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 무산 위기 [특별기고]

- 남측 유치위 없이 소극적 대응…북측은 방관
- 오세훈 당선·북한 도쿄올림픽 불참도 변수
- 경쟁국 호주, 7월 IOC총회서 유치 확정할 듯
[MK스포츠] Beyond the Line, Toward the Future(한계를 넘어, 미래를 향해)를 슬로건으로 내건 2032 서울-평양 올림픽 패럴림픽대회 공동유치가 ‘한계’에 부닥쳐 무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 정상이 올림픽 공동유치를 선언한 지 2년 6개월이 넘도록 유치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남측의 소극적 추진과 북측의 방관자적 자세가 맞물린데다 경쟁도시인 호주 브리즈번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호주가 오는 7월20일 도쿄올림픽(7월23일~8월8일)을 앞두고 열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확정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이 순간이 올림픽 개최지 결정의 ‘골든타임’이지만 남북한 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고, IOC 부위원장을 앞세운 호주 유치단은 승부를 결정짓는 피니시 블로를 노리는 형국이다.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가 한계에 부닥쳐 무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가 한계에 부닥쳐 무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지난 1일 IOC에 유치제안서 제출 지난 2019년 2월 부산시와 경합 끝에 2032 올림픽 남측 개최도시로 선정된 서울시는 4·7 재보선을 1주일 앞둔 지난 1일 2032 올림픽 서울-평양 공동개최의 비전과 콘셉트를 담은 유치제안서를 IOC 미래유치위원회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제안서를 통해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의 비전을 “Beyond the Line, Toward the Future”로 정하고, 5대 분야별 콘셉트를 소개했다. 5대 분야별 콘셉트는 1)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파괴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올림픽 2) 서울-평양 공동개최로 모두가 함께하는 올림픽 3) 남북이 연결되고, 동서가 화합해 평화를 이루는 올림픽 4) 첨단 기술과 K-컬처를 세계가 향유하는 올림픽 5) 연대와 포용, 선수 인권이 존중되는 올림픽 등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를 매개로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 실현이라는 IOC의 이념과 한반도의 화합을 향한 대한민국 정부의 오랜 염원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점 등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IOC에 전달했다.

IOC 지난 2월 우선 협상지로 브리즈번 선정 하지만 이번 유치제안서는 IOC가 지난 2월 25일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우선협상지로 선정, 개최지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린 서울시가 뒤늦게 존재감을 알리려는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발표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적 화합을 위한 분수령을 만드는 국가적 이벤트가 될 수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함께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자세로 올림픽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장 재보선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시켜 앞으로 서울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채택한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위한 남북 정상 간 공동 선언의 실현을 위해 오세훈 시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의 또 하나 악재는 지난 6일 북한이 발표한 7월 도쿄올림픽 불참 통보다. 북한은 코로나19로부터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번 발표가 2032 올림픽 남북한 공동유치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호주, IOC 부위원장 앞세워 도쿄 대첩 노려 반면 1956년 멜버른, 2000년 시드니에 이어 퀸즐랜드주 수도 브리즈번에 세 번째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호주는 존 코츠 국가올림픽위원회(NOC)위원장 겸 IOC 부위원장과 아나스타치아 파라스추크 퀸즐랜드주 총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년 넘게 IOC에서 활동해온 코츠 부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로 작년 7월 도쿄 IOC 총회에서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무위에 그쳤다. 그러나 존 코츠 등 호주 유치단은 오는 7월 20일 도쿄 IOC 총회에서 2032년 올림픽의 브리즈번 개최를 확정할 태세다. 올림픽 개최지는 규정상 대회 개최 7년 전(2032년의 경우 2025년) IOC 총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었으나 2019년 ‘언제라도 필요한 때’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호주의 이 같은 행보는 남북한이 전열을 정비, 한반도 평화 정착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올림픽 공동 유치전에 나서면 밀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유치위 구성해 단독유치라도 성사시켜야 따라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통일부, 외교부와 개최도시인 서울시가 이제라도 대회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전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1981년 9월의 서독 바덴바덴 IOC총회 때의 정주영 현대그룹 총수나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남아공 더반 IOC 총회 때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각각 서울 하계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결정적 역할을 해냈으나 문재인 정부는 북측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까지 2032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유치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IOC 부위원장이 이끄는 호주 유치단의 의도대로 오는 7월 도쿄 IOC 총회에서 203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논의할 경우 남북한 공동유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게될 공산이 크다. 그나마 IOC 위원이 1명도 없는 북측에게는 기대를 걸 수 없고, 이기흥 유승민 2명의 IOC 위원이 있는 남측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이들이 얼마만큼 활약할지는 알수 없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최근의 북측 행태를 보면 그들과 보조를 맞춰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유치라는 난제를 풀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서울시가 호주를 누르고 단독으로 유치한 다음 북측과 협의해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화해의 모습을 지켜봤던 IOC가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윤 원장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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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용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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