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는 듯 보였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경쟁의 첩첩산중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좀처럼 길을 찾을 수 없는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은 단연 팀 내 최고인 선수다. 그리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팀을 위해 뛸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삼성 절실함의 상징 김헌곤(35) 이야기다.
김헌곤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타율이 0.192에 불과했고 출루율도 0.224에 머물렀다. 약점인 장타율도 0.241에 그치며 OPS가 0465에 불과했다.
타자로서 거의 작동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자리를 잃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모두가 “이제 김헌곤은 끝났다”고 했었다.
박진만 감독 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기회는 그에게서 멀어져 가는 듯 했다.
스프링캠프서 2군으로 분류돼 2군 캠프에서 출발해야 했다.
그러나 김헌곤의 절실함은 생명력이 다하지 않았다. 어떤 곳에서건 야구에 진심인 김헌곤의 노력은 점차 다시 그를 제 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일단 2군 캠프서 1군 캠프로 캠프지를 옮길 수 있었고 2군이 철수한 뒤에도 1군 캠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연습 경기서도 중용되며 박진만 감독의 테스트를 받고 있다.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2월28일 롯데와 연습 경기서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1안타1타점1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첫 타석에선 무사 2루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찬스에서 집중력을 보여줬다.
성적이 좋을 때도 득점권 타율이 높지 않아 평가에 상처가 났던 김헌곤이다. 하지만 이날의 첫 타석 첫 찬스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달라진 타격 메커니즘을 확인시켜 주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비 위주로 라인업을 짤 계획이기 때문에 수비가 강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좌익수 수비라면 김헌곤이 팀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외야 수비 강화를 위해선 김헌곤의 부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김헌곤도 이 부분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수비가 좋아도 기본적인 공격력은 갖춰야 한다. 김헌곤 역시 공격력을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단 최근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연습 경기서 또박또박 안타를 신고하며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피렐라와 김동엽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있다. 김헌곤은 다시 한번 절실함을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절실함으로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괴롭히며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헌곤의 트레이드 마크인 절실함은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맨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김헌곤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