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이후 등장한 ‘테리우스’, 강원의 새 보석함…이지호 “현준아 고마워~” [MK춘천]

양민혁이 잉글랜드 무대로 떠난 후 많은 우려가 뒤따랐던 강원FC, 새로운 보석이 등장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팀의 패배를 막고 대역전극을 써낸 이지호가 그 주인공이다.

강원은 2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전 대구FC 원정에서 역전패를 당한 강원은 홈 개막전에서 포항을 꺾고 승전고를 울리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 강원의 승리를 이끈 것은 2002년생 이지호다. 경기 내내 포항의 골문을 두드리던 강원은 전반 막판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이호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후반전 들어서도 계속해서 흐름을 놓지 않으며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한 방’이 터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사진=김영훈 기자

그러다 후반 36분, 김동현의 롱패스가 상대 박스 안쪽으로 떨어졌고, 쇄도하던 이지호가 황인재 골키퍼를 제치고 동점골을 터뜨렸다. 강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몰아치며 스코어를 뒤집었다. 또다시 이지호가 날아올랐다. 후반 추가 시간, 가브리엘이 날아온 롱패스를 떨궈줬고, 이지호가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며 수비 경합을 뚫고 황인재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골과 역전골까지 터뜨린 이지호는 이번 시즌 강원에 합류해 개막전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가브리엘의 선제골을 도우며 데뷔전부터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서는 멀티골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눈에 제대로 도장을 찍었다.

양민혁 이후 새로운 재능이 등장할까. 지난 시즌 ‘고교 슈퍼 루키’로 활약한 양민혁은 강원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이적이 확정되며 잉글랜드 무대로 향했다. 돌풍 같았던 강원의 지난 시즌을 떠올리면, 올해는 양민혁의 공백이 클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또 한 번 신예 선수의 주옥같은 활약이 터지며 기대를 모았다.

사진=프로축구연맹

2002년생 이지호는 새 시즌을 앞두고 강원에 합류했다. 부산장산초, 현대중, 현대고를 거쳐 고려대에 진학했다. 4학년까지 모두 마친 후 강원과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이후 프로팀의 제안을 받지 못하며 선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며 묵묵히 자신을 단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강원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이지호는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수려한 외모에도 허슬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경호 감독은 “벌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지호는 빠르고 유연한 (양)민혁과 달리 묵직한 스타일이다. 몸싸움, 볼 경합, 수비 위치 선정, 침투 등에 강점이 있다. 빨리 K리그에 적응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포항전 이후 이지호는 “대구전에서 우리의 강점을 보여주지 못해 속상했다”라며 “오늘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 이것이 강원의 모습이다. 결과를 만들었고, 홈 개막전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주변 형들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모두가 좋은 말을 해줬다. 결정적으로 골을 넣은 것은 저였지만, 선발로 나선 11명, 벤치까지 22명, 더 크게는 팀 40명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져서 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 다음은 강원FC 이지호의 수훈 선수 기자회견 일문일답.

사진=강원FC

Q. 주로 왼쪽 날개로 뛴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오른쪽에서 활약했는데 어느 쪽이 더 편한가?

어릴 때부터 왼쪽에서 뛰었다.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왼쪽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모든 포지션에서 뛰려고 한다.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어디서든 뛰겠다.

Q. 대학교 4년을 다 마치고 프로에 입단했다. 축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스스로 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무대가 있다면 빛날 자신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왔다. 1년, 1년이 아쉽지 않았다. 시작점이 다를 뿐이다. 오늘 내 활약으로 힘을 얻는 선수들이 있을 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Q. 역전골 이후 세리머니 과정에서 넘어졌다. 멋있는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아쉽지 않은가?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을 것 같다. 인생에서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 팬들에게 재미와 웃음, 그리고 감독님께까지 선사했다고 생각한다(웃음).

Q. 곱상한 외모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거칠다. 반전 매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것 같은데?

이 자리에서 말하기 부끄럽지만, 경기를 보면 내 플레이를 잘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외모와 달리 투쟁심이 있다. 반전 매력으로 다가가겠다. 좋은 외모라고 해주셨는데, 그만큼 축구도 센스 있게 하겠다.

사진=강원FC

Q. 강원의 47번 자리가 탐날 것 같은 활약을 보였는데?

주셨다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민하 선수는 뛰어난 선수다. 지금 대표팀 차출로 없기 때문에 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가 돌아온다면 모든 팬들이 왜 신민하가 47번을 배정받았는지 분명 알게 될 것이다.

Q.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왔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평소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 2025년 목표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개막전 엔트리에 드는 것이었고, 이뤘다. 두 번째는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와 20경기 출전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의미가 클 것 같다. 한 발씩 나아가겠다.

Q. 정경호 감독은 어떤 지도자인가?

감독님만의 카리스마가 있다. 거칠어 보이고 무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신다. 전반전 활약이 부족했음에도 후반전에 믿고 내보내주셨다. 믿음이 있었기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감독님은 소위 ‘츤데레’ 같다.

Q. 최근 강원의 선수들이 유럽으로 많이 이적했다. 다음 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 일은 모른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더 높고 넓은 무대로 향하는 것이 목표지만, 방심하지 않고 다가오는 훈련부터 열심히 임하겠다. 아, 내일 훈련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춘천=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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