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파트너’ 김재호와 이별하는 오재원 “평생 오른쪽을 맡겼던 사람” [굿바이 오재원]

“평생 오른쪽을 맡겼던 사람이다.”

2010년대 두산 베어스의 왕조를 세웠던 ‘더 캡틴’ 오재원(37)이 8일 잠실구장에서 16번째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최선이라는 표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그의 치열했던 선수로서의 야구 인생도 이제는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오재원은 2003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전체 72순위(9라운드)로 지명된 후 무려 16시즌 동안 두산맨으로 활약했다. 그는 2015, 2016, 201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두산의 ‘더 캡틴’이었으며 김태형 감독이 인정한 그라운드 위의 리더였다.

두산 오재원은 8일 잠실에서 16번째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사진=두산 제공
오재원은 통산 1570경기 출장, 타율 0.267 1152안타 64홈런 678득점 521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호와 함께 ‘두산 왕조’의 환상 키스톤 콤비였으며 경기 분위기를 지배할 줄 아는 남자였다. 최선과 열정, 그리고 투지. 이 세 가지 표현 외에도 오재원을 수식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만큼 오재원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시작은 미미했을지 몰라도 끝은 창대했던 오재원. 그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오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일찍 은퇴를 결정했지만 막상 은퇴식에 와보니 어떤 감정이 드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또 은퇴라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많은 팬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조금 되지 않는다.

▲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갈 때는 내 발로 나가고 싶었다(웃음). 두산의 직원이지만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것보다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또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구단에서 허락해준다면 말이다.

▲ 은퇴 결정 후 많은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았나.

시기가 다가오니 많은 연락이 왔다. 연락 안 한 사람들 다 적어놨다(웃음).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내 성격, 그리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다 웃으면서 보내주려고 한다.

▲ 은퇴식 때 울지 않으면 허경민이 10만원을 준다고 했다.

내 눈물 한 방울에 얼마가 걸려 있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그리고 자리에 서 봐야 알 것 같다. 대성통곡할 것 같기는 하다. 크게 웃거나 통곡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오랜 시간 두산에서만 뛰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너무 많다. 딱 하나만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나씩 생각이 날 듯하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우승(2015년)이 아닐까. 마지막 (이)현승이 형의 공까지 생각이 날 정도다.

▲ 김태형 감독도 2015년을 가장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뛴 모든 순간, 그리고 모든 날이 다 기억에 남는다. 또 소중한 형, 그리고 동생들까지 모두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순간이다. 다만 영원히 추억이라는 단어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오다가다 만날 거니까.

▲ 마지막 시즌은 다소 아쉬울 듯하다.

평생 잘할 수는 없다. 물론 성적 이야기를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남들보다 2, 3배 더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2009년부터 단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조금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하다.

두산 오재원은 ‘영혼의 파트너’ 김재호를 두고 “평생 오른쪽을 맡겼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사진=두산 제공
▲ 은퇴 후 어떤 계획을 세웠나. 꾸미는 걸 좋아한다. 여러 방면으로 생각 중이다. 유희관처럼은 아니다(웃음).

▲ 두산의 ‘더 캡틴’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우리를 왕조라고 부르지만 항상 연봉 총액이 가장 적은 팀이었다. ‘두산 왕조’는 선수들의 희생으로 만든 것이다. 그 정신을 이제는 후배들이 계승해줬으면 한다. 헝그리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두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무언가가 있다.

▲ 두산이라는 팀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다른 팀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선수, 그리고 한 사람이 열망을 가진다면 모자란 사람도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힘을 얻게 한 팀이었다.

▲ 최강야구 제의가 온다면.

야구를 하면서 안 해본 게 투수와 포수밖에 없다. 그 포지션을 너무 해보고 싶다. 무릎이 아파서 포수는 힘들 것 같다. 투수는 꼭 해보고 싶다. 마운드에서 던져본 적이 없으니 투수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내야수로 있을 때 가능했던 마인드 컨트롤이 될 수 있을지 순수한 호기심이 있다. 장난이 아니다. 만약 제의가 온다면 타자보다는 투수에 도전하고 싶다.

▲ 김재호와 오랜 시간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재호와는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는 사이다. 대화가 필요 없다. 평생 오른쪽을 맡겼던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고 무언가가 있어도 재호가 이야기하면 유일하게 따라갈 수 있다. 확신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서로 통한다.

▲ 포스트 오재원을 꼽아달라.

2군에 오래 있으면서 지켜보니 가장 아쉬운 건 전부 김재호를 따라 하려는 것이었다. 재호는 유격수의 표본과 같은 존재다. 그걸 따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이정후를 따라 하고 싶어도 이정후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실을 빨리 파악하고 또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멋을 내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닌, 또 천재라서 따라 하려는 게 아닌, 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런 부분이 두산의 정신이다.

두산 오재원은 7년 전 프리미어 12 일본전에서 멋진 배트 플립을 선보였다. 아쉽게도 아웃됐지만 그의 한방에 열도는 침묵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국가대표로서도 활약했다. 국가대표가 됐을 때는 무서웠던 기억밖에 없다. 프리미어 12가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두려웠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이 지켜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밖에 없다.

▲ 팬들이 오재원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나.

최선을 다했다는 것, 표현하기 쉬운 말이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 부분만 조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이대호와 은퇴식이 겹쳤다.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선수다. 사실 은퇴하는 날이 같은 줄 몰랐다. 은퇴 투어를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폐를 끼쳤다면 정말 몰랐고 또 죄송하고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대호라는 선수 때문에 용기와 자부심을 얻었다. 프리미어 12에서 일본과 경기를 했을 때도 그랬다.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선수다.

▲ 시즌 최종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야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걱정이다.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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