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기사의 거목, 고(故) 이순재가 마지막 길에서 국가 최고 예우를 받았다. 윤여정·이정재에 이어 금관문화훈장(1등급) 수훈자로 이름이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저녁,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 고 이순재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고 유족에게 전달했다.
1956년 데뷔 이후 연극·영화·드라마·예능까지 전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의 품격을 끌어올린 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문체부는 “칠십 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최고참 현역 배우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았다”며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 사회적 책임까지 실천한 문화예술인의 모범”이라고 추서 이유를 밝혔다. 최휘영 장관 역시 조문 후 “선생님은 칠십 년 동안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 발자취는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앞서 이순재는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지만, 금관문화훈장은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 이후 3년 만의 사례다.
이날 빈소에는 원로 배우와 후배 배우, 방송·문화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가족의 어른을 잃었다”, “한국 연기사의 큰 산이 무너졌다”는 애도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한 준비는 그의 아내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복 명인 박술녀 원장은 25일 “사모님(최희정)께서 갑작스러운 날을 대비해 조금씩 준비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하셨다”며 “최고의 수의를 입고 편안히 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수의는 조끼·바지저고리·두루마기·소낭·손싸개·버선·복건·망건 등 총 13가지로 구성된다. 박술녀 원장은 이를 “마지막 길에 입혀드리는 전통의 예복, 습의(襲衣)”라고 설명했다.
고 이순재는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입관식은 26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사랑이 뭐길래’, ‘허준’, ‘상도’, ‘이산’, ‘보고 또 보고’ 등 140편이 넘는 드라마와 무수한 영화·연극을 남겼다. 70·80대에도 ‘리어왕’과 ‘꽃보다 할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낸 ‘영원한 현역’이었다.
생전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배우에게 연기는 생명력입니다. 평생 해도 완성은 없습니다.”
90년 동안 무대와 스크린을 지켜온 그의 마지막 길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 속에 이어지고 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