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cm가 넘는 장신 가드, 한국 농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선수다. 그러나 슈팅이 없다면 말은 달라진다.
원주 DB는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원정 경기에서 73-88로 대패했다. 단독 2위를 꿈꾸던 DB는 전주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특히 DB 이준희(22)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하루였을 것이다. 25분 53초 동안 9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기록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또 앞선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준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슈팅이다. KCC전에서 7개의 3점슛을 시도했고 1개를 성공시켰다. DB 전체적으로 28개의 3점슛을 시도, 불과 3개 성공에 그치며 이준희의 3점슛 난조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두경민, 이선 알바노처럼 언제든지 평균 기록을 되찾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준희의 약점은 너무 확실히 드러났다.
KCC는 이준희를 철저히 새깅 디펜스로 묶었다. 그가 슈팅 없는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통 슈팅 없는 선수들은 노마크 찬스가 오더라도 자신감 있게 시도하지 못한다. 이를 파악한 전창진 KCC 감독은 두경민과 알바노에게는 타이트한 수비를 펼쳤고 이준희는 외면했다.
결국 이상범 DB 감독조차 이준희에게 자신감 있게 슈팅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상황에도 3점슛을 던지지 않으니 호되게 다그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 KBL에는 좋은 신체 조건을 지니고도 슈팅이 없어 출전 시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오히려 확률은 떨어지더라도 과감하게 던지는 선수는 코트에 오래 서 있을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이준희와 수원 kt 박지원이다.
사실 이준희의 슈팅 약점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 선수 시절에도 장신 가드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슈팅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중앙대 신입생 때 3점슛 성공률은 13.0%(3/23).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프로에서의 2년 동안 22.0%(17/77)에 그쳤다. 올 시즌도 16개의 3점슛을 시도해 2개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12.5%다.
프로에서 벌써 3시즌, 그리고 오프 시즌은 2번이나 소화했음에도 이준희의 슈팅 약점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 빅맨도 슈팅을 장착해야 하는 현시대의 농구에서 가드가 슈팅이 없다는 건 너무도 큰 결점이다.
이준희는 훈련량이 적은 선수도, 게으른 선수도 아니다. 그러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반전의 계기는 훈련이 아닌 마인드 변화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3점슛 라인 밖에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되는 자신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
DB는 두경민과 알바노라는 리그 최고의 가드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들이 40분을 전부 책임지기는 힘들다. 두경민은 부상 이슈가 있고 알바노도 적응이 필요하다. 뒤를 받쳐줄 확실한 가드가 필요하며 이 역할을 이준희가 해내야 한다.
이준희는 KCC전에서 큰 좌절을 맛봤다. 슈팅이 없는 선수가 어떤 치욕을 느낄 수 있는지 26분 가까이 경험했다. 어쩌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경기다. 반대로 변화가 없다면 이준희를 투입할 이유가 없는 DB, 그리고 이 감독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