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까지 안 밀려고요, 아내에게 말했어요" 부용찬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MK용인]
최초입력 2022.07.18 15:16:20
최종수정 2022.07.19 09:12:31
"은퇴할 때까지 수염은 안 밀려고 해요."
OK금융그룹 리베로 부용찬(33)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3순위로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부용찬은 삼성화재를 거쳐 2018년부터 OK금융그룹에 몸을 담고 있다. 매 시즌 파이팅 있는 플레이와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 있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부용찬.
그런 그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우승이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이 부용찬도 우승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어느덧 한국 나이 34세. 은퇴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런 열망이 강하다.
부용찬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자신감 그리고 상대 선수들에게 무서운 존재로 자리 잡고 싶어서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18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MK스포츠와 만난 부용찬은 "프로에 10년 넘게 있는데 아직 우승을 못 해봤다. 얼마 전에 박용택 선수가 '우승 한번 못하고 은퇴한다'라는 인터뷰를 봤는데 나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이게 말이 되냐. 야구를 몇 년 했는데'라고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웃었다 말을 이어간 부용찬은 "어릴 때는 정상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현실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우승을 할 전력이라고 본다. 끝까지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부용찬은 지난 시즌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데뷔 후 최소 경기 출전이다.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늘 헌신, 투지 있는 모습으로 팀 수비에 크게 기여하는 부용찬의 공백은 예상보다 크게 느껴졌다. OK금융그룹은 봄배구 진출에 실패하며 5위에 머물렀다.
부용찬 역시 "지난 시즌에는 부상 때문에 고생을 했다. 예전에는 부상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이제는 노하우도 있고,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힘 빼는 방법을 알고 있다. 내 몸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 부상 관리를 해야 한다. 몸이 내 생각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행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또한 팀 분위기도 좋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비시즌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관전하러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배운 점과 보고 느낀 점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선수들도 석진욱 감독의 의도대로 주도적인 훈련, 분위기를 가져가고 있다.
그는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대화도 많이 한다. 훈련이 힘든 게 아니라 재밌다. 훈련이 다가오면 기대되고 즐거워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말을 이어간 부용찬은 "이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성적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전 경기 출전도 해보고 싶다. 팀의 존재감과 함께 나의 존재감도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라고 웃었다.
언제부터인가 부용찬은 수염을 기르고 코트 위를 나서고 있다. 면도를 안 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그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는 팬들에게 임팩트를 심어주고, 코트 건너편에 있는 상대 선수들에게 무서운 존재로 자리 잡고 싶어서다. 언제까지 기를까.
매섭게 상대 코트를 주시하고 있는 부용찬. 사진=김재현 기자
부용찬은 "전역하면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팬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에게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르기 시작했다"라며 "은퇴할 때까지 안 밀 거다. 아내에게도 말했다. 머리도 기르고 있는데 경기할 때 불편하면 자를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우승하면 미는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에 그는 "우승 공약으로 그걸 내세울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많은 팬들은 부용찬하면 이때를 떠올린다. 2014년 12월 21일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의 경기. 당시 부용찬의 소속팀이었던 LIG손해보험은 에드가와 김요한의 활약을 앞세워 천안 원정에서 현대캐피탈을 3-2로 꺾었다. 프로 출범 후 천안 원정에서만 26연패를 당해왔던 그들에게는 짜릿한 승리였다. 경기 종료 후 부용찬은 김진만(現 KB손해보험 코치)을 껴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는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부용찬은 "흑역사다"라고 웃은 뒤 "진짜 운동선수라면 그런 특별한 한순간을 위해 훈련에 임한다. 매 시즌 그런 순간이 나올 거란 보장도 없고, 선수 생활하면서 그런 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나는 행운이었다"라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