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시합 때 던지면서 투구 외적으로 부족한 것들이 많다 느꼈다.”
위력적인 강속구를 선보였음에도 홍원빈(KIA 타이거즈)은 만족하지 않았다. 과연 그는 올 시즌 KIA의 비밀 병기가 될 수 있을까.
강남중, 덕수고 출신 홍원빈은 195cm, 101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우완 투수다.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10번으로 KIA의 부름을 받았지만, 사실 그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아직 1군에 데뷔하지 못했으며, 퓨처스(2군)리그 통산 31경기에서도 2승 15패 평균자책점 12.56에 그쳤다.
이런 홍원빈은 지난 1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뽐냈다. 8회말 구원 등판해 송승환을 삼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도태훈에게는 볼넷을 범했으나, 박민우를 병살타로 묶으며 이닝을 끝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무려 154km까지 측정됐다. 아쉽게 해당 경기에서 KIA가 3-6으로 패했지만, 홍원빈의 투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최근 만난 홍원빈은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내 공을 못 던진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던지고 내려와 후련한 마음이 있었다”며 “가운데만 보고 던지려 했다. 원래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지 않는데, (포수) (한)승택이 형이 패스트볼만 믿고 던지라 하셨다. 그냥 믿고 던졌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너무 후련하고 행복했다. 팀이 지고 있었지만, 더그아웃에서 형들, 선배님들, 코치님들이 축하해주셨다. 너무 행복했던 것 같다. (이런 감정은)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중요한 것은 홍원빈의 구속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더 나올 것 같다. 아직 몸이 다 쓰이는 느낌은 아니”라며 “충분히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생각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10일 경기가)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마운드에 올라서도 제 호흡을 잃지 않았다. 긴장감에 지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홍원빈의 이 같은 성장에는 본인의 투자가 있었다. 그는 이번 비시즌 1500만 원을 투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 센터로 향했다. 홍원빈의 올해 연봉은 KBO리그 최저연봉인 3000만 원이다.
홍원빈은 “(150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며 “사실 미국에 갔다 와서 바뀌었다기 보다는 원래 꾸준히 코치님들과 하던 과정이 있었다. 그런 것이 미국을 다녀와 풀린 것 같은 느낌”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겨우내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진행된 2월 27일 LG 트윈스와 연습경기에서 폭투, 실책 등을 범하는 부진한 투구 끝에 패전 투수가 된 것.
그럼에도 홍원빈은 “의기소침하기에는 제가 너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무대였다. 오래 전부터 상상도 많이 했다. 오히려 더 그런 것을 깨뜨리겠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후 너무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셨다. 이범호 감독님, 코칭스태프께서 너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야구할 수 있게 해주셨다. 운 좋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야구할 수 있어 (10일 경기에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육성 선수 신분인 홍원빈은 5월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수 있다. 이 기간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그는 “스프링캠프 시합 때 던지면서 투구 외적으로 부족한 것들이 많다 느꼈다”며 “수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컨트롤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과연 홍원빈은 올 시즌 KIA의 비밀 병기가 될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