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존 확대로 선수들이 불만을 갖는다고? 선수들도 그 점을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경기 시간이 단축되는 걸 가장 반길 이들은 팬들이 아닌가. 그들이 연봉을 받고 선수로 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적응에 혼란을 겪는다고 해서 세계적인 야구 경향과 팬들의 요구를 역행하는 건 옳지 않다. 선수들도 이제 새로운 S존에 적응해서 투수와 타자 모두 더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13일 연락이 닿은 ‘대투수’ 정민태 전 한화 코치는 시즌 초 투고타저 흐름을 이끌고 있는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대해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KBO리그 전체의 경기력 발전과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오히려 늦었다는 것이 정 전 코치의 견해였다.
정 전 코치는 “우선 KBO리그가 S존 확대를 추진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공격적인 야구, 스피디한 야구, 볼넷 감소, 경기 시간 단축 등은 벌써 수년전부터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등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루고 있는 이슈”라고 S존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13일 기준(48경기) 경기당 평균자책점은 3.09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1시즌 46경기) 4.08점보다 0.99점 낮아졌다. 경기당 평균 볼넷은 2.98개(48경기)로 지난해 4.17개(46경기)보다 1.19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리그 평균 타율은 지난해 0.254에서 올해 0.233으로 OPS(출루율+장타율)는 0.729에서 0.630으로 떨어졌다.
현장에서 S존 확대에 대해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기록만 놓고 보면 확실한 투고타저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 전 코치는 “볼넷을 남발해서 늘어지는 야구가 줄고, 경기 시간이 줄어드는 걸 가장 반길 이들은 팬들이다. 야구 인기를 유지하고 팬들의 시선을 다시 야구로 붙잡기 위한 결정들이 아닌가. 이것이 왜 일부의 이익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BO에 따르면 실제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4.12 기준)은 연장 포함 3시간 7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시간 20분)보다 13분 줄었다. S존 확대가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는 확실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단순히 타자와 투수의 유불리를 따지는 ‘편가르기’의 논쟁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정 전 코치의 바람이기도 했다.
정 전 코치는 “올 시즌을 보면 확실히 S존이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높은 코스와 존의 보더라인 쪽이 더 확대됐다고 해서 모든 투수가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S존 확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투수만 가능하고, 그건 개인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제구력과 구위를 갖추지 못한 투수라면 애초에 늘어난 S존을 활용하기 어렵고, 경쟁력이 낮은 투수들은 높은 코스를 노리는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보단 투수들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정 전 코치는 “S존의 확대로 리그 전체의 볼넷과 평균자책점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게 통계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기에서 점수가 나지 않고 있거나 모든 투수가 볼넷을 내주지 않고 있나”라고 되물은 이후 “결국 시즌이 진행되면 S존에 누가 더 잘 적응하는지에 따라서 팀 간 편차는 더 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로운 S존 적응이 타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도 전했다. 정 전 코치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부진이나 어려움이 KBO 기준과는 확연히 다른 국제 S존 규격과도 관련이 있지 않았나”라며 “MLB만 봐도 한국타자들과 다르게 S존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더 유연하게 넓은 존을 공략한다. 타자들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볼 땐 더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적응까진 다소간의 혼란이 있을지라도 KBO리그 야구만 뒤처지는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정 전 코치의 생각이었다. 그는 “KBO리그는 이런 흐름을 좇는 것이 오히려 늦었다고 본다”면서 “리그 발전을 위한 결정을 선수 개인이나 팀간의 선호로 규정하기보단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경쟁력 있는 내국인 투수들, 나아가 국제 경쟁력까지 갖춘 ‘국보급 투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KBO리그 현실에서 S존 확대는 더 필요하다고 봤다.
정 전 코치는 “현역 시절은 물론이고 한화 코치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투수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이 볼넷을 내주지 않는 공격적인 운영이었다”면서 “현장에서 흔히 ‘투수는 맞아가면서 배운다’고 하는데 피해가는 투구만 하는 투수들은 결국 성장할 수 없다. 또 볼넷이 많아지면 결국 투수들의 자신감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전 코치는 “선수 개인 한 명, 한 경기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그것들이 누적된다면 결국 KBO리그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라며 “볼넷이 남발되는 경기가 늘어나는 건 또한 KBO리그 경기력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또한 정 전 코치는 “적응에 따라 팀 간의 편차도 더 커질 수 있다. 리그 전체 볼넷이 줄고 있지만 한화는 볼넷 숫자가 많다(4.01개). 이것은 아직 한화의 젊은 투수들의 수준이 그만큼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동시에 시즌 초 투수들이 유리한 경향이 분명히 있어왔던만큼 리그 전체 타자들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S존 적응이 되면 완연한 투고타저 경향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이를 지켜보고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뷰 내내 확고하고 분명한 태도로 자신의 견해를 전하던 정 전 코치는 특히 선수들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당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이 불편하고 낯설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프로선수들이 연봉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선수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바로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경기,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선수들의 몫이다. 프로선수라면 스스로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기량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되는 본질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
선배로서, 또한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 깊은 애정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동시에,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전한 대투수의 일갈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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