지만 마무리투수도 압박감이 크다. 지금은 (이)영하가 좋은 결과에 만족스럽겠으나 언젠가는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힘으로 던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다음 이야기가 의미심장했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마무리투수로서) 2경기만 던졌다. 올 시즌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영하가 마무리투수를 꽤 오래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4위 두산은 정규시즌 47경기가 남았다. 5위 kt와 2.5경기 차지만 선두 NC와도 5경기 차다.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5.19의 두산은 올해 뒷문이 뚫려 놓친 경기가 적지 않다. 이영하의 존재감은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선발진이 강해야 한국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다. 그는 “우리 선발진이 튼튼하면 마무리투수 이영하도 욕심이 난다. 그런데 외국인투수를 제외한 선발진이 다소 불확실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영하의 선발투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
거꾸로 얼굴이 확 바뀐 선발진이 견고해지면, 이영하가 또 보직을 바꿀 가능성이 작다. 조만간 선발 등판할 함덕주와 플렉센이 어떤 투구를 펼치느냐에 달렸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포스트시즌까지 마무리투수를 맡을지는) 좀 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