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 제게는 자부심이었습니다” [MK인터뷰]

“‘두산 왕조’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 제게는 자부심이었습니다.”

2010년대 KBO리그를 지배했던 두산 베어스. 최초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고 또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섰다. ‘두산 왕조’의 승리, 그 마지막 순간을 책임졌던 건 바로 이현승(39)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현승은 2002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전체 26순위(3라운드)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된 후 2006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총 15시즌 동안 활약했다. 총 671경기에 출장했으며 47승 44패 89홀드 56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3번의 우승을 함께했으며 2015, 2016시즌에는 마무리투수로서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두산 왕조’ 클로저 이현승이 지난 9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올해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했던 두산은 이현승에게 많이 의존했다. 2022시즌 23경기에 출전,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그가 있었기에 두산이 승리한 경기도 적지 않았다. 이현승은 지난 8일 오재원이 떠난 후 하루가 채 온전히 지나지 않은 9일 은퇴를 선언했다. 그동안 은퇴 관련 언급이 없었던 만큼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신을 보고 ‘쿨’하게 은퇴를 결정했다.



다음은 이현승과의 일문일답이다.

▲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또 나만의 운동을 했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어떤 상황이 와도 피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근데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변했다. 마음처럼 운동이 되지 않았고 또 몸 관리도 점점 힘들어졌다. 몸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그리고 경기에 나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프로는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 위주다. 그런 게 힘들다면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다.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고 또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라는 조언도 들었다. 근데 하루, 이틀 고민한다고 될 부분도 아니고 프로 선수라면 결과로 보여줘야 하지 않나. 좋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속상하기도 했다. 더 망가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일 때 떠나고 싶었다.

▲ 갑작스러운 소식에 팬들은 섭섭했을 것 같은데.

연락을 준 기자분들도 그렇고 팬분들도 많이 아쉬워하더라. 오히려 감개무량했다. 특히 팬들이 그렇게 생각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10년 넘게 두산에 있으면서 팬들과 함께 우승을 했고 또 나 때문에 슬퍼하신 분들도 있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분들이 바로 팬이다. 감사하고 또 고맙다.

▲ 오랜 시간 프로 선수로서 활약했다. 본인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린다면.

잘 모르겠다. 처음 현대에 입단했을 때는 1군 입성이 목표였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어느새 40살이 됐다(웃음).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때는 내 이름 세 글자를 다른 선수들이 들었을 때 알아줬으면 했다. 그런 부분은 그래도 충족이 됐다. 프로 선수가 됐으면 이름 세 글자는 남기고 와야 하지 않나. 우승도 했다. 나름 괜찮았던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슈퍼 스타는 아니더라도 1군에 오래 있는 선수였다.

▲ ‘두산 왕조’의 클로저라는 타이틀이 있다. 10년 안에 두산이 다시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그 부분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 한 조각이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또 그때는 다 좋았다. 타자, 투수, 그리고 프런트 지원까지 모든 게 잘 맞았다. 운도 잘 따라줬다.

▲ 두산 외 현대와 히어로즈에서의 추억도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겁이 없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을 때다. 말은 따로 안 했지만 내가 KBO리그를 씹어먹을 거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대단했다. 외국인 선수도 상관없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니 그렇지 않더라. 돌이켜보면 행복하면서도 또 아쉬웠던 때가 아닌가 싶다.

▲ 두산이란 팀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평생 잊지 못할 팀이다. 잊지 못할 추억을 줬고 내 이름 세 글자를 남기게 해준 팀이다. 배신할 수 없을 정도로 관대했던 팀이기도 하다. 잊지 못할 것 같다.

▲ 은퇴 후 계획은 세웠나.

아직 결정한 건 없다. 하루에 2000번씩 생각하는데 답이 없다. 이제 백수가 됐는데 생각만 하는 중이다.

▲ 지도자의 길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직은 없다. 누군가를 지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또 지도자가 되려면 정말 많이 배워야 한다. 기회가 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이제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운동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보통 게임을 많이 했다. 지금은 원 없이 게임만 하고 싶다. 취미도 없고 다른 사람들처럼 골프도 안 친다. 나가서 딱히 할 게 없다.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많이 할 것 같다. (▲ 어떤 게임을 하는지 궁금하다). NC 게임인데…. 리니지는 아니다(웃음).

은퇴한 ‘일반인’ 이현승은 어떤 삶을 계획했을까. 그는 “원 없이 게임을 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많은 후배를 남겨두고 떠난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위로의 한마디, 그리고 조언을 전해준다면. 두산이란 팀은 원래 강했다. 재료가 워낙 좋았고 또 기존 선배들부터 후배들까지 전부 좋은 선수들이었다. 지금은 조금 어수선한 건 사실이다. 또 전처럼 완벽하지도 않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갔다. 지금으로선 우리 후배 선수들이 ‘두산 왕조’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창피당하지 않을 정도로 잘해주기를 바란다.

▲ 올해 은퇴식을 하지 못했다. 팬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많을 듯하다.

사실 어제(8일)는 최대한 숨어 있었다. 근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팬분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보자고 해서 살짝 봤다. 보자마자 울먹거리시더라. 한편으로는 속상하면서도 또 그동안 운동을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만감이 교차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속상하다. 후회도 남을 것 같다. 은퇴를 결심했을 때는 이제 몸도 안 만들어도 되고 또 편히 쉬면 된다는 생각에 좋았다가 야구장에 들어서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감정이란 게 참 무섭다. 이 감정이 언제 진정될지도 모르겠다. 팬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또 고맙다. 어제 사인을 미처 해드리지 못한 분들에게 죄송하다. 나중에 보게 된다면 그때는 모든 분에게 마음껏 사인해드리고 싶다.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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