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투수의 버릇을 캐치하는 능력이 빼어나다. 요즘처럼 첨단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전력 분석 팀에서 현역 선수 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눈썰미가 좋았다.
최신 타격 이론도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했다. 새로운 방식을 놓고 선수들과 협의하며 타격 페이스를 만들어갔다. 선수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코치였다. 선수들은 심 전 코치를 '타격 장인' 이라고 불렀다.
노시환이 특유의 거포 스윙을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그런 심 위원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물었다. "노시환은 폼만 보면 홈런 30개도 가능해 보이는데 왜 이리 홈런이 적을까요?"
한화 노시환은 전형적인 거포 스윙을 한다. 그의 스윙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을 쪼갤 듯 크게 돌아나오는 스윙에는 힘이 잔뜩 실려 있다.
하지만 홈런 생산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올 시즌 97경기에 출장 했는데 홈런은 고작 6개를 치는데 불과하다. 장타율도 0.417에 머물러 있다. 0.307의 타율과 0.389의 출루율은 인상적이지만 팀에서 그에게 바라는 것은 보다 많은 장타일 것이다.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적은 한화에서 중심 타선을 맡고 있는 노시환의 장타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심 위원은 노시환의 타격 포인트에서 문제를 찾았다. 너무 정확성에 신경을 쓰다 보니 타격 포인트가 뒤에서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심 위원은 "노시환은 최대한 공을 뒤에서 치려고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치는 면적이 늘어나며 컨택트를 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노시환dl 3할 타율을 칠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팀이 노시환에게 원하는 건 큰 것 한 방이라고 생각한다. 타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다면 팀으로선 플러스 요인이 된다. 노시환의 타격 폼은 충분히 30 홈런을 칠 수 있는 폼이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타격 포인트를 조금 앞에 놓고 힘껏 당겨치는 스윙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겨 치는 스윙'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시환의 스윙을 자세히 보면 대단히 파워풀 하기는 하지만 힘껏 당겨서 타구를 만드는 비율은 높지 않다. 큰 스윙으로 밀어치는 타구가 많다.
거포라면 당연히 당겨 치는 스윙이 많아야 한다. 타자는 당겨 칠 때 자신의 파워를 모두 쓸 수 있다. 하지만 노시환의 타구는 우측으로 힘 있게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심 위원은 "포인트를 앞에 두고 당겨치는 스윙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인 앤드 아웃 스윙을 의식해서인지 당겨 치는 스윙 보다는 밀어치는 스윙이 많다. 골프로 치면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유형의 스윙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이 타격 방식을 조금 수정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진단도 했다. 모두가 어려워 하는 밀어치기가 이미장착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심 위원은 "많은 타자들이 밀어치기에 약점을 많이 드러낸다. 밀어치기를 제대로 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런데 노시환은 이 밀어 치기 능력이 이미 장착이 돼 있는 타자다. 다른 선수들보다 발전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포인트를 앞에 두고 힘껏 당겨 치는 스윙만 할 수 있다면 정말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다. 지금보다 당겨치는 비율을 10% 정도만 높이면 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노시환은 다른 타자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다들 힘들어 하는 밀어치기가 이미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어치기에 비해선 당겨치기가 훨씬 쉽다. 포인트만 앞에 두면 좋겠다. 당겨 치기만 제대로 된다면 30개 이상의 홈런이 충분히 가능한 선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아지만 팀이 노시환에게 바라는 건 3할 타율 보다는 한 방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큼지막한 한 방이다.
심 위원은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서 강하게 당겨 치는 스윙을 한다면 충분히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라고 진단했다.
시즌이 끝난 뒤 노시환이 신경을 쓰며 변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20개 수준도 아니고 30개 홈런이 가능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밀어치기는 이미 마스터를 한 만큼 당겨치기가 일반적인 선수 수준으로만 올라온다 해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노시환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노시환은 내년 시즌 세상을 놀라게 할 거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스윙 메커니즘의 작은 변화가 큰 울림을 만들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