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전통은 빗 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 감각이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행운이 따라주며 안타가 되면 타자들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다고 한다. 슬럼프 때 나오는 빗 맞은 안타는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
그 다음 방법이 약점을 극복할 때다. 좌완 투수에게 약했던 타자가 좌투수를 공략했다거나 변화구에 약한 타자가 상대 주무기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내면 그 이후부터 기운이 올라온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단지 속설만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심도 있는 분석이기도 하다.
최정이 7일 잠실 LG전서 연장 11회 초 사구를 맞은 뒤 고통에 못 이겨 헬멧을 벋어 던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런 의미에서 최정(35.SSG)의 사구 부상은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최정이 가장 약했던 부분을 깨며 홈런을 때려내, 기세가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었기 때문이다.
최정은 올 시즌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이고 있었다. 145km가 넘어가는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원래부터 그랬던 타자는 아니었다. 올 시즌에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스포츠 투아이 투구 추적시스템(PTS)에 의뢰해 최정의 패스트볼 구속별 타율을 알아봤다. 실제 최정은 올 시즌 빠른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었다.
최정은 140km에서 145km사이 구간에서 가장 강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대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최정이 구속 구간 중 두 번째로 많은 72타수를 기록했다.
최정은 이 구간에서 타율 0.347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 보다 공이 빨라지면 타율이 급락했다.
145km에서 150km 구간에선 타율이 0.212에 불과했다. 150km가 넘는 공에는 0.167로 약했다.
하지만 이 기록에는 표본이 너무 적다는 단점이 있었다. 150km가 넘는 공을 상대한 것은 18번에 불과했다. 한 시즌 토탈 기록이 그렇다.
좀 더 많은 150km대 공과 승부를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정은 최정이다.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이날 경기 9회 1사 후 터진 동점 솔로포가 그 증거였다.
최정은 LG 마무리 고우석이 던진 154km짜리 몸쪽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라이너성으로 뻗어나가 타구는 그대로 잠실 구장 외야 스탠드에 꽂혔다.
잠실 구장과 150km 이상 빠른 공에 모두 약점을 보였던 최정이 스스로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최정은 이 경기 포함, 최근 10경기 타율이 0.162에 불과했다. 이 홈런은 최정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자신이 올 시즌 가장 약점을 보였던 150km 이상이 찍힌 공을 받아쳐 만든 홈런이었다. 약점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 된 홈런 이었다. 뒤지고 있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최정도 한 시름 마음의 짐을 덜고 자신의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구 부상으로 많은 것이 흩어지고 말았다. 골절은 다행히 피했지만 몇 경기 휴식이 불가피하다. 힘껏 끌어 올린 페이스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왔다.
슬럼프 탈출은 물론 약점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휴식 기간 동안 조율을 잘 한다 해도 그 감각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최정은 강속구에 약한 타자였다. 그러나 고우석을 상대로 홈런을 친 이후론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비록 사구로 잠시 숨을 고르게 됐지만 그 감각을 잃지 않기를 SSG 모든 관계자들이 바라고 있다.
최정은 통증을 훌훌 털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 방을 친 만큼 조금은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