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3년 전 67점차 대패를 잊은 듯하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태국과 국제농구연맹(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 홈 2차전을 치른다.
대한민국은 지난 호주 원정에서 71-85로 패했다. 4쿼터 중반까지 접전을 이어갔고 한때 13점차 리드까지 해냈으나 뒷심에서 밀려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항저우 대참사’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때와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라건아에만 의존했던 지난 과거를 잊고 오히려 그를 100%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공격적인 수비, 트랜지션 게임 등 대한민국의 강점을 앞세워 호주를 당황케 했다.
변준형을 필두로 이정현, 오재현으로 이어진 앞선 세대교체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하윤기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이제는 없어선 안 될 보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을 ‘라건아 원맨팀’으로 평가하는 건 이제 옛날 일이다. 다만 태국에 있어 대한민국은 여전히 라건아만 있는 팀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농구 관계자에 따르면 태국의 에두 토레스 감독은 대한민국에 부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이 크다는 소식을 듣고 라건아만 봉쇄하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훈련 자체를 비공개로 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냥에 진심인 듯한 모습이다.
물론 태국, 그리고 토레스 감독의 반응이 특별한 건 아니다. 중국, 일본, 중동 등 여러 국가 및 매체에서도 항상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농구는 곧 라건아로 설명됐다. 중국이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 전, 금메달 경쟁국으로 대한민국을 꼽은 것 역시 라건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토레스 감독이 라건아에 집중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태국은 지난 인도네시아와의 홈 경기에서 73-56으로 승리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동남아 라이벌’ 인도네시아를 잡아냈으니 기세가 대단히 높다.
태국 역시 100% 전력은 아니다. 에이스 타일러 램, 독일 출신 빅맨 마틴 브루닉이 개인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램은 4년 전 아시아컵 예선에서 28점 12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 대한민국을 패배 직전까지 끌고 간 주인공이다. 브루닉은 아시아 레벨에선 경쟁력 있는 빅맨이다. 두 선수의 공백은 태국 입장에선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194cm의 스윙맨 모제스 모건이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24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여기에 프레데릭 리쉬, 나콘 자이사눅, 차나팁 자크라완 등 주축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 만만치는 않다. 포인트가드 나타칸 므앙분의 번뜩이는 패스도 위협적이다.
다만 만만치 않을 뿐 태국을 상대로 패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1966 방콕아시안게임 4강전 이후 태국에 단 1번도 패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 맞대결인 3년 전 아시아컵 예선 2차전에선 120-53, 67점차로 대승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이현중(20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 2블록슛)과 여준석(23점 6리바운드), 하윤기(34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가 삼각 편대를 이루며 태국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잠실에서 치른 1차전 93-86, 7점차 진땀승을 했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린 대승. 라건아는 7분 24초 출전, 5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일찍 휴식을 취했다.
태국이 토레스 감독 체제에서 성장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강호와의 격차는 큰 편이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요르단(63-97), 필리핀(72-87), 바레인(62-76)에 모두 대패, 전패 수모를 겪었다. 대한민국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또 태국의 단점은 실책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도네시아전에서 무려 20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럼에도 실책으로 인한 실점을 19점으로 줄였다는 것, 전체 실점을 56점으로 낮췄다는 건 대단한 일. 그러나 대한민국이 호주전에서 보여준 트랜지션 게임이 태국전에서도 이어진다면 대량 득점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토레스 감독이 대한민국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만 분석했다면 ‘라건아 원맨팀’이라는 평가를 틀렸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호주전까지 분석했다면 분명 다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팀이 됐고 ‘농구 도시’ 원주에서 대승을 바라고 있다.
태국은 사냥꾼이 아닌 대한민국의 사냥감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