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이와 (정)주현이가 너무 멋진 플레이를 해 줘서 흐름이 공격까지 이어졌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LG 트윈스의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김민성은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민성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7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 LG의 7-4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초반부터 김민성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LG가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만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그는 상대 선발투수 최승용의 3구 131km 포크를 공략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3회말과 5회말 각각 유격수 땅볼, 1루수 플라이로 숨을 고른 김민성은 양 팀이 4-4로 맞선 7회말 다시 날카롭게 배트를 돌렸다. 오지환의 볼넷과 문보경의 중전 안타로 연결된 1사 1, 2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자원 이영하의 2구 148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LG가 이후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김민성의 이 안타는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김민성의 결승타에는 오지환과 정주현의 좋은 수비가 먼저 있었다. 양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7회초 마운드에 있던 LG 우완 불펜 자원 유영찬은 1사 후 박계범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폭투까지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이어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재환은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양석환에게 사구를 범했다.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고, 상황은 2사 만루가 됐다. 안타 하나만 나온다면 분위기가 완벽히 두산으로 흐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유영찬은 강승호를 유격수 땅볼로 이끌었다. 분명히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유격수 오지환은 유려한 백핸드 캐치로 공을 잡은 뒤 1루로 공을 뿌렸다. 1루수 정주현이 이를 잘 포구하며 LG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김민성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기를 한 것 같다. 쉽게 이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면서 “조금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오)지환이와 (정)주현이가 (수비에서) 잘해줬다. 거기에서 흐름이 넘어왔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지환이와 (정)주현이가 너무 멋진 플레이를 해 줘서 흐름이 공격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제가 좋은 결과로 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성의 결승타가 완성되는 순간에도 오지환의 도움이 있었다. 당시 2루 주자였던 오지환은 플라이가 유력해 보일 것 같았던 타구에 상대 좌익수의 시야가 라이트에 가릴 것을 고려, 2루로 귀루하지 않았다. 이후 안타가 되자 오지환은 전력질주해 홈까지 파고들었다.
김민성은 “이닝 끝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마자 (오)지환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제 주력으로는 안 될 것을 (오)지환이가 들어왔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6회초 수비 때 1루수 이재원이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자 김민성은 그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재원은 당시 무사 만루에서 강승호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해 실점과 직결되는 실책을 범했다. 이재원은 이후 정주현과 즉각 교체됐다.
김민성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재원이가 1루수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다 보니 (실책이) 나온 것 같다”며 “하나의 실수로 마음이 아플까봐 가서 등 한 번 쳐 줬다. 그러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저도 그렇게 컸고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큰다. 다시 준비 잘해서 좋게, 잘했으면 좋겠다. 응원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멘탈관리를 잘 해야 한다. 자책하면서 자기가 안 된다고 빠져버리면 헤어나올 수 없다. 다시 돌아와서 좋은 생각, 새로운 생각으로 리셋하고 나오면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며 “야구가 그게 어렵다. 멘탈 경기다. 매일 경기를 하고 실수를 하는데, 그것을 얼마나 잘 정리하고 나오느냐에 따라 좋은 선수, 강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재원이는 좋은 멘탈을 가지고 있으니 잘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이재원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은 올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지는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그는 서서히 타격감을 회복했고, 이날 포함해 57경기에서 타율 0.283 2홈런 26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초반에 조금 적응을 못 하고 힘들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은 너무 멀쩡하고 건강하다. (염경엽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아픈 데 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수비를 커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렵다. 쉽지는 않은데 해야 한다. (감독님께서) 그 역할에 대해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내보내 주신 것이니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민성은 히어로즈를 거친 뒤 2019시즌부터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다.
김민성은 “지금 제가 (FA) 의식을 하고 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기를 많이 나가고 있으니 거기에 맞게 아프지 않고 꾸준히 나간다면 시즌이 끝나고 제가 생각을 안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부터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까지 내리 패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었던 LG. 다행히 이날 승전고로 5연승을 달리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는 베테랑들의 리더십이 있었다.
“연패도 할 수 있고 연승도 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과정에서 선수들이 일찍 끊어줘서 좋은 흐름이 오는 것 같다. 시즌 막바지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연패, 연승했던 부분을 가지고 주장(오지환)을 비롯해 (김)현수형 등 (고참) 팀원들이 잘 이끌어가고 있다”. 김민성의 말이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