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최고참 김강민(39)은 지난 22일 LG 트윈스전에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최고령 투수 등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팀이 1-14로 뒤진 9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 145km의 직구를 꽂아 넣으며 팬들과 동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SSG 랜더스 외야수 김강민이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MK스포츠
김강민의 등판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김원형(49) SSG 감독은 당초 서동민(27)에게 8회까지 맡긴 뒤 하재훈(31)이 9회초 마운드에 오르는 운영을 계획했다. 하지만 서동민이 8회초 헤드샷 사구로 퇴장당하면서 김강민의 등판이 결정됐고 김강민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강민은 23일 경기 전 “마운드에 서보는 게 꿈이었다. 투수로 뛸 실력이 안됐기 때문에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었다”며 “불펜에서 몸을 풀고 마운드로 향하는데 정말 많이 긴장됐다.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뒤 지기 싫은 마음에 점점 세게 던졌다”고 전날 등판을 돌아봤다.
이어 “추신수는 날 보며 더 긴장했다고 하더라. 추신수가 지금 팔꿈치가 안 좋아서 그렇지 회복 후 마운드에 오르면 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강민은 2001년 프로 입단 당시 내야수로 지명됐지만 본인 희망에 따라 첫 1년 동안 투수로 뛰었지만 이듬해 곧바로 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고 2010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타 외야수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투수로 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김강민은 “이닝 종료 후 마운드를 내려올 때 팬들이 박수를 쳐주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귀가 후에도 잠을 잘 못 잤다”며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흥분된 상태가 오래 지속된 건 처음이었다. 좋은 경험을 했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1년 SK 와이번스 팬북에 투수로 소개됐던 김강민. 사진=SSG 랜더스 구단 제공
SSG 선수단 내에서도 김강민의 투수 등판은 계속 화제가 됐다. 홍보팀 관계자는 “신인투수 김강민 유니폼 마킹이 늘었다”는 농담을 던졌고 운영팀에서는 김강민의 등판 기념구를 따로 챙겨줬다.
김강민은 “기념구는 어디서 쓰던 공을 막 가져온 건 아닌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웃은 뒤 “감독님이 오늘 넌 앞으로 (투수로는) 끝이라고 하시더라. 다음 등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김강민은 다만 절친한 팀 후배 최정(34)의 극찬은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김강민은 “다들 장난을 치기 바빴는데 최정만 진지하게 공이 정말 좋았다고 정색하는 얼굴로 얘기해줬다”며 “최정의 말이 진심이었던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또 “자녀들이 아직 어려서 아빠가 뭘 했는지 잘 모른다. 대신 와이프가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줬다”며 “와이프가 식사를 차려줬는데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그래서 고기만 맛있게 먹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