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투왕’이었던 KBO리그 레전드 아빠 윤학길이 펜싱 ‘사브르여왕’이 된 딸 윤지수(서울시청)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에 활짝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도 윤학길은 “항상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말을 딸에게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한국 펜싱대표팀 윤지수는 9월 26일 중국 항저우의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사오야치를 15-1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회 때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윤지수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 펜싱은 사흘 연속 메달 소식을 전했다. 24일에는 에페 최인정이 금메달, 송세라가 은메달을 휩쓸었다. 25일 플뢰레 홍세나가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날 윤지수의 금메달 소식까지. 또한 한국은 남녀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모두 가져왔다. 전날 남자 개인전에서 오상욱이 구본길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오상욱 역시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
윤지수는 4강에서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를 15-14, 접전 끝에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
엎치락뒤치락 결승 승부가 초반부터 이어진 가운데 윤지수는 2-2에서 연속 6점을 가져오며 8-2로 1피리어드를 마쳤다. 2피리어드 시작하자마자 2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제 페이스를 이어갔다. 9-6에서 먼저 10점에 선착했다. 상대가 야금야금 따라오면 빠르게 달아났다. 11-9에서 13-9를 만든 윤지수는 침착하게 연속 득점을 가져오며 경기를 마쳤다.
윤지수는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고독한 황태자’로 불리면서 통산 117승을 올린 레전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이다. 윤학길 위원은 1986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1997년까지 원 클럽 맨 레전드로 활약했다. 특히 개인 통산 100완투 기록(역대 1위)은 현대 야구에서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 됐다.
윤학길 위원은 현역 은퇴 뒤 롯데와 한화, LG 등을 거치면서 2019년까지 프로 지도자 생활를 이어갔다. 프로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한 윤학길 위원은 2023년부터 KBO 재능기부위원으로 재능기부에 힘쓰고 있다.
9월 27일 MK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윤학길 위원은 “딸 다리 상태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운이 따르고 분위기도 잘 타서 금메달까지 딴 듯싶다. 내가 펜싱을 전문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확실히 딸의 공격적인 면모가 이번 대회에서 잘 보이더라. 준결승 때 어려운 상대를 꺾은 게 결승전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간 원동력이 된 듯싶다”라며 웃음 지었다.
윤학길 위원은 어린 시절 딸의 펜싱 선수 생활을 반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윤지수는 아버지와 같은 운동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윤학길 위원은 “아들과 딸 모두 운동 선수의 길을 걷지 않게 하려고 했다. 얼마나 힘든지 내가 더 아니까 어릴 때 크게 반대했다. 그래도 딸이 잘 커서 이렇게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걸 보니까 뿌듯하다. 어제부터 주변에서 연락이 계속 오더라. 신문에 내 얼굴이 계속 나와서 무슨 사고 친 줄 알았다고(웃음). 딸에게 정말 수고했고, 금메달을 땄어도 항상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윤학길 위원은 인터뷰 말미 ‘옛 정’ 롯데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윤학길 위원은 과거 자신이 보유한 대기록이 딸 금메달 획득으로 소환되는 분위기에 대해 “다 옛날 얘기라 창피하다(웃음). 롯데 자이언츠가 잘해야 하는데 올 시즌 참 아쉽더라. 이제 재능기부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뒤에서 열심히 롯데 자이언츠를 계속 응원하고 있겠다”라고 말했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