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왕자’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성장 시계가 여전히 빠르게 돌고 있다. 특유의 불 같은 강속구는 물론이고, 이제는 완급조절 능력까지 갖췄다.
2022년 전체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지명을 받은 문동주는 독수리 군단 마운드의 현재이자 미래다. 데뷔 시즌 13경기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으나, 지난해 한 계단 도약했다. 23경기에 출격한 그는 160.1km로 국내투수 최고 구속 신기록을 수립했고,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 신인왕을 차지했다. 한화 소속 선수가 신인왕에 오른 것은 지난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이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 등 두 차례의 국제 대회도 문동주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대표팀 마운드의 핵심 자원이었던 그는 한국의 호성적을 견인함과 동시에 기량을 부쩍 끌어올렸다.
다만 올해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행보를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에서 장점인 구속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오지 않았다. 개막 직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에 태극마크를 달고 활동하느라 투구 수 빌드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5번째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지난달 28일 인천 SSG랜더스전에 선발 출격한 문동주는 시종일관 쾌투를 펼치며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당시 성적은 5이닝 6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 총 투구 수는 80구였으며, 최고 구속 158km를 찍어 건재함을 과시했다. 팀이 7-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한화가 결국 10-6으로 승리함에 따라 시즌 마수걸이 승리도 챙겼다.
특히 문동주는 이날 완급조절 능력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위기 상황이 아닐 경우 140km 중·후반 대의 패스트볼을 뿌렸지만, 실점 위기에 놓일 시 어김없이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가 포수의 미트로 날아들었다.
사령탑도 이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은 “패스트볼 스피드를 조절하는 것은 경력이 많은 투수도 자칫 잘못하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어 잘 시도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문)동주는 (3월 28일 SSG전에서) 주자가 없거나 하위 타선을 상대할 때 속도를 낮추고, 위기 상황에서 강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이더라. 이런 부분을 봤을 때 많이 성장했고, 여유도 생긴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물론 아직 어린 나이인만큼 완벽하지는 않았다. 최 감독의 극찬을 들은 문동주는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면서도 “사실 아직까지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날씨가 추워서 본의 아니게 조절 아닌 조절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씩 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문동주의 성장에 큰 힘이 된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해 2012년까지 KBO리그 190경기(1269이닝)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써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LA 다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86경기(1055.1이닝)에 출격해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류현진은 명실상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다.
올 시즌 두 경기에 출격한 류현진은 아직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3.72를 올리고 있지만, 최근 등판이었던 3월 29일 대전 KT전에서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류현진의 투구를 본 문동주는 “저는 그렇게 못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완급 조절도 너무 잘하시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것 같다.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를 봤는데 (던지신 공이) 다 모서리에만 찍히셨다”고 혀를 내둘렀다.
완급조절 또한 류현진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문동주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동주는 워낙 좋은 공,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투수는 제구가 첫 번째라는 부분과 경기 상황에 따라 타자와 승부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쉽게 가야 할 때와 어렵게 가야 할 때 던지는 방법을 문동주 뿐 아니라 젊은 투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노력은 물론이고, 롤모델인 대선배의 도움까지. 어떻게 보면 빠르게 돌 수 밖에 없는 문동주의 성장 시계다.
한편 최근 파죽의 7연승을 질주, 전신 빙그레 이글스 시절이었던 1992년 이후 32년 만에 개막 8경기에서 7승 1패를 기록 중인 한화는 오늘(2일)부터 시작하는 롯데 자이언츠와 홈 3연전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선발투수는 리카르도 산체스다. 롯데는 이에 맞서 우완 나균안을 출격시킨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