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배우로 한국 연기사를 통째로 관통해온 이순재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고인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2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영원한 현역’이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는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끝까지 자신만의 연기 열정을 증명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연극 ‘지평선 너머’(1956)로 데뷔했다. 이후 140편이 넘는 드라마, 수많은 영화·연극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한 축을 세웠다.

특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허준’·‘상도’·‘이산’의 묵직한 연기,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코믹한 ‘야동순재’까지, 근엄함부터 유머까지 모두 소화한 몇 안 되는 배우로 남았다.

배우 인생 70년 내내 그가 가장 자주 한 말은 이것이었다.

“레디, 고! 하면 벌떡 일어나는 게 배우의 생명력입니다.” “연기에 완성은 없어요. 잘할 수는 있어도 완성은 아닙니다.”

이순재는 실제로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대사량이 200분이 넘는 연극 ‘리어왕’의 주연을 혼자 소화했고, 후배 배우들에게 항상 “배우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계 활동도 짧게 경험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문화·복지 분야에서 활동했고, 최근까지 대학에서 후배 배우들을 가르치며 마지막까지 “연기는 인생”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현재 고인의 빈소·발인·장지는 모두 미정이다.

유족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으로, 추후 공식적으로 장례 일정이 공지될 예정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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