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대호 “사랑하는 롯데, 우승 약속 못 지켜 죄송하다” [굿바이! 대호]

“오랜 꿈이었던 사랑하는 롯데의 우승 약속을 지키지 못 지켜서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지막 시간이 왔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 롯데)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 4번 1루수로 프로 21년 야구 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너무나 아쉬운 작별이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인 올해도 141경기에서 타율 0.332(4위) 23홈런(공동 5위) 100타점(공동 4위) 178안타(3위)를 기록하며 타율-홈런-타점-최다안타 부문에서 모두 TOP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은퇴식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몇번이나 롯데 우승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다고 했다. 사진(부산)=김원익 기자
2001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의 21년 야구 인생의 마지막 경기. 한국에서는 롯데에서만 17시즌을 뛰며 1,970경기를 뛰며 타율 0.309/ 2198안타 / 374홈런/ 1424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0년 세계 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고, 타격 부문 7관왕에 올랐다.



또 이대호는 한-미-일 3개국 프로야구에서 모두 활약한 대한민국의 최초이자 마지막 타자다. 한미일 통산 2,894안타는 KBO리그 출신 선수 역대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국제 대회에서도 활약해 ‘조선의 4번타자’로 불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했다.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 일본전 역전 결승타는 아직도 팬들이 기억하는 명장면이다.

그런만큼 8일 롯데의 시즌 최종전과 동시에 이대호의 현역 마지막 경기 종료 후에는 ‘리:대호(RE:DAEHO)’라는 주제로 성대한 은퇴식이 예정돼 있다.

경기 직전 만난 은퇴식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대호는 담담히 그간의 선수 생활을 돌이켜봤다. 여러 장면과 순간, 그리고 사람들을 말하며 순간, 순간 이대호는 치밀어 오는 감정을 꾹꾹 누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내내 부산의 남자로 태어나 롯데 자이언츠의 일원으로 성장하며 꿈꿨던 ‘롯데 자이언츠를 우승 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누구보다 화려한 은퇴를 하면서도 내내 ‘죄송하다’며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던 이대호였다.

하지만 롯데의 미래, 자이언츠의 다음 시대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말하며 이대호는 직언과 애정을 담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이제 조선의 4번 타자가 아닌, 인간 이대호로 돌아가는 그의 현역 마지막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오늘 기분이 어떤가

떨리고 기대되고 아쉬운 점도 있다. 어쨌든 저를 보기 위해서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린다. 사랑받고 떠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하다.

▲출근 전 가족들이 특별한 말을 해줬나

오늘 딸이 조금 아팠다. 아빠가 은퇴하니까 딸이 긴장이 풀렸는지 새벽에 아픈 바람에 병원에 다녀오고 하느라 슬플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아직 마지막이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실감은 조금씩 하고 있었다. 은퇴투어를 조금씩 하면서 마음의 준비는 했다. 10월 8일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빨리 온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면서 웃으면서 떠나겠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팬들이 사직구장에서 기다렸다

그걸 보면서 진짜 마지막이구나 생각했다. 정말 새벽같이 오셔서 기다려 주신 모습에 너무 감사드린다. 비록 일일이 사인을 다 하진 못했지만 최대한 사인을 많이 해드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많은 분께 사인을 못 해드려서 죄송하다. 야구선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야구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팬들에게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마지막 경기서 꼭 거두고 싶은 성적이나 결과가 있을까

그런 건 없다. 올해 준비했던대로 홀가분하게 결과가 잘 나왔다. 정말 아쉬운 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정말 우승하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제 일을 덜 마치고 돌아가는 것 같아서 화가 좀 나고 속으로는 후배들에겐 짐을 맡기고 도망가는 것 같아 선배로서 미안하다. 나는 떠나지만 가진 야구 기술이나 노하우 등은 후배들과 계속 전화 통화로, 또 만나서 계속 얘기해 줄 생각이다.

▲은퇴 다음날인 내일은 뭘 할 생각인가

은퇴식을 준비하면서 잠을 많이 못 잤다. 은퇴사와 말들을 준비하면서 눈물이 많이 흐르더라. 또 딸이 새벽 내내 기침을 해서 같이 밤을 새웠는데 내일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까진 집에서 푹 쉴 생각이다.

▲경기장에서 마지막이란 실감이 들었나

사실 계속 준비하고 있었기에 솔직히 그런 느낌은 별로 못 받았다. 어쨌든 진짜 마지막으로 훈련하는 것이고, 유니폼을 입고 후배들에게 말을 해 줄 수 있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모든 말을 다했던 것 같다. 올 시즌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후배들에게 정말 많은 말을 해줬다.

