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다사다난했던 부임 첫 시즌을 되돌아봤다. 짧은 휴식 뒤 마무리 캠프 첫 날 지휘에 나선 이 감독은 젊은 야수진 성장에 ‘올인’할 계획이다.
두산은 2023시즌 74승 2무 68패로 정규시즌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패한 두산은 가을야구를 단 1경기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10월 31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 캠프 훈련을 시작했다. 2024시즌 더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준비하는 첫 단계다. 이승엽 감독은 베어스파크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마무리 캠프를 진두지휘한다.
다음은 마무리 캠프 첫 날 이승엽 감독과 취재진과 일문일답이다.
시즌 종료 뒤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1년 전 마무리 캠프와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죽지 못해 살고 있다(웃음). 시간이 훌쩍 지난 느낌이다. 1년 전 마무리 캠프 때와 비교하면 부임 첫 시즌 결과를 얻고 온 거라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책임감이 더 느껴지는 듯싶다. 코치진과는 익숙해진 부분이 있어서 그건 긍정적이다.
시즌을 복기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5위라는 성적이 과연 잘한 것일까, 아쉬운 것일까 두 생각이 계속 교차했다. 어떻게 보면 잘한 듯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쉽게 느껴져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갔다.
새 얼굴이 나와야 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텐데.
새 얼굴이 계속 나와야 기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신구조화를 이뤄야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항상 누가 옆에서 치고 올라올 수 있단 생각이 들면 다들 기량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다. 기대했던 김대한, 김민혁 같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한 건 감독 책임이다. 1년 동안 젊은 선수들의 성향과 기량을 지켜봤기에 이번 마무리 캠프에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스몰볼’ 스타일을 시즌 때 보여주기도 했다.
시즌 내내 전반적으로 타격이 부진했기에 뛰는 야구와 작전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단순하게 던지고 친다고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상대가 우리보다 강하다면 다른 방법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 전력에 맞춰서 경기를 해야 한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호쾌한 야구를 하고 싶지만, 상황과 전력에 따라 세밀한 야구도 해야 한다. 올해 조금씩 좋아지는 부분이 보였기에 내년에 더 공격적이고 재밌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거다.
베테랑 급에선 김재환 선수가 유일하게 마무리 캠프에 참여했다.
본인과 타격코치가 함께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마 올해 최악의 성적이 나온 듯싶다. 1년 동안 (김)재환이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해놓은 게 있어서 마무리 캠프 참가를 요청했다. 시즌 중엔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하니까 나와 두 번 정도 같이 연습했는데 마무리 캠프 때는 내가 직접 같이 해보려고 한다.
재환이의 경우 스윙 스피드는 안 떨어졌다고 보는데 전반적인 몸의 스피드는 분명히 떨어졌다고 본다. 무릎 부상 여파도 있었을 거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대처하는 노하우 전달과 함께 무너진 밸런스를 되돌릴 수 있도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4~5년 전 몸 상태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기에 지금 몸과 마음 상태에서 가장 이상적인 폼을 같이 찾아보려고 노력하겠다.
장원준 선수는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부임 뒤 첫 은퇴 선수다. 마지막 모든 걸 다 태우고 끝내길 바랐는데 우리 벤치에서 보는 장원준 선수의 ‘3승’은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시즌 초반 선발진 공백 때 장원준 선수가 올라와 선발 역할을 소화하면서 3승을 해준 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 팀을 위해서 헌신하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 방향은 무엇인가.
시즌 내내 훌륭한 투구를 보여준 알칸타라와 브랜든은 내년에도 같이 안 갈 이유가 없다. 협상만 잘 풀린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거다. 로하스는 수비 포지션인 면에서 다소 걱정이 있다. 후반기 때 타격 능력을 보여줬지만, 우리 팀 색깔과 맞아야 하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듯싶다. 외야수로서 수비력과 공격력, 그리고 내부 FA인 양석환 선수와 계약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내부 FA 양석환과 홍건희 선수와 계속 함께하고 싶을텐데.
둘 다 잡으면 당연히 좋은 거다. 20홈런 타자와 20세이브 투수 아닌가. 그런 선수는 구하기 어렵다. 또 팀에서 동료와 후배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는 선수들이라 두 선수가 모두 남는다면 정말 좋겠다. 둘 다 정말 필요하다.
팀 내에서 부족한 내야나 좌완 등 외부 FA에 대한 희망사항도 있나.
더 보강된다면 당연히 좋다. (감독 입장에서) 더 있으면 다 좋은 게 아니겠나(웃음). 물론 젊은 선수들의 성장 방향과 더불어 전력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부분은 구단에서 더 크게 신경 써주실 것으로 믿는다. 모든 상황을 다 대비하고 있지 않겠나. 나는 그냥 현장에서 선수들과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다.
젊은 야수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김민혁, 김대한, 양찬열, 송승환, 박지훈, 박준영 등 1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올라서준다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거다. 베테랑 선수들이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만큼 젊은 야수들이 빨리 올라와줘야 한다. 김재호 선수 같은 경우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내년에 같이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젊은 야수들이 김재호 선수를 뛰어넘어야 팀이 더 강해진다. 서로 자리를 지키고 빼앗으려고 치열하게 해야 경쟁해야 한다.
양의지 백업 포수에 대한 고민도 궁금하다.
수비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올해 두 번째 포수였던 장승현 선수는 타율이 1할대로 너무나 부진했다. 타격 지표가 더 올라가야 양의지 선수 대신 수비를 더 소화해주는 백업 포수 역할을 더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다. 두 번째 백업 포수는 마무리 캠프부터 다시 백지 상태로 찾으려고 한다. 안승한화 윤준호도 지켜보겠다. 박유연과 장규빈 선수는 각각 무릎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회복이 필요한 상태라 이번 마무리 캠프 명단에선 빠졌다.
장원준이 빠진 좌완 마운드에서 새로운 얼굴이 나와야 한다.
이제 좌완 마운드 자원은 이병헌, 백승우, 이원재, 김호준 정도 4명이 있는 듯싶다. 아무래도 클러치 위기 상황에서 상대 강한 좌타자들을 막을 수 있는 좌완이 있으면 좋다. 아무래도 1군 경기 등판이 비교적 더 많았던 이병헌 선수가 내년에 1군 불펜에서 더 성장해줬으면 한다. 이원재 선수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할 듯싶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대가 크셨던 만큼 실망도 크셨을 거다. 최선을 다한 결과인데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듯싶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때도 두산 팬들의 응원석을 경기 중간 보면서 이기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했다. 또 홈 최종전 때 개인적으로 야유를 처음 들어본 듯싶다. 팬들의 평가기에 당연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역시 프로는 냉정하다고 느꼈다. 내년 홈 최종전 때는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해 5위보다는 더 높은 순위로 가야 한다. 두산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야구를 하도록 해보겠다.
이천=김근한 MK스포츠 기자
[이천=김근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