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이 천하의 맨체스터 시티 앞에서 제 역할을 다해냈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20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1-3으로 역전 패배했다.
전후반 90분 내내 맨시티의 하프 코트 게임이 펼쳐졌다. 글레이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3골보다 더 많은 실점을 할 수 있었던 즈베즈다다. 그러나 그들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특히 황인범은 번뜩이는 플레이로 이적 후 첫 선발 경기를 잘 마쳤다.
황인범은 이날 즈베즈다의 중원을 책임졌다. 이적 후 첫 리그 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그는 챔피언스리그 데뷔 전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82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인 후 캉가와 교체됐다.
프리시즌을 온전히 보내지 못한 황인범이다. 6월 이후 제대로 된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국가대표 평가전 외에는 설 자리가 없었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45분을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맨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황인범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확실히 지켰다. 그는 즈베즈다 입단 후 인터뷰에서 “나는 팀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개처럼 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맨시티전에서 ‘개처럼’ 뛴다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했다.
황인범은 그라운드 모든 곳에 서 있었다. 맨시티의 하프 코트 게임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중원, 그리고 후방에서 그들의 패스 게임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공수 전환 상황에선 과감한 전진 패스를 통해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45분 부카리의 선제골에는 황인범의 지분도 있다. 즈베즈다는 맨시티의 중원을 압박, 높이 올린 수비 라인 뒷공간을 공략했다. 황인범은 한 치의 오차 없이 패스를 전했고 이는 부카리가 터뜨린 선제골의 기점이 됐다.
이외에도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 빠르게 앞선 공격수들에게 패스하면서 속도를 높였다. 이적 후 2번째 경기임에도 적극적인 토킹을 통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마치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후반 들어 맨시티의 공세에 내리 3골을 내준 즈베즈다다. 황인범 역시 힘이 빠질 수 있었지만 투지를 잃지 않았다. 후반 62분 멋진 전진 패스 후 자신이 다시 받아 유효 슈팅까지 시도했다. 에데르송의 정면으로 향했지만 부카리의 선제골 이후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최후방에서 맨시티의 패스 게임을 막아내기도 했다. 지친 모습이 TV 중계화면에도 잡힐 정도였으나 왼쪽 측면에 서 있다가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를 차단하는 등 뛰어난 활동량을 보였다.
황인범은 이날 32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고 패스 정확도는 76%(19/25)였다. 드리블은 1회 시도해 성공했으며 유효 슈팅도 있었다. 스탯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맨시티가 압도하는 경기에서 좋은 스탯을 뽑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황인범은 의미 있는 기록을 챙겼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황인범과 즈베즈다는 앞으로 더 호흡을 맞춰야 한다. 긍정적인 건 황인범이 빠르게 적응했다는 것, 그리고 부실했던 프리시즌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즈베즈다는 패했지만 황인범은 고개를 숙일 필요 없었던 경기였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