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48) 한화 이글스 감독은 후반기 빼어난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좌완 김범수(26)의 성장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김범수는 지난 10일 후반기 시작 이후 7경기 7⅔이닝 4실점(1자책)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로 전반기(3승 6패 3홀드 ERA 5.76)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늘 김범수의 발목을 잡았던 볼넷이 2개밖에 없는 것도 긍정적이다.
수베로 감독은 ”김범수가 미래의 한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며 ”스로워(thrower)에서 피처(pitcher)가 된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후반기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 이글스 투수 김범수. 사진=MK스포츠 DB
김범수의 후반기 반전은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미세한 투구폼 수정이 발판이 됐다. 김범수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팀 선배 정우람처럼 투구 동작에서 공을 쥔 왼손을 글러브에 한 번 치고 던지기 시작한 뒤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글러브 치기는 2018 시즌 때 이미 시도했던 방법이다. 당시에는 실패를 맛봤지만 전반기 거듭된 부진 속에 스스로 재도전을 택했고 현재까지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범수 스스로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지 않아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좌완으로서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림에도 제구 난조로 늘 어려움을 겪었지만 투구폼 수정 이후 투구 밸런스가 안정되면서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조언과 격려도 김범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성환(45) 수비코치는 “네(김범수)가 등판할 때는 게임을 잡으려고 하는 건데 혼자 마운드에서 화를 내고 스스로 무너지지 말라”며 김범수의 팀 내 위치와 중요성을 각인시켜줬다.
김범수는 “조 코치님께서 야수들이 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화를 내면서 무너지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하셨다”며 “마음을 잘 억누르라고 해주셨는데 덕분에 잘 넘어가고 있다”고 자신의 변화를 밝혔다.
또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이제는 정말 투수처럼 던진다는 말을 해주신다”며 “전에는 야구가 안 되다 보니 누가 어떤 얘기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는 말조차 스트레스였다”고 돌아봤다.
투구 밸런스가 잡히고 심리적인 안정이 겹치면서 자신감까지 장착됐다. 전부터 가지고 있던 직구 구위에 대한 자부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까지 구사하면서 타자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김범수는 “주위에서 내 직구는 우리나라 왼손 투수 중에는 가장 좋다는 말을 하더라. 알고도 못 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직구로 타자를 잡았을 때는 상쾌함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전에는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슬라이더 제구가 안 되니 불안한 마음으로 던졌다”며 “지금은 다르다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으면 타자를 보며 ‘넌 끝났다’고 생각하고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마인드의 변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