▲한국 야구팬, 롯데팬들에게 많은 잊지 못할 장면을 줬는데, 선수 인생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뭔가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라든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를 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첫 국가대표를 하면서 도하 아시안게임(2006) 때 (도하참사 조기 탈락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다른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받고 좋은 경기를 했을 때는 다들 우승으로 기억해주시기 때문에 나도 전부 좋은 기억만 있다. 그런데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엔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없을 때 그 허무함이 진짜...

▲음

그런데 팬들에게 ‘알아 달라’는 말을 못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은 영광이다. 하지만 그만큼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을 거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에 대해 자유로웠으면 한다. 팬들도 좋은 성적을 원하시겠지만 성적이 나지 않았을 때도 더 많이 응원해주시면, 잘 했을 때보다 못 했을 때 조금 더 응원을 많이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롯데에서 이대호 선수의 은퇴를 기념해 기부를 결정했는데

그건 구단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것이다. 나도 와이프와 이미 약속을 했다. 2년 계약을 할 때 당시 우승 1억 옵션을 걸었다. 그런데 우승을 못하고 팬들과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더라. 은퇴투어와 사인회를 하면서 팬들이 오셔서 말씀해 주시길 ‘기부 도움 덕분에 수술을 잘 받고 건강해졌다’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우승 선물은 못했지만 시즌 종료 후에 1억을 기부해 부산에서 백혈병이나 다른 병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

▲한국에서는 못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에서는 우승을 했다. 롯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시 소프트뱅크에서 우승했을 때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소프트뱅크가 우승했을 때 너무 좋았고, 같이 고생했던 일본 팀 동료 선수들과 같이 헹가래를 하면서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때도 정말 오랜 꿈이었던 우리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면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기뻤을텐데 싶더라. 결국은 약속을 못 지켰다는 게 정말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후배들이 정말 노력해서 롯데 팬들이 원하는 우승을 꼭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또 오늘 일본에서 4년간 있으면서 응원해주셨던 팬들과, 스프트뱅크에 있을 때 응원해주셨던 팬들도 많이 오셨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은퇴 시즌 최고의 타자로 마무리했다는 자부심이 있을까

자부심보다는 어쨌든, 올해 은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난해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생각했다. 또 마지막까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항상 ‘조금 더 노력해 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좋은 모습으로 나가는 건, 생각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기회도 많이 오고 그런 덕분이다.

조선의 4번타자가 롯데에서의 17년, 야구인생 21년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야구가 다시 하고 싶어서 당분간 사직구장에 못 올 것 같다’고 했는데. 언제쯤이면 편하게 사직야구장에 올 수 있을까. (감정을 꾹 누르며) 진짜 솔직히 사직 야구장에 잘 못 올 것 같다. 오면 눈물 날 것 같아서. 다 아시다시피 제가 여기에 20년을 왔다. 그래서 사직 야구장에 뭐가 있는지도 다 안다. 후배들을 계속 응원하겠지만 여기 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고 방망이를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지금은 제가 가진 여력을 다 썼다. 많이 힘든데 남은 1경기를 끝까지 잘 하고 싶다.

▲부산 야구의 영원한 영웅인 故 최동원에 이어 이대호의 10번도 롯데 자이언츠의 영구결번으로 남게 됐다.

최동원 선배님 덕분에 야구를 했다. 선배님의 그런 정신력을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따라간다면 더 빠른 시일내에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도 (선수들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쉬고 싶다고 쉬면 팀에는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아프다고 쉬고, 쉬고 싶다고 쉬는게 아니라 그럴 때 ‘더 뛰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최초의 타자였는데, 이대호의 야구인생은 늘 도전이었나.

정말 일본을 갈 때는 다 내려놓고 갔었다. 한국에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더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이 있을 때. 잘 할 때 롯데에 와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롯데 팬들에게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롯데를 응원한) 부산 남자기 때문에 롯데의 응원을 못 이뤄서 죄인이 된 것 같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롯데 지도자로 돌아올 생각이 있나

기회가 된다면. 지금 있는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돌아와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롯데의 전 동료였던 강민호가 인터뷰 도중 은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솔직히 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다(일동 폭소). 정말 저는 강민호 선수나 손아섭 선수는 롯데에서 뼈를 묻어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떠났을 때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다. 그 선수들이 정말 함께 팬분들이 이른바 ‘비밀번호 시즌’이라고 말하는 그 시기를 겪으며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지금 롯데에 없다는 것 자체로 보석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선배로서 안타깝다. 내 뒤는 강민호라고 생각했었는데...더는 이제 롯데에서 (좋은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투수로 프로 인생을 시작했는데, 은퇴식에 투수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웃으며) 20년째 준비는 하고 있는데, 될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선 (투수로) 준비하다가 대타로 홈런을 친 기억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21년째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야구인생을 점수로 매긴다면

50점. 개인 성적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편견과 싸웠고 사랑받으면 떠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데, 내가 사랑하는 롯데를 우승시키지 못 한 것이 감점 요인이 너무 크다.

[부산=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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