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마운드 필승법 있었는데, 한국은 전략이 있긴 했나? [MK도쿄]

일본 마운드는 확실한 마운드 분업화와 시스템을 통한 필승 전략법이 있었다. 한국은 마운드 전략이 있긴 했을까?

한국 투수 엔트리 선발, 컨디션 관리 및 마운드 운영이 큰 그림에서의 계획과 세부 운용이 모두 틀렸다는 게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애초부터 실패한 마운드 밑그림과 운영 계획을 들고 나온 한국이 B조 최다실점 팀인 동시에 역대 WBC 최악의 투수력을 보여주고 있는 건, 세대교체 과정의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과 준비 부족이 동반해 빚은 참사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라운드 2경기 숙명의 일본전에서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4-13, 9점 차 대패를 당했다. 지난 2009년 WBC 1라운드 7회 콜드게임 패(2-14) 이후 14년만에 일본전에서 가장 큰 점수 차이로 패한 결과. 자칫 1점을 더 내줬다면 콜드게임 패를 당할 뻔 했다. 본선 2경기에서만 도합 21실점을 한 한국은 B조 최다실점 팀이 됐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1경기 호주전 7-8 패배에 이어, 2경기 일본전에도 4-13 대패를 당했다. 철저한 계획과 마운드 분업 시스템 하에 돌아가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보직파괴를 선택했고, 결과는 2경기 21실점이란 처참한 실패로 나타났다. 사진=WBCI 제공

반면에 10일 경기 일본의 마운드 운영은 확실한 전략하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앞서 일본 대표팀은 대회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일찌감치 선발 후보 4인을 확정해 언론을 통해 알렸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 다르빗슈 유,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그 주인공. 각각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투수 혹은 일본을 대표하는 신성과 현역 최고의 투수의 조합이었다.

이들을 본선 라운드 4경기에 차례로 등판시키겠다는 것이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복안이었고 실제로 일본은, 정확하게 로테이션을 지켜 경기에 나서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일본은 10일 한국전에 투수 총력전을 예고했고, 벌어진 점수 차이와 상관 없이 이를 지켜 칼 같은 운영을 했다. 대회 전부터 확정했던 4명의 선발 투수 가운데 1명인 다르빗슈를 선발로 내세웠고, 팀의 2번째(텐텀) 투수 1순위인 이마나가 쇼타가 나왔고, 계획했던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가 큰 점수 차에도 차례로 등판해 한국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일본은 애초에 계획했던 최고의 마운드 전략을 모두 쏟아부었다.

가장 먼저 선발 다르빗슈가 3회에만 양의지에게 투런 홈런을 맞는 등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2자책)으로 흔들렸지만 일본에는 확실한 그 다음 대안이 있었다.

일찌감치 선발에 이은 2번째 선발, 이른바 텐텀 투수 후보로 낙점했던 이마나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마나가는 지난해 평균자책 11승 4패 평균자책 2.26(센트럴리그 3위)을 기록한 투수. 올해 만 30세로 일본의 현 세대 최고의 좌완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이마나가는 그 기대를 90% 이상 부응했다. 6회 홈런을 내주긴 했지만 3이닝을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확실하게 틀어막고 경기 초반 달아올랐던 한국 타선의 불을 확실히 껐다. 오히려 선발보다 임팩트가 더 컸던 2번째 선발이었다.

그 이후 전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대표팀은 사전에 확정,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투수 운영을 철저하게 가져갔다.

투수 엔트리에 이번 대회 3명의 클로저 포함 총 5명의 구원투수를 선발했다. 또한 차세대 일본의 대들보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은 선발 자원인 다카하시 히로토를 본선 라운드에선 클로저로 기용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탄탄한 마운드 전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대회 본선 투수 운영법을 결정해놓고 뚝심 있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한국전에서 투수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대로 그대로 적용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WBCI

그리고 다르빗슈와 이마나가가 도합 6이닝을 소화한 이후 우다가와 유키-마쓰이 유키-다카하시 히로토가 차례로 등판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7회부터 점수 차가 11-4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계획했던 마운드 운영 계획을 그대로 가져간 것이다.

반면 한국의 마운드 운영은 대회 엔트리 발표 당시부터 혼란스러웠다. 애초에 KBO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총 15명의 투수를 선발하며 보직 파괴를 천명했다.

하지만 연습경기나 2차례의 일본 평가전에 이어 WBC 본선에서도 마운드 운영에 대해 특별한 원칙이나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뒤죽박죽에 가까웠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베테랑들을 중요한 상황에 불펜에서 기용하겠다는 애초 계획도 상황이 절박해지면서 어그러졌다.

무엇보다 10일 일본전에서 한 박자에서 반 박자는 늦었던 투수 기용은 일본과는 달리 뚜렷한 목적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 중반 이후부터 상대 공격이 끝나기만을 기도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벤치에서도 손을 놓은 듯 보일 정도. 본선 다른 경기 선발 등판이 유력했던 박세웅이 마운드에 오르고 나서야 겨우 콜드게임 패배를 면했을 정도로 처참한 내용이었다.

김광현 2이닝 4실점-원태인 2이닝 1실점-곽빈 0.2이닝 1실점-정철원 0.1이닝 1실점-김윤식 0이닝 3실점-김원중 0.1이닝 1실점-정우영 0.2이닝 무실점-구창모 0.1이닝 2실점-이의리 0.1이닝 무실점-박세웅 1.1이닝 무실점 등을 기록했는데, 기록은 물론 세부적인 내용과 일본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도 실망스러웠다.

이들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그간의 모습과,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고려해 본다면 과연 이 정도로 참혹한 장면들이 연출됐어야 할 일인지는 깊은 의문이 남는다. 보직 파괴가 유연한 기용과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면 모를까 말이다. 9일 호주전부터 10일 일본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표팀은 무려 21실점을 했다.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기용되는 것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투수들 스스로도 혼란스러워보였다. 9일 호주전에는 모든 투수가 대기했는데, 자신들이 언제 나올지 아는 이가 얼마나 됐을까. 정작 승부처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기용들이 속출했다.

10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총 10명의 투수를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전문 선발투수가 7명이었고 구원투수는 3명에 불과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KBO를 대표하는 선발투수 7명을 한 경기에 모두 이닝이나 순서에 상관 없이 모두 투입하고 13실점을 했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9일 호주전 역시 총력전을 펼치고도 8실점을 했다. 마운드 운영과 전략 실패 역시 꼬집지 않을 수 없다 .

이쯤되면 궁금한 건 과연 KBO 기술위원회와 이강철 감독이 이번 WBC 마운드 운영에 애초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다. 과정과 내용이 이렇게 펼쳐졌기에 애초에 계획을 알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철저한 시스템과 분업화의 체계 속에 돌아가는 일본 마운드 운영의 모습을 지켜보며 너무나 비교되는 한국의 마운드 및 벤치 판단의 수준 차에 답답함을 금치 못한 게 과연 한둘이었을까.

누군가는 10일 한국전의 그 모습들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마운드 퀄리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것 역시 매우 타당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 견해다. 하지만 그 수준 차이를 빼놓고 보더라도 한국의 전략은 좋은 평가를 받긴 힘들어 보인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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