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속팀은 이미 전력에서 그들을 제외했다. 잔류 선언을 해봐야 크게 득 될 것이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작에 나가자니 찬 바람이 불까 두렵다. FA 신청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지만 말리는 손길도 있다.
나란히 FA 자격을 얻은 키움 투수 정찬헌(32)과 한현희(29) 이야기다.
정찬헌과 한현희는 구단으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팀의 운명이 걸린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정찬헌과 한현희가 나란히 FA 자격을 얻었다. 팀의 외면을 받은 선수들이 FA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잔류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다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정찬헌은 올 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6패, 평균 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고 하기 어려웠다.
마무리를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어 등판 일정을 조절해 줘야 한다는 약점도 있다. 불펜 활용도 어렵다.
한현희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21경기에 등판해 6승4패, 평균 자책점 4.75를 기록했다. 역시 선발로서 충실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사이드암스로 투수로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것 외에는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다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FA를 신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팀 내에서 이미 전력 외 통보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키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찬헌과 한현희가 모두 FA를 신청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키움에서 인정을 해 줄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수는 어느 팀이건 필요하게 돼 있다. 보상 선수가 문제인데 그 부분을 넘어선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봐야겠지만 FA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좋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키움에 남는 것보다는 나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단 FA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상 등급이다.
정찬헌은 B등급을 받아 보호 선수 25인 외 1명을 보상 선수로 내주면 되지만 한현희는 A등급이기 때문에 20인 보호 선수를 짜야 한다. 한현희에게는 적지 않은 장벽이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외부 팀들 중에서도 찾는 팀이 없게 된다면 제대로 된 FA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아무 대책 없이 FA 신청을 하는 것이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이유다. 자칫 FA 미아가 되면 계약 협상에서 더욱 불리해 질 뿐이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찬헌과 한현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선발 투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FA 시장의 흐름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을까.
아직 뚜렷하게 떠오르는 구단이 없는 가운데 정찬헌과 한현희의 FA 신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