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故강수연, 영화인들 애도 속 영면 (종합)

‘원조 월드스타’ 배우 고(故) 강수연(55)이 떠나는 마지막 길도에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진행된 고인의 영결식이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영결식 생중계는 1만 6000여 명 이상 실시간으로 지켜봤고, 채팅창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사진=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제공
사회는 배우 유지태, 추도사는 김동호, 임권택, 문소리, 설경구, 연상호가 진행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영결식에서 유지태는 먼저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나고 있다.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했다. 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들과 영화 선후배님들이 함께 해주셨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영결식 시작을 알렸다. 다음으로 장례위원장 김동호는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은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당신을 떠나고자 한다”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연 씨는 영화계를 빛내주는 존재였다. 젊은 나이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당신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자존심을 지키고 명예롭게 스타답게 견디면서 잘 살아왔다. 지혜롭고 강한 가장이었다. 어려움 속에서 내색하지 않고, 부모님과 큰 오빠를 지극적으로 모셨고 동생을 잘 이끌어왔다. 비록 강수연 씨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서 별이 됐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바란다”라고 추도했다.



이후 대만의 제니퍼 자오 대만영화제 위원, 차이밍량 감독, 배우 양귀매의 추모 영상도 공개됐다. 그들은 슬픈 표정과 비통한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보냈다.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 편히 쉬어라”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비통한 표정으로 단상에 선 설경구는 “서럽고 비통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것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찍기 싫을 장면인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라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첫 인연이 됐고, 영화 경험이 없던 저를 잘 이끌어주셨다. 선배의 막내고 조수여서 기뻤다. 알려지지 않았던 저에게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했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후배들에게 선배는 배우들의 스타였다. 선후배를 아우를 수 있는, 그게 어색하지 않은 거인같은 대장부였다.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영화인으로 자존심도 충만했고 어디서나 당당했던 분이었다. 너무 당당해서 외로웠던 선배님,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고 비통할 뿐이다. 선배님은 잊히지 않을 별이 되어 저희를 비춰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함께해서 기뻤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며 슬픈 표정으로 추도사를 끝냈다.

추도사를 맡은 문소리는 “선배님의 소식을 들은 그날 저는 친구의 집에 있었다. 친구의 집에 있을 때 언니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망한 마음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친구가 ‘청춘스케치’ LP를 들고나오더라. 친구와 함께 한참 LP를 들었다. 여전히 당돌한 언니의 목소리가 좋아서 울면서, 웃으면서 들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영화의 세계라는 게 땅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서 많은 분과 영화 한 편 하시라. 언니 잘 가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겠다. 언니 얼굴, 목소리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서는 같은 작품을 못 했지만,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추도사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2011년 저는 독립영화제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운 좋게 상을 몇 개 받았다. 그때 칸 영화제 관계자가 말을 걸었지만 영화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강수연 선배님이 다가와 칸 영화제 관계자 하는 말을 통역해주셨다. 강수연 선배님은 이름 없는 독립영화 감독을 위해 통역을 자처했다”라며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이어 “강수연 선배님은 연기로 한국 영화를 알렸고, 한국 영화를 알리기 위해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섰다. 자기 일처럼을 정정하겠다. 마치 자신이 한국영화인 것처럼. 강수연 선배님은 그 자체로 한국영화였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라며 “제가 SF 장르 영화를 기획했다. 두려움도 컸다. 어떤 배우와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떠오른 배우가 강수연 선배님이다. 독보적 아우라가 있는 선배님과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몇 번의 만남 끝에 한 번 해보자고 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았다. 촬영을 하면서도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될지 몰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영원한 작별 대신 강수연 선배님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 고민을 해야 한다.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마지막 순간까지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져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틀 뒤 숨을 거뒀다. 영화계는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계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보였다.

한편 고 강수연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경기도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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