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볼(장타로 점수를 내는 야구)이 된다면 경기가 잘 풀릴 것이다.”
사령탑의 예측이 적중했다. LG 트윈스 타선이 빅볼로 ‘천적’ 웨스 벤자민을 비롯한 KT위즈 투수진을 무너뜨렸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이강철 감독의 KT를 6-5로 눌렀다.
정규리그 3위(76승 2무 66패)의 자격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이번 경기 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기록했던 LG는 이로써 플레이오프 진출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이 1승 1패로 맞이한 사례는 6번 있었는데, 이중 3차전 승리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쥔 바 있다.
사실 경기 전까지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날 KT의 선발투수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74경기(406.1이닝)에서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를 올린 좌완 벤자민이었던 까닭이었다. 벤자민은 그동안 LG를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왔다. LG와 만난 통산 10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으로 짠물투를 펼쳤다. 올해 4차례 LG전에서도 1승 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잘 던졌던 벤자민이다.
하지만 LG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전 만났던 LG의 주전 안방마님 박동원은 “워낙 좋은 선수라 실투를 안 던질 것 같다”면서도 “우연히 기사를 봤는데 벤자민이 두산 베어스에 약했지만,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에서 잘 던졌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극복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잘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사령탑은 장타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을 바랐다. 염경엽 감독은 ”어쨌든 수원 왔으니 빅볼(장타로 점수를 내는 야구)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 타선은 5∼6명의 선수가 홈런을 때릴 능력이 있다. 빅볼이 된다면 경기가 잘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LG 타선은 초반부터 벤자민 공략에 성공했다. 시작은 박동원이었다.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구 131km 슬라이더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2회말 실책 등으로 1점을 내줬지만, LG 타선은 기세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연달아 나온 장타들이 그 배경이었다. 3회초 선두타자 박해민이 우전 2루타를 친 뒤 문성주의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했다. 그러자 홍창기가 우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리며 박해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3회말 선발투수 최원태가 주춤하며 2점을 내줬으나, LG 타선은 곧바로 흐름을 가져왔다. 5회초 문성주의 볼넷과 홍창기의 2루 땅볼에 이은 문성주의 2루 포스아웃, 신민재의 좌전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에서 오스틴 딘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의 3점포를 작렬시켰다. 이어 6회초에는 김현수의 중전 안타와 문성주의 중전 안타로 완성된 1사 1, 3루에서 홍창기가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쏘아올리며 6-3을 만들었다.
이후 LG 타선은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했지만, 3회말 2사부터 마운드를 지킨 손주영이 8회말까지 무실점 쾌투했다. 9회말에는 유영찬이 배정대에게 중월 투런포를 내줬지만, 승부와는 무관했다. 그렇게 화끈한 장타력을 선보인 LG는 플레이오프 진출 100%의 확률을 거머쥐게 됐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뛰는 야구보다 수원에 왔기 때문에 빅볼을 생각했는데, (박)동원이가 홈런을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타선의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오스틴의 3점포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완벽히 가져왔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수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