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인간 내면의 민낯을 들추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신작 ‘얼굴’로 돌아왔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얼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연상호 감독,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의 토론토국제영화제 참석으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됐다.
영화 ‘얼굴’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상호 감독은 “이야기를 처음 쓰게 된 건 제 자신이 엄청 성취에 집착을 한다, 성과에 집착하는 나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졌는가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게 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근대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무엇을 착취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갔는 것 같다. 핸디캡을 이겨낸 사나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정반대편에 있는 정영희라는 인물을 만들어서 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각색 방향에 대해 “처음에 박정민 배우가 참여해주기로 하고 1인 2역을 하기로 했을 때 박정민 배우의 아이디어가 이 영화의 꼭 필요한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두 명이 대적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형식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위해 대본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예산이 제약이 있다 보니 아주 압축적이고 함축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만 했다. 뒷부분에 사진관을 찾아가는 장면 등을 다 빼고 백주상이라는 인물이 사진을 좋아하고 이게 폭력으로서 이용이 되고 그런 설정을 넣었던 것 같다. 원작과 제일 달라진 건 정영희라는 인물이 마지막까지 강인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지막 피해자이면서도 저항의 흔적을 상대방에게 남기면서도 상대방에게 발휘되기를 바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모두가 열심히 살기에만 몰두했던 고도성장의 시기인 1970년대, 시각장애인으로 남들에게 천대받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아야 했던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을 중심으로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돌아온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그 얼굴을 파헤치는 스토리로 흥미를 더하는 ‘얼굴’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풀어내며 초기 연상호 작품 세계의 발원지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는 임영규라는 에너지가 강한 사나이의 뒤틀려있는 내면을 관객들에게 안내해가는 영화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그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안내할까를 생각했다. 뒤틀린 내면의 동력은 정영희의 확인되지 않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안내하기 위해서는 임영규와 마찬가지로 정영희의 얼굴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상상으로만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뒤틀린 내면 깊숙한 공간까지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에는 대본을 처음 썼을 때는 사진을 보니 정영희의 얼굴이 있었다로 끝이 나는데, 마지막에 정영희는 누구의 얼굴도 아니면서 누구의 얼굴도 될 수 있는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마지막에 정영희 얼굴이 나오는 순간 극이 아니라, 현실로 뻗어져나가는 느낌, 마치 우리가 본 적이 있고 본 듯한 얼굴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얼굴’은 전 세계 157개국 선판매라는 쾌거를 기록했다. 연상호 감독은 “토론토에 와보니까 이곳에서는 박정민은 스타다. 아니다, ‘이곳에서도’다. 지금 토론토의 저스틴비버다. 입구에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감동 받았다. 제가 느낀 건 그거였다. 1800석 되는 극장에서 영화를 봣는데, 꽉 채워져서 다같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기쁨 같은 게 뭔지가 되살아나는 것 같고 큰 스크린에서 이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몰입해서 보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여기가 프리미어하고 나서 GV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걱정을 좀 했다. 시간도 많이 늦고 해서 많은 분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꽉 찬 상태에서 했다. 어찌 보면 이 영화가 한국인들이 몰입하기 좋은 영화이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100% 이 영화에 대한 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관객들도 이 이야기에 대해 공감과 몰입을 해주셨다는 느낌을 받아서 아주 인상적인 기억과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으로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영화 ‘얼굴’로 만났다. 이들은 40년간 지워진 얼굴 ‘정영희’를 둘러싼 새로운 캐릭터 변신은 물론 작품의 담겨진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믿음과 의심 등의 메시지를 호연으로 풀어냈다.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박정민은 “이 작품의 원작에 호감이 큰 독자였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오랜만에 작가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구체적으로, 묵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그런 작품에 참여할 때 뜻깊고 좋다.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투덜대는 영화를 만들 때 좋다. 거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권해효는 “‘반도’ 촬영 때 이 만화 ‘얼굴’을 받아보고 그때 나왔던 기억도 있었고 ‘사이비’ 만들 때 느낌도 있었고 제작 방식 자체가 연상호라는 사람의 감독, 작가로서의 가장 좋은 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의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저예산 영화가 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걸 시스템화할 수 없을까 싶기도 하다.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낼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스템화를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었던 것과는 다른 기준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시슴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내일이 개봉인데 이번 작품처럼 흥행에 목마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좋은 마음으로 많이 도와주셨다. 그런 분들이 많이 가져가셨으면 한다. 흥행이 됐으면 한다.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얼굴’은 오는 11일 개봉된다.
[삼성동(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