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는 사실이 아니다.” SSG 랜더스가 최근 구단에 불거진 의혹에 정면 대응했다. 하지만 결국 ‘비선 실세’와 친분관계의 인사가 논란의 ‘우승 단장’ 사퇴 이후 후임 인사로 부임하면서 구단 운영에 큰 의혹을 남기게 됐다.
SSG는 14일 “지난 12일 류선규 단장이 사의를 표했고, 조직의 안정을 위해 빠르게 후임 단장을 선임했다”면서 “구단은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를 위한 적임자를 선임했다. 그렇기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선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최근 쏟아진 보도들을 적극 부인했다.
사건은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류선규 SSG 단장이 12일 돌연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류선규 단장은 “2년 내 팀 재건이 목표였는데 올해 우승으로 소임을 다했다”면서 “이제 조직에서 내 역할은 한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배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통합 우승을 이끈 당사자가 특별한 신변상의 이유 없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류선규 단장은 최근까지 외국인 선수 영입과 내부 FA 잔류 등을 진두지휘하며 SSG의 모든 공식 행사에도 참여해왔다. 그렇기에 갑작스런 자진 사임을 두고, 형식이나 결심의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실제 단장 교체설은 이미 한 차례 돈 바 있다. 시즌 후반부 나온 소식으로 ‘모기업인 신세계 그룹에서 새로운 단장을 내정하고 있다’는 소문이 야구계 내부에서 퍼졌다. 그리고 그 후임은지난해 외부에서 영입된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류선규 단장의 사퇴와 관련해 ‘SSG 내부에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와 친분이 있는 외부 인사가 비선실세로서 구단 운영에 암중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언론들의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비정상적인 사퇴 과정의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MK스포츠의 취재 결과 해당 내용은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해당 인사는 KBO를 통해 ‘자문’이라는 직함의 출입증을 발급받아 수시로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출입했다. MK스포츠 취재진 역시 최근 한국시리즈를 비롯해 경기장에서 해당 인사를 여러 차례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해당 인사는 이번 오프시즌 포수 FA 영입에 직접 개입하는 등 역할을 넘어선 월권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우승 직후 각종 내외부 행사에도 구단의 대표자격으로 얼굴을 비추는 등 여러 방면에서 구단에 구체적인 역할이 없는 인물이 다방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었다.
SSG는 “구단은 짧은 시간에 인수 및 창단을 했다. 이에 야구 원로, 관련 종사자, 미디어 관계자, 경영인, 공공기관 등 야구계 내외의 많은 분들에게 자문을 받고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야구단도 법인으로서 인사 및 운영의 주체는 분명히 명시되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분 또한 자문 역할을 해 주시는 분들 중 한 분일 뿐, 구단의 인사나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어떤 위치에도 있지 않다”며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이가 자문 가운데 1명일 뿐 구단 운영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류 단장의 후임으로 14일 부임한 김성용 신임 단장이 비선 실세 의혹의 자문과 돈독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란 점이다. 애초에 오랜 기간 야탑고 감독으로 부임했던 김성용 단장은 프로야구 구단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럽게 외부에서 영입됐고, 이미 한 차례 그룹의 개입에 의한 단장 부임설이 돈 바 있다. 그리고 그 실체는 그룹이 아닌 특정 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결국 안팎에서 불거진 의혹에도 불구하고 SSG는 김성용 단장 체제를 밀어붙였고 이는 구단의 해명과도 배치되는 내용이 있다.
SSG는 이번 해명에서 법인의 특징을 밝히며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그 대표이사와 이후 구단 운영 전반의 합을 맞출 김 단장의 부임이 실제로 이뤄졌고, 이제는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비선실세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시즌 내내 구단주의 격 없는 ‘소통’이 큰 화제가 됐고,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던 SSG가 공정성, 투명성, 정당성 등의 기본 가치를 놓치게 되면서 창단 이래 가장 큰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SSG의 모그룹은 일반 소비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소비재 판매 중심 기업이다. 그런 모태를 갖고 있는 야구단이 ‘팬’이라는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경우 불어 닥칠 역풍을 모르지 않길 바란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