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걸고 만든 김밥, 미국 사로잡았죠

최홍국 올곧 대표가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바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최홍국 올곧 대표가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바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합기도 4단의 유단자로 건장한 청소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학생들 앞에서 공중발차기 등 합기도 시범을 보여주다가 착지 실패로 목이 부러졌다. 하반신이 마비돼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다. 거의 2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한 채 누워 지냈다. 혼자 힘으로 대소변도 가릴 수 없을 만큼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생을 마감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죽을 수 없다면 이겨내자고 마음을 바꿨다. 피나는 노력 끝에 장애인 탁구 선수가 됐지만 신체의 한계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공인중개사, 건설업자 등의 삶을 살다가 사기를 당해 한때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미국에서 '바바' 냉동 김밥으로 엄청난 화제가 된 최홍국 올곧 대표(41) 이야기다.

미국 유명 대형마트 '트레이더조'에서 한때 바바김밥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미국에 한식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바바김밥 누적 판매량은 1500만줄에 달한다. 최 대표는 지금도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경기에서 3위를 할 만큼 사력을 다했죠. 그런데 팔꿈치 염증이 심해져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했어요. 선수 시절 틈틈이 공부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지만 휠체어를 타고 일반 부동산 중개 업무를 할 수 없더군요. 공장에는 지게차가 자유롭게 오가야 하기 때문에 문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공장 중개에 몰두하다가 공장 건설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김밥 생산공장 건축 공사 의뢰를 받게 돼 관련 업무를 하다가 냉동 김밥 제조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최 대표는 2019년 6월 설립해놨던 회사를 2021년 4월 올곧으로 바꿔 냉동 김밥 제조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몸으로 제조업에 뛰어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떤 김이 적합할지, 밥을 얼마만큼 익혀야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어떤 용기에 담고 어떤 생산설비를 갖춰야 할지 등을 알아내는 것도 힘겨웠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올곧은 2022년 3월 바바김밥을 출시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때 아삭한 식감을 느끼도록 당근, 밥 등의 재료를 80% 정도만 익혔습니다. 한 조각씩 잘라놓은 김밥이 전체적으로 잘 익을 수 있도록 김밥을 세 조각씩 용기에 담아 영하 45도에 바로 급속 냉동합니다."

바바김밥 출시 후 여러 국내외 박람회에 참가해 바바김밥을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해 바로 멕시코, 싱가포르, 태국 등에 소량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에 바바김밥을 선보였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른 국가에도 수출할 기회가 생겼다. 올곧은 공장 설비를 완전히 가동해도 주문 물량을 다 못 채울 정도로 미국 여러 회사로부터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바바김밥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곧은 올해 매출액 3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곧은 국, 덮밥 등 제품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산다면 후회 없이 멋지게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죽었다가 되살아난 삶이라서 제 일신을 위한 욕심은 없어요. 올곧 직원들이 행복하고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세계인들이 바바김밥 등 올곧이 만드는 식품을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도록 올곧 식품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게 꿈입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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